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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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ㆍ말사 참여 없는 수익사업 ‘안개 속’
법인설립ㆍ인증제 등 새로운 발전 방안 검토

종단이 지속적인 개선 요구를 받아온 수익사업에 대해 법인화에 무게를 두고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별도 법인을 설립하게 되면 종단 내부에서 수익사업을 추진하는 것보다 전문성과 다양한 사업 확대가 유리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종단은 조계종 출판사를 별도의 주식회사로 전환했고, 이웃 종교에서도 법인 설립을 통한 수익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익사업이 외면할 수 없는 과제라면 법인화를 통한 사업 다각화로 신도 등 불교계 내부 판매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일반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상조와 생수 등 종단이 그동안 수익사업을 추진할 때면 불교계 내외부에서는 끊임없는 비판이 제기됐다. 생수를 출시했을 때는 조계종이 물장사에 나섰다는 비판까지 받아야했다. 법인 설립은 종단의 수익사업 추진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부각돼 왔다. 종단도 법인화에 대한 공감대가 종단 내외부에 넓게 형성돼 있다고 판단하고 내부적으로 다각도의 검토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조계종은 6월 경 종단 수익사업의 발전방향에 대한 사부대중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추진할 계획이다.

공청회에 앞서 설문조사를 실시해 종단 수익사업에 대한 인식도 조사할 예정이다. 종단은 설문조사와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토대로 수익사업의 발전 방향을 점검하고, 법인 설립의 가능성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종단은 또 ‘인증제’ 도입을 고민 중이다. 인증제는 종단이 인증한 업체의 물품 및 서비스를 각 사찰이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인증제를 도입할 수 있는 분야는 가사, 염주, 양초, 향, 건설, 떡집 등 다양하고, 그동안 수익사업의 개선책으로 여러 차례 제기돼왔다.

불교무설연구소도 2010년 발간한 ‘조계종 재정구조 개선을 위한 수익사업 사례연구와 사업모델 제언’의 보고서에서 “재정확대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 가운데 가정 성공 가능성이 높은 방법이다. 지금부터라도 인증제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해 보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법인화ㆍ인증제, 본말사 참여 관건

하지만 법인화와 인증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두 가지 모두 본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에 성패가 달려 있다. 그러나 종단은 수익사업을 추진하면서 본말사들의 협력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 했다.

조계종은 2004년 보험판매사 KBLP와 협약을 맺고 ‘자비의 보험금 나눔’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당시 종단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전국 각 사찰에서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리 전국 2000여개 사찰 중 70개 사찰에서 90명의 스님이 동참해 350건의 계약이 성사되는 수준에 머물렀다. 더구나 종단이 영리사업으로 수익만을 쫓는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자비의 보험금 나눔’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 하고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종단이 구상 중인 법인 설립을 위해서는 출연금이 필요하다. 더구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경영 전문 CEO와 다양한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본력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 결국 본말사들이 참여를 이끌어내고, 출연금을 납부한 본말사들에게 이익을 돌려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법인 설립 후 산하기구 편재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법인 설립 후에는 안정적 발전을 위해 새로운 수익 사업도 창출만큼 기존에 시행 중인 불교계 수익사업을 법인에 포함시켜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불교계에서는 출판, 생협, 문화사업 분야에서 사업이 운영 중이다. 그러나 법인이 설립돼도 이들을 법인에 포함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조계종 출판사는 이미 별도의 주식회사로 등록돼 있고, 불교문화사업단은 다양한 불교문화컨텐츠를 활용한 업무를 추진 중이나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 받고 있어 법인 설립 후 공존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인증제’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종단에서 각 종 업체와 물품에 대해 ‘인증제’를 도입하고 본말사에서 사용할 것을 권장해도 각 사찰에 이를 강제할 방안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종단이 인증제를 도입해도 사찰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각 개별 사찰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거래해 온 업체들이 있기 때문에 사찰의 이익과 편리성을 이유로 기존 업체들을 선호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찰에 양초를 납품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사찰의 다양한 요구와 주문사항을 만족시키려고 다양한 서비스를 병행하고 있다. 사장은 물론이고 직원들도 우리가 거래하는 사찰의 신도로 등록돼 있고, 사찰의 주요 행사 때면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고 밝혔다.

종단 사업에 대한 각 사찰들의 외면은 수익사업에 대한 신도들의 이해 부족과 저조한 참여로 이어진다. 종단이 상조상품을 출시하고, ‘물장사’라는 비난까지 받으며 생수 판매에 적극적이지만 이런 사실 자체를 모르는 신도들도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사업의 성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가톨릭, 법인 설립 후 매출 170배 증가

가톨릭 서울대교구는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산하에 (주)평화드림을 2004년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본격적인 종단 수익사업을 시작, 3년 만에 매출액이 170배 가량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조계종도 (주)평화드림의 성공에 주시하고 있다.

평화드림은 구매, 레저, 장례 등의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다시 각 분야에서는 의료, 여행, 출판, 가구, 건설, 푸드 등의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조달,구매 전문 아웃소싱 기업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평화드림은 학교법인 산하기관과 교회기관에서 필요한 자재와 집기, 비품 등을 통합 구매해 보급하고 있다.

평화드림은 당초부터 가톨릭 종단 산하의 기관들에서 발생하는 수요를 가톨릭계 내부에서 충족시켜 외부로 유출되는 재원을 회향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출범했다.

예를 들어 가톨릭이 운영하는 8개 병원의 장례식장 위탁운영, 자회사인 평화상조와 연계한 사업 진행, 서울대 교구의 수많은 성당과 공원묘지 활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종단의 한 관계자는 “수익 사업의 성공을 위한 전문성 강화와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법인 설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평화드림을 롤모델로 법인 설립의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천주교와 조계종의 종단 구조가 다른 상황에서 불교계 수익사업을 추진할 법인 설립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천주교가 중앙집권적인 구조를 가진 반면 조계종은 전국 각 25개 교구본사가 독립적인 활동이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불교무설연구소는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의 이사장이 서울대교구 추기경이다. 이를 토대로 평화드림의 다양한 사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조계종은 총무원장이 동국대 이사장을 겸하지는 않는다. 이런 구조에서 법인 설립 후 종단 내부 인프라를 활용한 수익사업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따라서 종단 내부에 수익사업을 전담하는 기구를 편성하거나 급식, 식자재 유통 등 한 분과만을 따로 떼어내 운영을 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기범 기자 | smile2@hanmail.net
2011-04-12 오전 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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