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창립한 인드라망생협은 불교계 생협 중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창립 초기 4억이었던 인드라망생협의 매출액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10억 수준으로 늘어났다. 현재 700명 정도의 조합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는 불교계 다른 생협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2009년 11월 창립한 대불청 ‘연꽃생활협동조합’의 연평균 매출액은 1억이며 조합원수는 340명 정도다. 2007년 7월 창립한 대전불교생협은 5000만원 정도의 연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520명의 조합원이 참여 중이다.
그러나 10년 동안의 꾸준한 활동 속에서 성장한 인드라망생협 조차 스스로를 “시작단계”라고 자평한다. 불교보다 앞서 환경과 생명의 가치를 실천한 천주교와 비교하면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생협매장 ‘하늘 땅 물 벗’의 지난 해 전국 총 매출액은 300억이며 조합원수는 2만명으로 인드라망생협과 비교해도 30배 가량의 차이를 보인다.
맹주형 천주교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는 교육기획실장은 “천주교는 교계 내에 생협활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확산돼 있다. 전통이 오래된 가톨릭 농민회가 탄탄하고 가톨릭의 통일된 구조와 절차가 조직적이다”라고 밝혔다.
가톨릭 농민회는 1966년 창립된 농민운동 단체다. 이들은 종교적 신뢰를 바탕으로 유기농법, 자연농법 등 생명농업을 개발하고 실천해 왔다. 또한 1994년 출범한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와 함께 생명운동의 관점에서 생협을 발전시키고 있다.
가톨릭 생협은 무조건 낮은 단가를 고수하지 않는다. 지난 해 배추값이 폭등할 때도 가격을 무조건 올리지 않고 합리적 가격을 유지했고, 반대로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 때도 농민 보호를 위한 가격 정책을 시행했다.
이은진 환경사목위원회 연구원은 “우리 쌀과 땅을 지키자는 믿음이 있고, 그런 믿음으로 생산된 물품을 조합원들이 믿고 구매한다. 어려움 속에서 신부님들이 농민들과 함께 하면서 신뢰를 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톨릭 신부들은 도시와 농촌 교구가 결연을 맺고 도-농 교류를 적극 추진한다. 농번기나 수확철에는 신부와 신도들이 농촌 일손돕기에 적극 참여한다. 농부들은 함께 땀흘리는 신부와 농민들을 보며 신앙적 믿음을 더욱 확고히 한다.
생협 관계자들은 생협 발전의 3대 요소로 △종교 생협의 가치를 이해하는 생산자(농민) 조직 △생협의 정신으로 생산된 농산물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소비조직 △물류와 유통의 전문성 등을 꼽는다.
그러나 불교 생협은 이 3가지 조건 모두 아직 미흡하다. 불교 역시 생협 활동의 교리적 근거가 충분하지만 미약한 조직력과 재가자와 스님들의 무관심 속에 10년 째 답보 상태다.
인드라망생협은 현재 100여개의 산지에서 물품을 납품받고 있다. 그러나 10년이 경과한 지금도 인드라망의 가치를 이해하는 농민들의 생산물은 7~8곳의 생산지에 불과하다. 대불청 연꽃생협은 농사를 짓는 회원 등을 통해 물품을 공급받고, 대전불교생협은 인드라망생협과 기타 생산처에서 조달하고 있다.
소비를 담당할 도심 불자들의 생협에 대한 낮은 이해도 불교 생협 발전을 가로 막고 있다. 생협 관계자들은 일반 생협 조합원 중에서 불자들이 다수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한 불교와 생협의 가치를 이해해도 시중가보다 다소 높은 가격 앞에서 망설이는 것이 스님과 불자들의 현실이다.
10년 전 초창기 불교계 생협 출범 당시 미숙했던 물류와 유통도 점차 노하우가 쌓이면서 독자적인 매장과 물류센터를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불교생협 관계자들은 생산과 소비를 담당할 농민과 도심 불자들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드라망생협은 1998년부터 귀농이론과정인 ‘불교귀농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같은 해 9월에는 실상사 귀농전문학교가 문을 열었다. 인드라망생협은 이런 교육을 통해 사회적 공동체 회복과 농촌마을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10년이 지난 현재에 이르러서야 귀농자들은 농촌에 정착하면서 본격적인 생산과 판매 활동이 가능해졌고, 이들은 인드라망생협의 생산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인드라망생협은 또 최근 ‘인드라망 제철 꾸러미’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인드라망 귀농학교 이수자들이 횡성에서 여성 및 고령의 농민들과 함께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이다. 귀농자들과 지역민들의 협동의 산물인 셈이다. ‘인드라망 제철 꾸러미’에는 유정란, 손두부, 제철 채소 및 곡류, 밑반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소량 다품종 농사를 짓는 소농을 지원하기 때문에 우리땅과 농업을 지킬 수 있다.
대불청 연꽃생협도 생협 활동의 토대가 되는 생산자망 구축을 위해 전국 회원 중 농민들을 파악하고, 이달 안에 생산자 모임 결성을 추진 중이다.
이정호 인드라망생협 상무이사는 “작년 하반기 스님들 연수 프로그램에 생협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을 넣었다. 이런 교육을 통해 생협이 단순히 건강한 먹을거리 운동이 아닌 마을공동체를 회복하고 사찰과 농촌이 생협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계, 생태생명 시대에 불교가 앞장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