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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끼 밥먹는 것 자체가 행복
국내 최초 미얀마 난민수용소 '누포캠프'를 가다



닭이 울고 개가 짖는 마을.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고 누구도 그 밖을 나갈 수 없는 마을. 사방 2km안에 2만여 명이 살지만 전기,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도 없이 살아가는 곳. 미얀마와 태국의 국경 밀림지역에 존재하는 이곳을 사람들은 미얀마 난민 수용소 ‘누포캠프’라 부른다.

오래 전부터 이곳에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는 영봉 스님을 따라 미얀마 난민수용소 누포캠로 찾은 저자 임연태는, 국내 최초로 그곳의 일정들을 생생히 기록했다.

우리가 하루 세끼를 먹는 일은 너무나 쉽고 간단한 일이지만 누포캠프의 사람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세끼는커녕, 잘 먹어야 두 끼가 고작이다. 식사는 야채를 넣어 끓인 멀건 죽이 전부다.

3월 22일 대한불교진흥원에서 매월 진행하는 ''화요 열린 강좌''에서 저자 임연태는 이곳에서 느낀 감동의 순간들을 이렇게 회고했다. “사는 것에 염증이 났을 때, ‘누포캠프’ 하루 세 끼 꼬박꼬박 밥을 먹고 산다는 것만으로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를 느끼게 해줬다”고 저자는 회고했다. 그리고 “누포캠프의 사람들은 밥보다 그리움을 더 많이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처자식을 두고 홀로 미얀마를 탈출해 불교학교를 설립한 50대 후반의 교사는 미얀마에 두고 온 처자식이 그리워 매일 같이 눈물로 밤을 지새운다. 말라리아로 부모를 잃은 13살의 소녀는 아버지의 친구 집에 동생들을 맡겨 놓고 홀로 미얀마를 탈출했다. 이틀간 맨발로 정글을 걸어 힘들게 누포캠프에 도착했지만, 그 어린 소녀의 마음엔 항상 어린 동생들이 남아있다.

2007년 미얀마 국가에서는 갑자기 기름 값을 2배나 올리고 사찰지원을 끊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사찰지원이 끊기자 생활고에 시달리던 미얀마스님들 4명은 경찰서로 찾아가 이에 대해 항의했지만 승복까지 벗겨 내쫓기는 어이없는 사건이 일어나게 됐다.

이 사건 이후 미얀마의 스님들은 시위운동에 나섰지만, 결국 1250명의 스님들이 옥고를 치루며 갖은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1250이란 숫자는 <금강경>에서 부처님을 따라다니는 제자들의 숫자를 의미한다. 그후 많은 미얀마 스님들은 망명길에 올랐다.

누포캠프에는 7개의 사원이 있다. 이 곳 스님들 역시 망명길에 오른 스님들이다. 스님들은 항상 옥고를 치루는 스님들을 그리워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많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한다. 이들의 그리움이 어떻게 밥과 비교가 될까.

저자는 열흘 동안 이런 많은 이야기들을 누포캠프에서 들으며 “한국으로 돌아가면 이곳에서 보고·느낀 것을 많은 이들에게 전해야 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정글 깊숙이 위치해 있는 누포캠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도 모를 정도로 오지에 위치한다. 때문에 저자는 “‘누포캠프’란 단 네 글자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 책을 발간하게 된 목적이었다”고 말한다.

이들에겐 그리움은 곧 희망이다. 희망이 있기에 그들은 다시 삶의 위안을 삼고 밝게 살아간다. 미얀마 사람들은 90%이상이 불자이다. 처음 누포캠프가 형성될 당시 만해도 누포캠프 사람들의 대부분이 불자였지만 지금 60%가 개신교로 개종한 상태다. 많은 개신교 선교사들이 누포캠프를 찾아와 아이들의 학비, 식량 등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불교신자인 이 아이들이 개종한 것은 안타깝지만, 그렇게라도 아이들이 공부하고 먹을 수 있는 게 다행이다”라며 “이를 보면서 한편으로 우리 한국 승단은 많은걸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영봉 스님과 함께 현재 한 사람당 1구좌씩 매월 아이들을 위해 1만원 돕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책의 수익금은 미얀마 난민수용소의 교육 지원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신한 110-317-048400(임종범)

철조망에 걸린, 희망|임연태 지음|클리어마인드|1만4500원
이은정 기자 | soej84@buddhapia.com
2011-04-11 오전 1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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