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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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토안 위한 108㎞ 마라톤 대장정
구미 대둔사 진오 스님 등 불교108울트라마라톤대회 완주

“앞으로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불교 108㎞ 울트라마라톤’ 완주를 하고 막 도착한 진오 스님(구미 대둔사 주지, 꿈을꾸는사람들 대표)은 지친 표정이었다.
12시간 안에 완주하겠다던 스님은 16시간 45분 59초 만에 들어왔다. 스님은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어 보였다.

스님은 도착하자마자 “토안, 토안”이라며 베트남 이주노동자 토안(27)을 찾았다. 토안은 스님이 도착하기 3시간 전부터 스님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토안을 본 스님은 토안을 살짝 포옹하며 어깨를 두드렸다.

“앞으로 토안과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토안과 같은 이주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안타까운 일로 108㎞를 뛰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짧은 완주 소감 안에는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 진오 스님과 대구 상락선원 혜문 스님, 창원 성불사 승지 스님은 사고로 뇌 반쪽을 잃은 베트남 이주노동자 토안을 돕기 위해 108㎞ 불교울트라마라톤에 참가했다.

토안은 2007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와 일을 하던 중 2010년 7월 교통사고로 두개골 절반을 드러냈다. 3차례에 걸쳐 수술이 진행됐지만 뇌에 염증이 생겨 재수술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토안은 한국에 올 때 빚진 2000만원을 갚고, 가족에게 돈을 보내주다 보니 통장에 남은 돈은 달랑 5만 4000원이 전부였다.

이 소식을 접한 진오 스님은 마라토너 스님들과 함께 토안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108㎞를 달리기로 했다. 1㎞마다 100원을 모금하는 운동도 진행해 200여 명의 동참자를 모았다. 108㎞ 완주하면 한 사람당 1만 800원을 기부해 토안을 비롯한 어려움에 처한 이주민을 돕기로 했다.


4월 23~24일 한국불자마라톤동호회(회장 정해선)와 불교108울트라마라톤조직위원회가 주최한 ‘불교 108㎞ 울트라마라톤’ 이 개최됐다. 진오, 혜문, 승지 스님은 승복 차림이었다. 가방에는 ‘토안에게 날개를 달아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작은 현수막을 달아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보다 많은 이들이 자비 나눔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였다. 오후 6시 출발 직전 진오 스님은 다시 한 번 토안을 포옹하고 나서야 출발했다.

17시간 안에 서울 견지동 조계사를 출발해 신촌 봉원사, 갈현동 수국사, 파주시 보광사, 고양시 흥국사, 정릉 봉국사, 보문동 보문사를 거쳐 조계사로 돌아오는 코스는 쉽지 않았다. 사찰이 산에 있기 때문에 경사도 가파르고, 곳곳에 진행되는 공사는 장시간 뛰어야 하는 이들에게는 장애물 아닌 장애물이 됐다. 하지만 참가자 대부분은 자신과의 도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쉽게 포기 하지 않았다.

108㎞를 17시간 내에 달리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마라톤으로 단련된 스님들이지만 스님들에게도 완주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스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150여 참가자들에게 스님은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았고 토안에게 꼭 희망을 전달하고 싶었다.


24일 새벽 5시 50분 첫 주자가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오전 9시 22분 혜문 스님과 이수완 청각장애 마라토너, 가톨릭 마라톤 동호회원이 함께 15시간 22분 만에 조계사 입구에 도착했다. 혜문 스님은 결승 테이프를 끊기 전 대웅전을 향해 삼배를 올렸다. 스님들 중에서는 가장 빨리 도착한 혜문 스님은 완주 후 더 힘이 넘쳐보였다.

“마라톤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육체가 요구하는 것을 바르게 알아차려 피곤하면 쉬고 빠르면 속도를 늦추면서 템포를 조절합니다. 내 몸을 조율하면서 최적의 상태 즉 극단에 치우지지 않는 중도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앉아서 하지 않을 뿐이지 결국 수행입니다. 내 존재를 바로 보게 되면 자비의 마음으로 이웃을 돌아보게 됩니다. 자비의 마음으로 토안과 같은 이웃을 도울 수 있는 보시의 기회를 모두가 함께 나누게 돼 기쁩니다.”

혜문 스님은 “이번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4월 3일 소백산 마라톤대회, 10일 대구 마라톤대회, 16일 장애인 1004 릴레이 희망 마라톤에 참가했다”며 불자들이 마련한 마라톤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축하했다.

승복을 입고 뛰는 스님들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무심히 지나치던 사람들도 마라톤 하는 스님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특히 울트라 마라톤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 간에는 내 종교, 네 종교도 없으며 장애인 비장애인도 없고, 지역도 국경도 나이도 성별도 떠나 하나가 됐다.

10시 20분 승지 스님이 도착했다. 승지 스님의 승복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승복에 쓸려 양쪽 팔에서 난 피가 잔뜩 묻어 있었지만 스님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수 십 차례 전국 마라톤에 참가해 온 스님은 늘 가사장삼을 입고 뛴다. 승지 스님은 진오ㆍ혜문 스님에게도 승복을 입고 뛸 것을 제안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스님은 가사장삼을 모두 갖춰입고 뛰었다.

“가사장삼이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그 자체가 수행이자 포교이기 때문에 대수롭게 여기지 않습니다. 불자들이 마련한 마라톤에 참여하는 일은 또 하나의 불국토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따랐지만 완주하는 모습을 꼭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이날 대회에서 가장 고령자인 김주원(71) 씨는 42.195㎞ 완주만 56번을 했고, 울트라 마라톤 완주만도 42번 했다. 완주하고 돌아와서도 누구보다 활력 넘쳤던 김주원 씨는“마라톤은 삶에 활력을 준다. 내일이 죽는 날이라고 해도 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철저한 식생활을 통해 내 몸을 살피며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마음을 다스린다”며“운동도 중요하지만 공덕을 베풀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밝혔다.


하기 힘든 어려운 일도 능히 행할 수 있으면 부처님처럼 존중받을 것[難行能行 尊重如佛]이라 했다. 108불교울트라마라톤은 기록을 위해서도, 매달을 위해서도, 성취를 위한 것도, 쾌락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한 발 한 발 내딛음이 수행이었고, 자비를 실현하는 부처님의 걸음이었다.

토안 돕기 전용계좌(농협 301-0078-2684-11 예금주 꿈을이루는사람들)
글=이상언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un82@buddhapia.com
2011-04-26 오전 12: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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