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 토론회는 5대 결사 중 상당부분을 수행 결사에 대해 논의했다. 토론자들도 수행관에 대한 자신들의 주장을 적극 펼쳤고, 특히 재가불자와 흥선 스님, 도법 스님과 조계종 기본선원장 지관 스님이 열띤 공방을 펼쳤다.
수행결사에 관한 토론 중 지관 스님은 “불교는 이론이 아니다. 철학적으로 아무리 이해해도 소용없다. 지금 자신의 자리에서 유혹을 떨치고 눈을 뜨면 행복할 수 있다. 삶의 본 모습을 일단 제대로 알아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미산 스님은 “너무 선적인 말씀이다. 나는 사성제가 실제 삶에서 얼마나 실천이 되는지 의문이다. 나는 연기법을 수행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희택 원장도 재가불자들에게 깨달음이 멀게만 느껴진다며 불교가 개인의 행복에 더 관심을 갖고, 대중의 언어로 풀어 줄 것을 주문했다.
박광서 교수는 “불교가 마치 스님과 학자들만 연구하는 것처럼 인식되는 것이 문제다. 사회회향, 일상 하나하나를 수행으로 느낄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수행은 어느 때나 어디서나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게 불가능해지면 불교는 쇠퇴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미산 스님도 “정진의 이유가 개인의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자세가 선방에 필요하다”며 선방 스님들의 수행관 재정립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지관 스님은 “수행에 관한 여러 지적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산에는 큰 나무도 있고, 작은 나무도 있다. 오케스트라에는 다양한 악기들이 화합을 이룰 때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 수행의 여러 가지 모습을 인정해야 한다. 오늘의 지적들은 한국의 선원들이 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으로 생각하고 반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수행 결사에 대한 토론이 뜨거워지면서 선방에만 한정된 현재 수행자들의 모습에 대한 비판이 계속됐다.
박광서 교수는 “1987년 6월 시민들의 집회를 보고 ‘국민들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큰스님의 발언이 방송된 일이 있다. 국민들에게 상처가 되는 발언이었고, 그 때 이미 수행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흥선 스님도 “선원이 나[我]를 쌓아가고 있다. 자신의 위치에서 부처님의 말씀을 따르고 사견이 개입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수행이다”라고 말했다.
방청석에서 토론회를 지켜보던 도법 스님도 “한국의 수행관은 심각하게 왜곡돼 있다. 머리 깎고 정언을 하지 못 하는 수행자와 머리는 길어도 정언을 하는 재가자가 있다면 누가 제대로 된 수행자라고 할 수 있는가”라며 올바른 수행관 확립을 강조했다.
수행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자 지관 스님은 다소 격앙된 어조로 “연구만 하는 교수를 탓할 수 없듯이 수행만 하는 선승을 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들도 불교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또 “현장에서 100% 진실한 언어를 쓰는 사람 누가 있느냐. 어느 누가 부처님과 같은 팔정도를 살고 있느냐. 선방의 낮은 단계 수행자와 사회에서 높은 식견을 갖춘 사람을 비교해서는 안 된다. 전문 수행자들이 질타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