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문화재인 조선왕실의궤가 세월의 풍파를 견뎌내고 89년 만에 환국한다.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는 일본 국내청 황실도서관이 소장한 조선왕실의궤 등 1205책을 원산국(한국)으로 반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한일도서협정’을 4월 28일 일본 중의원에서 비준했다.
일본 국회 절차상 조선왕실의궤 환수를 위해서는 참의원 의결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본 헌법 61조는 조약과 예산의 경우 중의원에 우선한다고 밝혀 이 날 중의원에서 비준된 협정에 따라 무난히 환수될 것으로 전망된다.
환수위는 또 이명박 대통령이 5월 22일 일본을 방문하는 만큼 비슷한 시기에 조선왕실의궤 일부가 반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로써 환수를 위한 민간단체의 끈질긴 노력은 드디어 5년 만에 결실을 맺게 됐다. 조선왕실의궤는 1922년 조선총독부가 일본 궁내청 황실도서관에 기증하면서 불법 유출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조선왕실의궤가 불법 유출되자 월정사 주지스님은 조선왕실로부터 사고(史庫)를 지키라는 수호총섭의 소임을 받는다. 스님은 불법 유출을 막기 위해 노력했으나 국권을 상실한 국민은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85년의 세월이 흐른, 2006년 월정사, 봉선사, 조계종중앙신도회는 옛 소임을 다하고자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를 구성하고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일본은 물론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프랑스와 카자흐스탄, 중국을 방문했다. 또한 문화재반환청구권이 있는 북한과도 협력해 일본 정부와 국회를 설득했다.
이런 아픔의 세월을 견뎌내고 조선왕실의궤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만큼 위원회측은 대대적인 행사를 마련했다. 조선왕실의궤 환수는 임대형식인 외규장각 도서와 달리 완전한 소유권 양도로 그 의미가 더 크다.
5월 12일에는 환국기념 연회와 ‘조선의 보물 왕실의궤’ 환수 탐방이 마련된다. 도쿄돔 호텔에서 열리는 환국기념 연회는 동경 한일 양국 국회의원, 시도의원, 언론인, 사회단체, 종교인 등이 대거 참석해 조선왕실의궤 등의 반환으로 새로운 한일관계 100년을 여는 초석을 다진다.
또한 5월 13~14일에는 왕실의궤 환수 탐방 길에도 나선다. 탐방은 일본 왕실, 국립박물관, 영친왕관저, 일본의회, 동경대 등을 둘러보는 코스로 진행된다.
이상근 환수위 실행위원장 (조계종 중앙신도회 사무총장)은 “조선왕실의궤는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문화적ㆍ미술사적 가치가 공인된 문화재다. 반드시 국보로 지정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