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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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과 함께있는 방법
믿음은 사람이 가진 최고의 재산
“두려울땐 불·법·승을 생각하라”

부처님께서 카피라성의 니그로다 숲에서 여름 안거를 하실 때의 이야기이다. 부처님께서 안거를 마치면 다른 지방으로 갈 예정이란 말을 듣고 마하남이 여쭈었다. “부처님, 저의 믿음이 아직 깊지 못한데 어느 때 다시 부처님과 스님들을 만나 뵐 수 있겠습니까?” 이런 물음에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셨다. “나와 비구들이 다른 곳으로 간다고는 하지만 네가 나와 비구들을 보고 싶다면 항상 다섯 가지 수행을 닦으면 될 것이다. 믿음을 가지고 가르침에 따라야 하고, 청정한 계율을 지켜서 가르침을 따라야 하며, 법문을 많이 들으므로 가르침에 따라야 한다. 평온한 마음으로 보시하며, 지혜로운 마음으로 법의 깊은 뜻을 살펴야 하느니라. 나와 비구들을 보고 싶으면 이 다섯 가지 일을 잘 수행하라. 그러면 언제나 네 앞에 있을 것이다.”(<중아함경>2-433)
마하남은 부처님의 사촌 동생이었다. 부처님이 출가하자 카피라성의 임금이 되어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훗날 카피라성이 코살라국의 침공으로 망하게 될 때 동족들을 한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연못 속에서 자라는 수초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묶어 초개같이 생명을 던지게 된다. 그런 마하남이 정신적 스승이자 사촌 형인 부처님께서 카피라성을 떠나가기에 앞서 인간적인 자신의 속내를 보이고 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수행하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과 함께 있는 것이란 사실을 명심하고, 수행에 매진할 것을 강조한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강조하신 수행의 첫머리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믿음이 있어야 흔들리지 않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믿음이 절대자인 신을 믿는 것은 아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자신을 믿는 것이다. <중아함경> 325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많은 아름다움과 수명 중에서 무엇이 최고입니까?”하는 광야라는 야차의 질문에 부처님은 “사람들이 가진 재산 중에서 믿음이 제일이요, 가르침을 수행하는 사람이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고 대답한다. 다시 “누가 거센 물결을 건너고, 바다를 건너며, 어떤 사람이 고통을 버리고 청정함을 얻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믿음이 있어야 거센 물결을 건너고, 게으르지 않아야 바다를 건너며, 수행에 힘써야 고통을 여의고, 지혜로워야 청정함을 얻는다”고 대답한다. 여기서 거센 물결과 바다는 우리들이 살아가는 인생살이를 말한다.
바다는 대부분 우리들의 삶을 상징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거센 물결이란 삶의 파고가 높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괴로움이란 살아가면서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불안과 삶에 대한 불만을 의미한다. 시시각각 우리들을 괴롭히는 시기, 질투, 미움, 원망, 갈애 등등이 괴로움을 대변하는 용어들이다. 이러한 거센 물결을 건너기 위해서는 믿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믿음을 기반으로 수행에 매진할 때 괴로움을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열반의 경지에선 두려움이 있을 수 없으며, 부처님의 진실한 뜻을 이해할 수 있기에 공간적인 결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함께하고 있다는 정신적 유대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수행하는 사람들도 주변 환경의 유혹에 의해, 혹은 공고했던 믿음이 흔들리므로 인해 방황하게 된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이상적이긴 하지만 우리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지 못한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물론 계율도 지키지 않고, 법문을 듣고, 법의 특징을 살펴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를 두렵고 불안하게 만든다. 허약한 자신, 믿음이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럴 때도 우리는 부처님과 그 가르침을 생각하고 실천해야만 한다. <법구비유경>제1 <독신품>에서는 “만약 너희들에게 두려움이 생기거든 나를 생각하라. 그러면 두려움이 없어지리라. 만일 나를 생각할 수 없거든 그 때는 법을 생각하라. 그러면 두려움이 사라질 것이다. 만일 나를 생각할 수 없거나 법을 생각할 수 없을 때는 성스러운 무리를 생각하라. 그러면 두려움이 사라질 것이다”라 말씀하신다. 이상에서 부처님과 그 법과 성스러운 무리는 삼보를 지칭하는 말이다. 부처님은 말보다 실천으로 보여주신 분이니까 법은 우리들의 안내서이니까 승가는 청정하게 살고 있으니까 우리들의 두려움을 제거해 줄 수 있는 것이다. 기실 절망의 나락에서 앞이 보이지 않을 때, 혹은 희망의 햇살을 찾을 수 없을 때 부처님과 그 분의 가르침을 생각하면 용기가 샘솟게 된다. 아니 세상이 시끄럽고 주위가 혼탁해도 그분과 그분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살아간다면 결단코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믿음으로 계율을 지키고, 항상 부처님의 법을 듣고, 그 특징을 관찰하며 사는 사람에게 두려움은 있을 수 없다. 기쁨과 자유로움이 충만한 삶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본지 상임논설위원·불교학 박사>
2002-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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