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 중에는 "열심히 기도하고 수행하면 사찰은 저절로 운영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출가수행자의 삶에 충실함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생활고에 어려움을 겪는 스님들이 적지 않다. 또한 여법한 사찰의 운영에도 불구하고 폐사(廢寺)되는 사찰 혹은 포교당을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흔히 사람들은 사찰을 신행공간으로만 인식한 채 그 운영에는 여느 조직과 마찬가지로 재원이 소요됨을 간과하고는 한다. 그렇다고 종교조직인 사찰이 일반기업처럼 수익사업을 전개하기도 곤란하다. 사찰의 재원은 신도의 보시로 확보되는 것이 궁극적으로 종교성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에 과거 초기불교교단에서 출가수행자의 경제행위는 일체 금지되어 있었으며, 그러한 정신은 오늘날에도 계율로써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단락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불자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현대한국사회에서 부처님 재세 시 인도처럼 사찰이 경제행위 없이 운영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초기불교 당시의 출가수행자들은 걸식으로 식생활을 해결하는 것이 인도 고래의 사회풍습이었으며, 또한 거처도 수하암상(樹下巖上)이 권장되었기 때문에 경제행위를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현대한국사회에서는 걸식과 노숙은 기후와 관습의 차이로 여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회 환경의 변화로 교단생활에서 물질적ㆍ경제적 토대를 무시하거나 출가자의 경제행위나 경제활동을 금지한다는 것도 매우 어렵게 되었다.
그렇다면 현대불교교단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에 여법하게 사찰재정을 확충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현재 여러 사찰에서 불교적인 상품과 불교적 문화콘텐츠를 개발하여 사찰재정 확충의 모델이 되고 있다. 불법에 대한 여법성을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사찰경영을 위하여 불교적 상품과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매우 필요하다. 하지만 불교적 상품개발에 앞서 종교조직에 적합한 시행방법을 고민하여야 한다.
수익사업의 시행자는 출가수행자인 스님이 아니라 재가신도(재가종무원)가 되는 것이 보다 여법하다고 사료된다. 율장에 따르면 출가수행자는 금은 등의 진귀한 보물은 물론 돈 조차도 소유하거나 손댈 수조차 없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익사업을 시행함에 있어서도 사찰과는 별도의 공간에 법인 내지 사업체를 설립하여 수익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즉 사찰의 수익사업은 사찰과 별도의 법인 혹은 사업체에서 재가신도(재가종무원)들이 주체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합당하다.
사찰이 수익사업을 시행한다고 하여도 신도들의 기부 행위가 최선이고 수익사업은 차선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사찰은 신도들이 정재를 기진할 수 있도록 신심의 고취와 신행의 제고에 주력하여야 한다. 만일 수익사업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사찰을 운영하고자 한다면 세속의 기업체와의 차이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사찰이 종교적 정체성을 상실하게 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아울러 반드시 고민해야 할 것이 창출된 수익금의 활용 문제이다. 일반기업체에서는 창출된 수익을 일정 기준에 따라 구성원에게 분배한다. 하지만 종교조직인 사찰의 수입과 수익은 구성원들에게 개인재산으로서 분배될 수 없다.
사찰경영으로 발생한 수익은 사리(私利)를 위한 치부가 아니라 사찰의 유지ㆍ운영과 함께, 널리 사회구제활동을 전개하여 중생의 어려움이나 괴로움을 덜어주는데 회향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