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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으로 찍은 사진…전시회까지
사진동우회 '심상', ‘암자에 길을 묻다Ⅰ’展 열통해 신심 뽐내



“많은 분들이 잘 모르셔서 그렇지, 저희 부천에서는 꽤 알아주는 사진작가들이에요.”

사진동우회 심상(心像)과의 만남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사진동우회라는 말에 여느 동우회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취미생활로 모인 이들이 사진 좀 찍나 싶었는데, 이들이 벌써 사진 활동을 해 온 지도 20년이 훌쩍 넘었단다. 또, 작품 실력을 보아하니 웬만한 아마추어들이 아니었다. 심상에는 이미 사진작가협회에 소속될 만큼 실력이 뛰어난 작가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평균적으로 준 프로급 이상들이다.

더욱 놀라운 건 이들 모두가 다 불자라는 사실이다. 심상의 회원들은 모두 부천 석왕사의 신도들로서, 1989년에 처음 창립된 이후 1990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불교’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어왔다. 불교문화를 알리기 위해 자신들의 재능을 불교포교에 힘써왔음에도 많은 불자들이 ‘심상’이라는 존재를 잘 알지 못한다.

“불자들은 잘 몰라도, 사찰에 스님들은 저희를 많이 알고 계세요. 사진을 찍기 위해 전국의 사찰들을 돌아다니는 이유도 있지만, 매년 전시회를 열고 사진집을 전국사찰에 법보시 해드리고 있기 때문이죠.”

심상은 부천에선 이미 유명 인사들이다. 14년 전부터 지역 내 복지회관과 결연해 가족사진, 칠순·팔순 잔치 사진,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장수 영정사진을 무료로 촬영해 주는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또한 지역 내에서 이뤄지는 웬만한 축제에는 거의 참가해 지역 내 활동을 활발히 해왔다. 그러다 보니 지역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행사에는 심상이 빠지는 일이 거의 없다.

“매년 전시회를 열고 나름 사진으로 불교포교에 힘써왔지만, 회원 수가 적어 전시회 준비하는 것도 벅차 매번 홍보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를 잘 모르시는 불자님들이 많으실 겁니다.”

현재 심상에는 14명의 회원들이 활동 중이다. 이들이 심상과 인연을 맺게 된 연유도 저마다 다양하다. 심상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강향숙 씨는 다른 사진 동우회에서 활동을 해오다 자신이 다니는 사찰의 스님의 권유로 심상에 들어오게 됐으며, 손상훈 씨는 우연히 전시장을 찾았다가 신입회원 모집공고를 보고 심상과 인연을 맺게 됐다. 또한 직장을 그만두고 무료한 하루를 보내다 우연히 ‘사진으로 보는 문화교육’ 강좌를 통해 심상에 들어온 이가 있는가 하면 마냥 사진이 좋아 심상에 들어온 이도 있었다.

강향숙 회장은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 저런 일들로 삶이 굴곡지게 되는데 사진은 그럴 때마다 나를 지탱해 줬다”며 “사진작업은 마치 기도하는 것처럼 수행과 같다”고 말했다.

심상 회원들은 매월 둘째 주 목요일에 정기출사(출장사진)를 나간다. 차량 이동이 많은 주말을 피해 이들은 생업이 따로 있음에도 사진을 위해 일부러 평일에 시간을 낸다. 해가 뜨기 전부터, 해가 질 때 까지 꼬박 24시간 동안 한 컷이라도 더 좋은 작품을 남기기 위해 카메라와 사투를 벌인다. 특히 전시회가 점점 가까워지면 좋은 사진을 한 장이라도 더 찍기 위한 열정으로 뜨겁다.

“항상 전시회 때가 되면 아쉬워요. 더 좋은 작품을 찍고 싶은데 성에 차지 않으면 정말 속상하죠. 다른 회원들의 좋은 작품을 보면 마냥 부럽고요. 그래서 개별촬영을 많이 다니기도 하고, 서로 조언을 많이 구하기도 하죠.”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프로들이라면, 불교 외에도 다른 소재로 작품을 남기고 싶기도 하겠건만, 이들은 “우리나라 문화재 80%가 불교 문화재이듯, 불교에는 작품 소재로 삼을 콘텐츠들이 무궁무진 하다”며 불교를 통해 사진촬영을 하는 게 정말 좋다고 말한다. 좋은 작품을 하나라도 더 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는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다. 20년 넘게 작품 활동을 하다 보니 작품들이 그대로 쌓여만 가기 때문이다.



“부족하지만 저희의 이 재능을 더욱 활용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돼서 아쉽습니다. 전시할 공간도, 사찰에 기부를 하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전시할 공간만 더욱 많이 주어진다면 많은 불자님들에게 저희 작품을 더 많이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부처님의 진귀한 말씀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것처럼, 이들은 이번 전시회를 위해 전국 각지에 흩어진 암자들을 찾아다녔다. 심상 회원들은 산사에 조용히 자리한 암자들의 모습을 통해 세상살이에 쌓여만 가는 번뇌와 집착들을 씻겨 내려가게 한다.

저마다 기억 속에만 존재하기엔 아까운 추억들이 있다. 그런 소중한 찰나를 기억하기 위해 사람들은 사진을 찍는다. 사진은 과거로 안내하는 유일한 길잡이며, 다른 이들에게 새로운 공간을 소개시켜주는 인연이 되기도 한다. 심상이 만들어낸 새로운 인연의 공간 ‘암자에 길을 묻다Ⅰ’전은 4월 22~27일 서울 국제선센터, 5월 9~10일 부천석왕사 전시실, 5월 13~18일 부천문예전시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은정 기자 | soej84@buddhapia.com
2011-04-11 오후 2:58:00
 
한마디
세강 심상의 한문은 心像 으로 수정하셔야 합니다. 잘정리하여 주셔서 감사해요 파이팅!
(2011-04-11 오후 6: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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