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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히 먼 옛날에 우리도 모르는 우리를 알아보시고, 길 위에 있는 길 일러주신 부처님. 우리 모두가 당신과 같다고 하셨지만 2 천년이 넘도록 부처님처럼 사는 이를 볼 수가 없다. 그 많은 경전을 찍고 그 많은 도량을 지었음에도 세상은 아직도 어수선하기만 하다. 조석으로 종을 치고 북을 울려도 지옥은 늘 지옥이다.
절마다, 길마다 연등이 걸리기 시작했다. 부처님오신날이 또 다가온다. 어느 해 이맘 때 수덕사 마당을 걸었던 적이 있다. 절 마당에 걸린 연등이 봄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오후의 햇살이 짙어 가고 700년 묵은 법당 안에는 행자의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그래도 부처님 다녀가셔서 이 세상 이만하지 싶었다. 부처님 그리운 이 시절, 오늘도 절 마당에 연등을 매달고 다시 한 번 서원한다. 부처님처럼 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