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시작되는 출발선상에 서 있다.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면 아쉬움도 남겠지만 과거는 흘러간 물이기에 우리들은 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내일을 설계하고 오늘 주어진 일을 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다는 부처님의 말씀처럼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주변 상황 속에서 고원한 이상 보다 현실을 직면하고 살기에 후회 없는 인생을 영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중아함경>>165경에서 167경까지 ‘賢善一夜의 偈’라는 찬가가 있다. 매우 널리 애송된 것으로 보이는 이 노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과거를 돌이키지 말고, 미래를 염원하지 말라./ 지난 일은 이미 가 버렸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다만 지금의 법을 그곳에서 관찰하고 동요함이 없이 남김없이 이해하여 닦아 익혀라./ 다만 오늘의 할 일을 열심히 하라, 누가 내일의 죽음을 알리요./ 진실로 저 죽음의 대군과 만나지 않으리라 말할 수 없도다./ 이와 같이 살며, 열심히 밤낮으로 태만하지 않는 자,/ 사람들은 그를 일러 하루 밤의 어진 사람, 적정자(寂靜者), 적묵자(寂默者)라 부른다.”
이 노래는 걸림 없이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들의 마음가짐도 그와 같아야 하겠기에 새삼 이상의 노래를 소개했다. 모든 중생들이 원하는 것을 얻도록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필자 역시 간절하다. 부처님께서도 중생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설법하고 계신다.
예나 지금이나 보통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자 한다. 지난 이야기이지만 매년 정초만 되면 필자를 위해 부적을 사다 주는 누님을 가슴 아프게 한 적이 있다. 그것은 쓸데없는 일에 돈쓰지 말고 차라리 그런 돈 있으면 실용적으로 다른 데 쓰라고 핀잔했던 일이다. 비단 우리 누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정초만 되면 신수점을 보거나 토정비결을 보며 일년을 점치곤 한다. 모두 무탈하게 일년을 보내며,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이 거기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부처님께서 활동하던 당시에도 이러한 일은 많았던 것 같다.
부처님께서 사위성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 석제환인이 발리바루자 아수라와 함께 문안 인사를 했다. 그때 아수라가 다음과 같이 말씀을 드린다. “사람이 항상 노력하면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 질 것이며/ 법과 진리도 얻게 되어 안온하며 쾌락을 얻으리라.” 이에 석제환인도 게송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이 항상 노력하면 뜻하는 바를 반드시 이룰 것이며/ 사업 또한 성취할 것이니 참아 이기는 것이 제일이로다”
이상의 게송을 들은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화답했다. “모든 중생들은 저마다 이익을 위해 각자의 마음속으로 하고 싶은 것 따르나니/ 마음속으로 바라는 것은 한 가지이나 땀 흘려 노력하는 자만이 그것을 얻으리라./ 사업을 이룩함에는 참아 이기는 것이 제일이니 이루고자 하면 먼저 인욕을 배워야 하리라.”
석제환인이나 아수라나 모두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으며, 부처님께서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노력하고 참아 이기는 사람만이 원하는 것을 얻고 자신의 사업을 이룩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어찌 보면 너무나 지당한 이야기들이지만 쉽게 살고자 하는 것도 인간의 속성 중의 하나이기에 범상하게 생각되지 않는 것이다. 욕망에 충실하기에 인간일 수 있다. 아니 욕망이 있기에 살아 있는 인간인 것이다. 그러나 노력과 인내가 있기에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구분될 수 있다. 험난한 세파를 헤치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노력과 인내인 것이다. <<잡아함경>>제22, 603경에서는 이러한 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계신다. “어떻게 흐르는 물을 건너고/ 어떻게 넓은 바다를 건너며/ 어떻게 괴로움을 버리고/ 어떻게 맑고 깨끗해지나이까?” 이에 부처님께서는 “믿음은 모든 흐름을 건너게 하고/ 게으르지 않음은 넓은 바다를 건너며/ 정진으로 모든 고통을 버리고/ 지혜로서 맑고 깨끗하게 되느니라”고 대답하고 있다. 세파를 건너서 평화롭게 살고 싶은 인간의 소망에 대해 너무나 진솔하게 대답하고 있다. 믿음으로 게으르지 않음으로 정진으로 넓은 인생사를 극복하고 고통과 불안을 던져버리라 말한다. 그러기에 <<증일아함경>>제4에서는 “교만하지 않는 것은 감로의 길이요 게으름은 죽음의 길이다. 교만이 없으면 죽음이 없으나 교만이란 바로 수행자의 죽음이다”라 말하고 있다. 금년 한해를 시작하는 마당에 서서 부처님 제자들은 노력과 인내와 겸손으로 무장하고 변화무쌍한 인간 세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게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본지 상임논설위원·불교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