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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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붙들고 있지 말고 하루살이로 찰나찰나 놓고 가야
일체가 한곳에서 나고 드는 것
진짜로 믿고 맡겨놓으세요

(401호 회보에 이어서)
▲ 질문자3: 고려시대 때 가장 먼저 직지심경 금속 활자본을 만든 이곳 청주에서 스님을 모시고 지원 개원법회를 봉행하게 된 저희들은 큰 영광과 부처님의 가피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청주지원 불자들이 마음 법을 공부하는 데에 있어서 잘 모르는 몇 가지 문제점을 제가 대표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스님께서 늘 말씀해 오시는 수행 과정에서 방하착하라는 말씀이 자주 나오는데, 이 방하착하라는 말씀이 어디에다 어떻게 놓고 생활을 해야 참선이라고 하시는지,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거기에 대해서 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스님: 그런데 방하착을 한다고 하면 이미 방하착이 아닙니다. 우리가 일상 생활하는 데에 있어서 참선 아닌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본래 진리라는 것이 고정되지 않고 돌아가니까 그대로 놓고 가라고 하는 겁니다. 마음으로 딱 쥐고 있지 말고 하루살이로 그냥 찰나찰나 놓고 가라는 말을 안 해도 우리가 지금 그냥 놓고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두들 놓고 가면서도 그 마음으로 당겨 잡고 있기 때문에 자꾸 걸리는 거죠. 그러니까 그렇게 본래 놓고 가는 건데 마음으로 놓고 가질 않으니까 그것을 좀 놓으라고 하는 겁니다.
또 이차적으로, 영 안 놓으니까 ‘네 뿌리에다 놔라. 네 뿌리만이 네 나무를 푸르르게 살게 할 수 있으니까 네 뿌리에 믿고 놔라.’ 그러는 겁니다. 그러니까 스스로서 ‘아! 내 뿌리만이 나를 이끌어 줄 수 있고, 내 뿌리만이 나를 푸르르게 살게 할 수 있구나!’ 하는 걸 믿고 무조건 ‘너만이 나를 이끌어줄 수 있어.’ 하고 놓으라고 하는 겁니다. 그것이 방편 중에 제일 첫 번째 관문입니다. 지금 제일 필요로 하는 것이죠.
▲질문자3: 네, 잘 알겠습니다. 두 번째는 반야심경에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 나오는데, 81년도 퇴옹 성철 큰스님께서 종정으로 추대되시면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법어를 내리셨습니다. 그래서 반야심경에 나오는 색즉시공 공즉시색과 성철 큰스님께서 말씀하신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는 뜻이 같은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이 같은지 한 말씀 해주시기 바랍니다.
▲스님: 색이 공이요 공이 색이라고 했기 때문에, 공도 색도 둘이 아닌 까닭에 공은 공대로 있고 색은 색대로 있다는 걸로 비유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얼른 쉽게 말하면, 그냥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고 한다면 이게 납득이 될 수가 없어요. 둘이 아닌 까닭에 너는 너고, 나는 나다 해야 되겠죠? 뿌리는 한 뿌리인데, 한 뿌리이기 때문에 모습은 다 다를지언정 한 뿌리라는 겁니다. 한 뿌리이기 때문에 한 생명이기 때문에 모습이 다 다르다고 해도, 각계 각층 말입니다. 먹는 것도 천차만별로 먹는 게 따로 있듯이, 곤충이 먹는 게 따로 있고 사람이 먹는 게 따로 있고 짐승이 먹는 게 따로 있듯이, 모두가 천차만별의 그 먹고사는 도리를 전체 바다로 비유를 해서, 바다를 부처님께서는 삼키고 토해서 만 중생들한테 먹을 거를 알맞도록 내려 자비를 베푸신다, 이런 말이 있죠.
그러니까 우리가 아까도 얘기했듯이 우주전체 삼라만상 대천세계가 둘이 아닌 것입니다. 그러면 대천세계를 비유를 할 때 정맥 동맥으로 한번 얘기를 해보죠. 어떻습니까? 아주 작게, 이건 현실세계의 정맥 동맥을 말하는 거지만, 정신세계와 물질세계를 한데 합쳐서 정맥 동맥이라고 한다면, 정맥이 없어서도 안 되고 동맥이 없어서도 안 되죠. 그와 같이 정맥 동맥이 둘이 아닌 까닭에 정맥은 정맥대로 있고 동맥은 동맥대로 있다, 이런 말이죠. 그러니까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그죠? 고렇게 비유를 하면 여러분이 잘 납득이 되실 것 같아서 우주 삼라만상 대천세계를 정맥 동맥으로 하나로 묶어서 한번 얘기해 드리는 겁니다. 정맥과 동맥 양면이 돌아가지 않으면 몸 전체가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정맥과 동맥이 둘이 아닌 까닭에 이름해서 정맥은 정맥이라는 이름이 있고 동맥은 동맥이라는 이름이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그거를 우리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데 산과 물, 물은 물이고 산은 산인데도 소용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데 그 가운데서 우리가 자유롭게 응용하고 살아라 이거지, 산은 어떻고 물은 어떻고 이걸 따지게 돼 있습니까, 지금. 우리가 목마르면 그냥 떠서 마시고 또 우리가 나무가 필요하면 나무를 가지고 꽃이 필요하면 꽃을 보고 이렇게 자꾸 돌아가는 거지, 산도 고정되게 있는 것도 아니고 물도 고정되게 있는 게 아닙니다. 지금 우리 몸이 바로 물은 물이고 산은 산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도 지수화풍이니까요.
▲질문자3: 감사합니다. 스님께서 저희들의 질문에 한마음으로 답변해주신 그 자리에 우리 불자들은 머리 숙여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삼라만상의 모든 중생이 한마음이 되어 거룩한 자유인이 되도록 청주에서 공부하고 있는 저희 불자들은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예! 하여튼 청주에서도 일컫는 분들이 많이 생겨서 좀더 리드해 나가는, 모르는 사람들을 더욱더 리드해 나갈 수 있도록 그런 자력과 통신처를 아주 영민하게 잘 이끌어 나가시기 바랍니다.
하여튼 요만한 어린애들에게도 관하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그거는 재산을 주는 것보다도 더 소중한 보배라는 것을 여러분이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어느 신도 집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의 어머니 아버지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요. 그런데 그 학생은 아주 정성이 지극하게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혈맥이 통하질 못해서 그냥 수북하게 여기가 혹이 돼버렸어요.
그래서 관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죠. “너는 네 뿌리를 믿지!” 그러니까 믿는데요. “그걸 안 믿으면 안 되지, 저 나무들 봐라.” 그래 일러줬어요. “너는 네 뿌리를 믿고 바로 과거의 네가 살던 영원한 너의 친구다. 현실의 네가 너의 몸을 형성시켜서 과거의 너와 지금 너를 형성시켜 가지고 부착이 돼서, 과거의 네가 현실의 너를 형성시켜서 지금 끌고 가는 거니까 진짜로 믿어봐! 과거의 너는 경험자가 되기 때문에 아주 잘 이끌어줄 거야. 그러니 주인공만이, 네 뿌리만이 너를 아주 이끌어서 병도 낫게 하고 피도 잘 돌게 할 수 있을 거야.” 하고 얘기를 해줬어요. 그 한마디 딱! 그런데 한 일주일 가더니 얘가 펄펄 뛰고 왔어요. 그래서 “너 웬일이냐?” 그러니까 “이게 들어갔어요! 들어갔어요!” 허허, 이러고 호들갑을 떨더군요.
그러니까 이거는 늙었든 젊었든 남녀를 막론해 놓고 재산이 있든 없든 가난하든 부자든 못났든 잘났든 그거를 떠나서 하는 공부입니다. 아시겠어요?
▲대중 일동: 예.
▲스님: 못났다고 해서 항상 못난 것이 아니고 잘났다고 해서 항상 잘난 것이 아니라는 얘기예요. 여러분! 그런 거에 대해서 슬프게 생각하지 마시고 가난하다고 쥐어짜고 그러지 마시고 마음을 넓고 아주 크게 생각하시고 ‘네 심부름꾼을 이렇게 못나게 태어나게 했어도 너만이 이끌어줄 수 있어.’ 하고는 그냥 진짜로 믿고 나가보세요. 그럼 대성공을 하실 분들이 여기 여러분 계신 것 같습니다.
▲질문자4: 간절히 바라던 지원을 개원하게 됨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공부하는 도중 의정이 생겨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우리가 한철 나왔다가 육신의 옷을 벗었을 때 신령한 의식만 남는다고 했는데 그 의식은 한 점의 불씨로 분리되는 것인지요, 아니면 한마음 바다에 그냥 있는 것인지요? 알고 싶습니다.
▲스님: 꽃씨가 떨어져서 또 꽃이 피고 하듯이, 연어가 자기 몸뚱이를 형성시켜놓고 죽듯이, 우리가 껍데기 헌 옷을 벗으면은 새 옷을 다시 입고 다시 형성이 돼서 나오듯 그렇게 한찰나에 돌아갑니다. 알고 보면 생사가 둘이 아니에요. 우리가 지금 공부하고 차원이 높으면 차원 높은 끼리끼리 모이고 차원이 낮으면 낮은 대로 끼리끼리 모이고 그래서 소천세계·중천세계·대천세계가 있다 합니다. 그거는 왜냐하면 우리들의 마음이 그렇게 만들어놓은 세계지 그 세계가 그대로 그렇게 생긴 게 아닙니다. 우리네 마음들이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한철에 차원이 높아서 한 발을 벗어놨다면 우리는 세세생생에 끄달리지 않을 겁니다. 생사에도 끄달리지 않을 것이요, 자유스럽게 껄껄 웃고 살 수 있는 그런 자유인이죠. 부처님께서도 자유인이시지, 부처님이라는 이름은 모두 둘이 아닌 까닭에 부처라고 했고, 둘이 아닌 까닭에 여여하게, 아까도 얘기했듯이 정맥 동맥이 막 같이 돌아가니까 여래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개별적으로 어느 한 분을 가리켜서 부처라고 했던 게 아니고 여래라고 했던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진짜로 자기를 부처로 만드실 수 있다면 됩니다. 지금 금방 말을 들으면서도 조금 아까 뭐라고 물었는지 그걸 잊어버리고 있어요. 하하하. 아이구 참!
▲질문자5: 스님, 안녕하세요. 저는 청주 흥덕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금년 학기말 고사 때였는데 사회과목 시험을 보는데 한 문제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인공! 이거 네가 풀어!’ 하고 마음 속으로 생각했는데 금방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그냥 주먹이 쥐어지고 책상을 내리쳐서 선생님께 주의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근데 그렇게 하는 공부가 참된 것인지 알고 싶고, 또 어머니께서 공부 좀 잘하게 큰스님께 말씀드리라고 하셨는데, (대중 웃음) 주인공이 있는데 뭐 하려고 말하느냐고 말해보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참된 공부인가요? 또 주인공을 몇 마디 짧은 말로 쉽게 말하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또한 알고 싶습니다.
▲스님: 야, 참! 넌 어쩌면 그렇게 영리하게 말을 잘 하냐. 그런데 너를 끌고 다니는 너의 뿌리를 믿으라는 거다, 응? 그리고 또 너의 겉눈으로 보는 거 겉귀로 듣는 거를 말하는 게 아니고 너를 끌고 다니는 진짜 너의 영원한 친구가 있어, 너한테. 그 뿌리가 바로 그거야. 그러니까 ‘너만이 잘 끌고 다니고 너만이 물리가 터지게 해줄 수 있잖어.’ 생각 안 나면 ‘네가 물리가 터지게 해서 내 손을 빌리고 내 눈을 빌려서 다 하는 거 아니야.’ 하고서 거기다가 맡겨, 응? 그게 진짜야! 아니 그런 보배가 어딨니. 너희 아버지 어머니가 재산을 다 물려준다 하더라도 그런 보배는 얻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진짜 보배를 정말이지 자아내라. 그래서 앞으로 밝게 살아라. 알았지! 부처님 법이 부처님한테 절만 하고 목탁만 치라는 게 아니다.
▲질문자6: 스님 뵈올 날을 몹시 기다렸습니다. 세 가지 질문을 올리겠습니다. 저는 약 7∼8개월 전부터 『無』 『한마음 요전』 또 스님 설법지를 읽고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공부가 잘되는 것 같고 마음이 시원했습니다. 스님 법문을 들으러 청주에서 금왕까지 밤새도록 걸어가 본 적도 있습니다. 주인공이 얼마나 내 몸의 중생들을 통솔할 수 있나 체험해 보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조용한 게 좋아서 밤 11시가 넘으면 산책을 하면서 마음공부를 하는데 내 몸이 나 혼자만의 몸이 아니라고 주인공에 관해 놓아서 그런지 육신을 의식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어디를 가든 주인공이 보호 신이 되어 저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것 같은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님의 법문집을 읽다가도 내가 살고 죽는 것을 정말 다 놓았는가, 유생무생이 한마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져서 한밤중에 산에도 가보고 묘지에도 가봅니다. 또 TV를 보면서 무심을 공부하고 그러는데 이런 것이 잘못된 수행인지 가르침을 주십시오.
▲스님: 그것이 허약해서 둘로 보면 잘못되는 것이고 하나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면은 오히려 잘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체험을 하시려고 그런다면 그 모습으로 행을 해서 그렇기도 하고 다가오는 것도 그렇고 모든 일체를 다 한 군데다가만 놓으시고 한 군데서 나오는 줄 아셔야 됩니다. 한 구멍으로 일체를 넣고 한 구멍에서 일체가 나고 든다는 거를 아시면 건건히 한 군데서 나오고 한 군데로 든다 이 소립니다. 그렇게 경험을 하고 체험을 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놈도 그 놈이고, 체험을 하게 하는 놈도 그 놈입니다. 그게 아직 납득이 안 가십니까?
그러니까 우선에 한 군데로, 한 군데로만 하세요. ‘너만이 체험을 하게 할 수 있어. 너만이 물리가 터지게 할 수 있어. 너만이 네가 있다는 것을 깨우치게 할 수 있어.’ 하는 거요. 모든 거를요. 작은 거든지 큰 거든지 일체 다요. 그래야 옛날의 선지식들이, 바다를 삼키고 바다를 토했노라. 토해서 만 중생들에게 하나도 빼놓지 않고 귀를 뜨게 하고 또는 눈을 뜨게 하고 모든 자비를 베풀어 줬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러니까 그렇게 전체가 한 군데로 나고 한 군데로 드는 것이라는 걸 진짜로 믿고 하세요.
▲질문자6: 두번째 질문을 올리겠습니다. 어느 날 밤 주인공에 관해 놓고 산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문구가 떠오르면서 주인공 불씨와 지구 핵 불덩어리와 우주의 중심 태양이 같은 에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순간 온몸 전체에 땀구멍으로 이상한 기운이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몸이 새털처럼 가벼워졌었습니다. 그때 우주 삼천대천세계를 다 한 손에 넣을 수 있어야 한다는 스님 말씀이 생각나서 우주를 줄여서 손에 넣어보려고 했으나 줄이질 못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며칠 후 꿈에는 온 몸이 한여름에 아이스크림 녹듯이 다 녹으면서 가벼워졌는데 잠을 깨고 나서도 그런 현상이 한참 동안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그런 상태를 또 한번 체험해 보려고 해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게 공부가 잘못되고 있는 건지 잘되고 있는 건지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스님: 한번 우리가 발자국을 떼어놨으면 그 발자국 돌아간 거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 다시 새로이 발자국이 있을 뿐이죠. 그러니까 그거를 뒷걸음질을 쳐서 알 양으로 해서는 안 되죠. 앞으로 뛴 것도 뒤고 뒤로 뛴 것도 앞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그대로 앞으로 체험을 그냥 해나가는 거지 그거를 잡고 늘어지지 마세요. 한번 체험했으면 그대로 또 걸어가면서 다른 것을 체험을 하고 놔야지 그걸 붙잡고 계시면 안 되죠.
그런데 그것을 한꺼번에, 생명의 근본과 지금 말을 하고 있고 생각을 하는, 지금 말을 하고 몸이 움죽거리는 것이 따로따로 있습니까, 어디? 그게 삼라만상 대천세계로 비유해도 됩니다. 한꺼번에 거머쥐고 지금 사람이 행동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질문자6: 그런 생각이 들면서 우주가 다 보이는 것 같은데 그걸 줄이는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스님: 아니요! 죽이는 게 죽이는 게 아니고 살리는 게 살리는 게 아니에요. 같이 동시에 돌아갈 뿐이죠. 그러니까 죽이려고 애를 쓰지 말고 살리려고 애를 쓰지 마라 이 소립니다. 그대로 밝은 불일 뿐이에요.
▲질문자6: 또 한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저희 집은 오래 전부터 천주교를 믿어왔습니다. 저는 마음에 닿지 않아서 잘 가지 않았지만 어머님은 굉장히 열성적이십니다. 지난 늦가을부터 몸이 편찮으신데 다른 신앙인들이 편견을 갖고 있듯이 저를 싫어하십니다. 그래 부처님과 천주님이 이름만 다를 뿐 한 분이라고 제가 말씀을 드려도 이해를 못하시고 완고하셔서 마음의 문을 닫으시고 기복으로 기도만 하시는데, 제가 한마음 주인공에 관해도 공부가 짧아서 그런지 어머니 병환에 차도가 없습니다. 무슨 방편이 없는지 좀 알고 싶습니다.
▲스님: 한생각으로 아량을 베풀면 나으실 수도 있습니다. 또 어머니는 어머니고 나는 나고 이렇게, 어머니가 생각을 둘로 보시니까 그릇이 없어서 담기지 않는 격이죠. 그러니까 병이 낫지를 않는 거예요. 아드님이 아무리 줘도 받질 않으니까 그 병이 낫습니까.
전에 외국에나 이런 데 가서 가만히 종교 믿는 거를 봐도 그렇고요, 모두가 상대를 놓고 둘로 보고 기도를 하고 있어요. 어떤 종교를 막론하고 모두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불교라는 것이 그대로, 단어 그대로 불교는 진리거든요. 불(佛)은 일체 생명을 말하는 것이고, 일체 마음과 마음이 통해서 돌아가고 말과 말이 통해서 돌아가고 통신을 하고 뜻으로 돌아가는 게 바로 교(敎)거든요. 그러니까 어느 개별적인 어떠한 종교를 불교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불교 안에 전체가, 불교가 진리이니까 불교 안에 전체의 종교가 있는 거지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어머니께 그렇게 말씀드리세요. ‘어머니 몸이 나무라면 그 나무의 뿌리는 바로 어머니 마음 속에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어머니 마음 속의 그 주님을 진짜로 믿으세요. 바깥으로 찾지 마시구요.’라고 말씀드리세요. 주님은 나한테 있습니다. 주님만이 몸을 이끌어서 낫게 할 수 있으니까 안으로 찾으라는 그 도리만 일러드리세요. 그러면 대번에 나을 수도 있으니까요.
▲질문자6: 그런데 어머니께 그렇게 말씀을 드렸더니 어머님이 뭐라고 그러시냐 하면요, ‘천주님이나 하느님이 여지껏 높으신 데 있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감히 내 속에 있다고 나보고 그렇게 하라고 할 수가 있느냐?’ 하시는 겁니다. 그렇게 높으신 분하고…. 너무 황송한 얘기가 아니냐고 하시는 거죠.
▲스님: 아이고 참 내! 그렇게 황송하기 때문에 인간으로 태어났지 않느냐고 그러세요. 당신이 없다면 천주가 어디 있고 부처가 어디 있느냐고 그렇게 얘기하세요. 당신이 없다면 무효라구요. 당신이 있기 때문에 상대가 생긴 거고, 상대가 생겼기 때문에 부처고 예수고 천주님이고 만주님이고 다 있는 것이지 내가 없는데 뭐가 있어요. 그래서 난 애당초 어려서부터 내가 못났든 잘났든 내가 없는데 뭐가 있어! 이렇게 나간 사람이에요.
▲질문자6: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한마음 주인공 공부를 하면서 제 마음대로 스님을 스승님으로 생각하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 가까이서 이렇게 뵈었으니 정식으로 스님께 통신망을 연결하겠습니다. 열심히 정진할 수 있도록 한마음 내주십시오.
▲스님: 예! 그런데 여러분 마음 속에다 항상 주장자를 세우고, 내 모습을 믿지 마시고 내 모습을 찾지 마시고, 때에 따라서는 보고 싶을 때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걸 떠나서 우리가 마음으로서 항상 둘 아니게 그저 ‘일체제불’ 한다면 스님까지도 첨부된다는 걸, 끌어다가 모두 마음으로 둥글려서, 아! 돈도 안 드는데 왜 마음대로 못합니까? 둥글려서 하나로 자기 뿌리에다가 그냥 첨부해 놓고서 다 거기에다 맡기세요.
아니, 마음을 그렇게 쓰는 데 돈이 든다면 가난해서 못 한다고 하겠지만 마음 씀씀이를 그렇게 쓰는데 무슨 돈이 듭니까? 무슨 어려움이 있습니까. 왜 마음대로 못하겠습니까? 그저 일체를 둥굴려서 한 군데에다가 밀어 넣으세요.
▲질문자7: 감사합니다. 저는 청년회에 다니고 있는 법우입니다. 제가 며칠 전에 꿈을 꾸었는데, 꿈 이야기를 한 뒤 질문을 한가지 여쭙겠습니다.
며칠 전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스님께서 제자들이 못마땅하신 것처럼 제자들을 향하여 마구 화를 내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스님의 모습은 제가 전에 상상을 하지 못했던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스님을 대하면서 저는 그것이 하나의 놀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묵묵히 내면의 주인공을 향하여 ‘주인공, 이러면 안 되지!’라고 관을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스님께서 퍼부으시던 화가 제게 와서는 오히려 축복이 되어 쏟아지는 법열을 느꼈습니다.
이와 같이 저는 스님께서 어떠한 모습을 하시든지 또는 무슨 일을 하시든지 실망하지 않습니다. 스님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잠을 깨고 나서는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내가 모든 사람들을 스님 대하듯 믿고 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요. 하지만 실제 저의 생활을 돌이켜보면 다른 사람이 나에게 화를 내면 본래 화낼 것이 없음을 알면서도 덩달아 화를 내기도 하고, 상대방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면 이래서는 안 되지 하면서도 뒤돌아서서 흉을 보기도 하고 또한 괜히 마음을 비비꼬아서 혼자 신경질을 내는 때도 있어 이 마음의 작용이 우습기도 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일체 만법이 주인공 자리에서 들고 나는 것을 믿어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참선이라고 하셨습니다. 아무튼 모든 사람들을 스님처럼 대한다면 결코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 이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아서 우선 제가 편안하고 그러하기 때문에 상대방도 편안해지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사람들, 아니 사람뿐만 아니라 축생에서부터 나무, 풀, 미물에 이르기까지 더 나아가 유정 무정, 우주의 만물만생을 스님 대하듯 대할 수 있기를 진정코 바랍니다.
그러면 질문을 한가지 여쭙겠습니다. 요즘은 쌀 개방 문제로 나라 전체가 시끌벅적합니다. 쌀 개방의 불가피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또 쌀 개방 절대 불가를 외치며 삭발 단식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 자신이 볼 때는 어떠한 선택이 과연 올바른 해결 방법인지 아리송할 뿐이며, 그냥 이 문제가 심각한 문제라는 것만 느낄 뿐입니다. 그냥 이 문제를 ‘정치인들이 잘하겠지.’ 하고 정치인들에게 일임하여야 하는 것인지 또는 ‘주인공이 잘 알아서 이끌어가겠지.’ 하고 오로지 주인공에 맡기며 무심하게 지내야 하는 것인지, 나라 전체의 이해가 걸린 쌀 개방 문제에 대하여 스님께서는 어떻게 한마음을 내고 계신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스님: 그런데 말이에요. 물이 흐르는데 어떤 것이 들어온다고 해서 흐르는 물이 시비를 걸지 않습니다. 조금도 걸리지 않고 돌아갈 뿐입니다, 물이 말입니다. 어떤 게 닥치든지 돌아가고 웅덩이가 있으면 거길 채우고 넘어가기도 합니다. 그렇듯이 이건 우리 혼자만의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나는 한마디로 말을 해서 그 쌀 문제 때문에 말이 있을 때 ‘그저 3분의 1이래도 받아들여야 되겠지, 저거 안 받아들이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 겁니다.
그거는 왜냐하면 전체가 쌀 문제만 가지고 거론이 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나가 올라가면 하나가 내려가고 하나가 내려가면 하나가 올라오고 자꾸 이렇게 여러 가지가 한국문제 세계문제로 다 포함돼서 돌아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주식이 아니기 때문에 또 그렇구요.
때에 따라서는 우리가 지금 지혜가 풍부하다면 한국에서 잃지 않고 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쌀에 대해서 정신을 바짝 차려서 우리 한국의 쌀을 잃지 않고 항상 소비되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 내든가, 그렇게 되면 어려운 사람은 살기가 좀더 낫지 않을까, 쌀값이 싸기 때문에 말입니다. 어려운 사람들은 그 쌀을 먹고 좀 저거한 사람들도 또 그 쌀 먹고 이렇게 하면서 나갈 수 있는, 잃지 않고 나갈 수 있는 그런 제도가 필요한데 그렇지 못하죠.
그것도 스스로서 여러분이 마음의 지혜를 잘 응용해야만이 될 수 있지 않은가 이렇게 봅니다. 만약에 마음의 지혜를 잘 낼 수만 있다면 큰 폭으로 아주 성과를 얻을 수 있고, 또 그렇지 못하면 절반, 그렇지 못하면 3분의 1, 이렇게 얻을 수 있죠. 그거는 사람들의 마음에 따라서 사람들이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대처해 나갈 수 있느냐는 그런 제안이죠. 그러면 어떤 분들은 그런 말은 뭐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이렇게 말하겠죠.
그러나 물 흐르는 대로 순리적으로 살아나가는 거지 강제적으로 살아나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거를 안 받아야겠다, 이거를 받아야겠다 이런 게 아니고 그거를 지혜롭게 대치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어느 사람이 개인적으로 나빠서 그런 것도 아니고, 단 하나 지혜가 부족하면 그렇게 되는 수도 있죠. 그러니까 마음놀음이에요, 전부.
그렇게 물으면 내가 뭐라고 대답해, 허허허. 잘하면 3분의 2는 건질 수 있다는, 우리 쌀을 가지고 잘하면 말입니다. 한국에서 농사짓는 것도 폭락이 되지 않고 스스로 지금처럼 잘 진행해 나갈 수 있는, 지금도 뭐 그렇게 잘 저거 하나요? 농사지어서 떼 부자 된 사람 봤어요? 하하하.
다 한마음으로 뭉쳐서, 농사짓는 사람들도 한마음으로 뭉쳐서 생산을 어떻게 해서 어떻게 소화를 잘 시켜서 먹게끔 하느냐 이게 문제죠. 소비를 얼마만큼 갖은 각색으로 하게 만들어서 잘 먹혀 들어가게 해서 먹게 하느냐는 문제가 생기겠죠. 그렇게 하면 될 것도 같구요.
▲질문자8: 스님! 제 딸이 한 20일 전부터 아무 원인 없이 걸음을 걷지 못했습니다. 병원에 갔는데도 전혀 이상이 없대요. 제가 고생을 많이 하고 진짜 안 해본 것이 없이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 선원에 다니는 잘 아는 언니들이 여기 와서 공부를 하라고 일러주었어요. 그래서 그 날부터 제가 열심히 했습니다. 빨래를 하면서도 관하고 설겆이를 하면서도 ‘주인공, 너만이 내 딸을 살릴 수 있어!’ 하고 열심히 관했습니다.
▲스님: 그렇죠!
▲질문자8: 그래서 그런지 애가 좀 활기가 있어 보이고 명랑해졌거든요. 그래서 오늘 데리고 오려고 그랬는데 갑자기 또 토하고 해서 올 수가 없게 됐어요.
▲스님: 당신 믿음을 보려고 그런 겁니다. 하여튼 여러분이 발전을 해서, 여러분이 때에 따라서 아프면 의사가 되고, 때에 따라서 명이 짧으면 칠성이 되고, 또 좋은 데로 못 가면 지장이 되고, 가난하면 관세음이 되고, 또 물에 가면 용신이 되고, 들에 가면 지신이 되고, 이렇게 마음대로 자유스럽게 그 한마음 안에서 마음대로 나와서 함이 없이 보이지 않게 활용을 하니까, 보이지 않게 활용을 하는 것이 보이는 데 탁탁 나오니까, 잘해 보세요.
▲질문자8: 감사합니다, 스님!
▲스님: 일체 호법신이 되라는 얘기인데…. 엊그저께 어느 신도가 다리를 못 쓰는 애를 데리고 왔는데 두 다리로 딛지도 못한다더니 저녁에는 걸어가더라는 겁니다. 허허허, 그 얼마나 마음들이 모두, 아! 병원에 있는 걸 끄집어 내가지고 그냥 달려왔대요. 병원에서는 어떠한 병인지 이게, 그런 자세한 말은 하기 싫고, 끄집어 가지고 그냥 왔더라구요. 그런데 보니까 두 양쪽을 이렇게 들고 왔는데 그런데 갈 때는 걸어갔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모두 여러분 마음의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2003-01-01
 
 
   
   
202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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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