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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어렵다. 적어도 한국학중앙연구소 한형조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그럼 불교는 왜 어려운가? 한형조 교수는 다섯 가지 이유를 꼽는다. 첫째는 불교는 상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간과 세계를 바라본다. 바로 시각이 문제다. 불교는 상식과 진리 사이에 아주 깊은 심연을 설정해놓았다.
둘째는 다양성이다. 불교는 고타마 붓다 이후 2500년에 걸쳐 아시아 전역으로 발전해왔다. 대승불교, 반야, 유식, 화엄, 천태, 정토, 선 등 여러 가지 갈래로 그 의미가 전해졌다. 사람들은 이런 불교의 흐름에 어느 것이 진짜 불교인지 갸우뚱한다.
셋째는 언어다. 어느 것이 진짜 불교인지 의심스러워 경전으로 눈을 돌리면 더 큰 난관에 봉착한 기분이다. 경전만 해도 무려 8만4천권이며, 이들은 모두 지금 쓰이지도 않는 한문으로 돼있다. 거기다 팔리어나 산스크리트 같은 말은 그 의미를 더욱 정확하게 전해주지 못한다.
넷째는 경험이다. 지식이란 결국 경험으로 확인돼야 생명력을 얻는다. 육조혜능은 <육조단경>과 <금강경 구절>을 통해 줄기차게 강조했다. “입으로만 경전을 외지 말고 마음으로 믿고, 몸으로 실천하라.” 이때가 바로, 불교에 대한 분명한 ‘믿음’이 생기며, 불교는 구구절절 살아 있는 말씀으로 가슴을 울린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는 표현이다. 불교는 구경이 아니라 방편이다. <금강경>에서도 말하듯, 불교를 버리지 않으면 그것은 불교가 아니다. 이 부분은 불교에서 가장 어려운 대목이다. 한형조 교수는 “그래서 나는 불교가 좋다. 비 억압과 관용 속에서 불교의 가르침은 더 이상 근엄하거나 딱딱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자신의 인생을 구원해 줄 처세서는 이미 시중에 널리고 널려있다. 한형조 교수는 <금강경>을 통해 철학과 종교를 뛰어넘는 좀 더 인생에 대한 통찰력을 심어줄 수 있는 책을 발간했다.
<금강경>은 지금도 절에서 늘 독송되는 대승불교의 핵심적인 경전이다. 한형조 교수는 엽기과 과감을 각오하고 종횡무진 <금강경>을 자유롭게 풀어냈다. 책은 ‘금강경 별기’인 <붓다의 치명적 농담>과 ‘금강경 소’인 <허접한 꽃들의 축제> 두 권으로 구성됐다.
<붓다의 치명적 농담>이 <금강경>이 전하고자 하는 근본정신을 저자가 친절히 ‘별도의 해설’을 통해 쓴 입문서라면, <허접한 꽃들의 축제>는 <금강경> 원문과 이에 붙은 다양한 해석을 새로운 번역으로 펼친 책이다.
저자는 ‘깨달음은 이미 여기 와 있다’고 말하며, 공(空)사상을 강조한다. 불교사의 다양한 굴곡을 질긴 실 하나로 꿰어가며, 소승 아비달마의 분석에서 대승 유식의 정신분석과, 중관의 변증논리, 화엄의 연기적 세계관, 선의 단도직입이 결국 ‘단하나의 진실’을 알려주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한다. 또한 노장의 세계관과 12세기 삼교통합의 체계인 주자학까지 곁들여 한국의 원효의 삶과 사상을 통해 불교의 진면목을 알려 준다.
이밖에도 저자는 불교의 ‘안’뿐만 아니라, ‘불교의 밖’을 설명하며, 서양의 그리스, 로마의 철학, 그리고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사유는 물론, 설화와 신화, 그리고 일상의 에피소드들을 엮어내며 독자적 불교 해설의 경지를 열고 있다.
한형조 교수는 모던하고 경쾌하게, 불교를 ‘종교’가 아닌 ‘인문’으로써 접근한다. 제도나 관습, 집단의 논리를 떠나 오로지 불교가 알려주는 ‘인간학’에 집중한다. 불교의 한문 투에 지친 사람들, 화두라는 일초직입(一超直入)의 험준에 한숨 쉬던 사람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책이다. 유머와 깊이를 다 갖춘 책은 드물다. 불교가 어려웠던 이들이라며, 불교의 도저한 깊이에 빠져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붓다의 치명적 농담·허접한 꽃들의 축제|한형조 지음|문학동네|4만1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