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아픔은 잠시 잊고 인류애를 발휘하는 불자들의 정성이 쉼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 주 동안 아름다운동행을 통해 사찰과 개인 불자들이 일본 지진피해 구호를 위해 전달해온 기금이 25일 오전까지 2억8891만8570원으로 집계됐다. 일본에 파견됐던 조계종 구호팀 선발진은 귀국 후 생수와 식료품 지원이 시급하다고 보고한 뒤 관련 방안을 논의했다.
# 사찰 및 개인 성금 줄이어
일본 지진피해를 돕기 위한 불교계 자비의 손길이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신흥사(주지 우송)와 진관사(주지 계호)는 3월 21일 아름다운동행을 통해 일본 지진 피해 지원금 1000만원을 각각 전달했다. 신흥사와 진관사는 군법당 설립 지원을 위한 기금 2000만원과 1000만원도 별도로 지원했다.
국제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로터스월드(공동대표 성관ㆍ퇴휴)도 일본지진 피해 지원을 위한 기금 1000만원을 같은 날 전달했다. 성관 스님은 “이번 일을 계기로 일본과의 화해 무드가 조성되길 기대한다. 약소한 금액이지만 일본 피해복구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지사(주지 성웅)도 일본 지진 피해 지원을 위한 기금 1000만원과 군법당 설립 및 승가교육진흥을 위한 기금 1000만원을 22일 총무원을 방문해 전달했다.
해인사 고불암(주지 선각)도 지진 피해로 고통받고 있는 일본 지원에 동참했다. 해인사 주지 선각 스님과 총무 심우 스님은 24일 총무원을 방문해 일본 지진 피해 지원금 1000만원과 군법당 설립 지원 1000만원, 민족문화수호기금 1000만원을 각각 지원했다.
선각 스님은 “이 기탁금은 해인사 고굴암 운영위원들의 정성이 모인 것이다. 본말사에도 기금 모금 동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자승 스님은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TV를 통해 위대한탄생이라는 프로그램의 심사를 보시는 것을 지켜봤다. 심사를 아주 잘 하시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에 선각 스님은 “방송으로 내 목소리를 들으니 어색했다. 전 세계에서 방송을 봤다는 사람들이 전화를 해와 새삼 방송의 영향력을 실감했다. 방송 포교의 역할도 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생명나눔실천본부(이사장 일면)도 일본지진피해 구호를 위한 기금을 전달했다. 일면 스님은 25일 자승 스님을 예방하고 일본 구호 성금 500만원과 민족문화수호기금 500만원을 아름다운동행에 기탁했다.
일면 스님은 “얼마 안 되는 액수지만 일본피해 지원과 민족문화수호를 위해 힘을 보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3월 24일 제1차 상임이사회를 열고 일본 지진피해 성금 모금에 26개 소속 종단이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모금된 성금은 한일불교문화교류회에서 모금된 성금과 함께 일한불교문화교류회를 통해 전일본불교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일제의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의 피해자인 합천 평화의집 식구들은 역사적 아픔은 잠시 잊고 일본을 돕기 위한 캠페인에 나선다. 이번 캠페인은 합천 시내 일원에서 28일부터 4월 30일까지 전개될 예정이다.
사찰 및 불교계 단체들의 기부금 전달과 더불어 개인들의 모금 참여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아름다운동행에 따르면 14일부터 시작된 모금 캠페인은 25일 오전까지 집계한 결과 281 곳의 개인 및 사찰에서 2억8891만8570원이 모금됐다.
이중 개인 후원에는 242명이 참여해 4717만9000원이 모아졌다. 호법 부장 상운 스님과 지관큰스님이 각각 1000만원을 후원했다. 김관두 후원자는 지난 아이티 구호 기금에 이어 이번 일본 피해 복구 기금 마련에도 동참해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이 밖에도 아름다운동행의 해피로그 온라인 모금을 통해 1117명이 참여했으며 현재 176만1600원이 모금됐다. ARS 모금도 850건이 접수되면서 255만원이 일본구호기금으로 모아졌다.
아름다운동행관계자는 “실명이 아닌 ‘일본지진돕기’ 등 익명으로 수 십 만원을 입금하는 사례도 있고, 50~100만원의 거액 기부도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피해복구 지원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모금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 여진, 방사능 유출로 인력 파견은 신중키로
조계종이 일본에 파견했던 구호팀 선발진의 보고에 따라 생수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계종은 구호팀 팀장 묘장 스님과 선발진으로부터 현지 활동에 대한 업무 보고를 3월 21일 4층 접견실에서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묘장 스님은 잇따른 여진과 방사능 유출 위험 등으로 현지 상황이 불안하다며 인력 파견보다는 생수와 식량 등 구호물자를 우선적으로 파견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선발진은 특히 일본이 그동안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해왔으나 최근 수돗물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돼 식수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묘장 스님은 “식량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마트에 가면 라면과 핫팩이 동이 난 상태다. 구호활동은 안전을 위해 국가적으로 통제하고 있어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조계종이 출시한 생수 ‘산은 산이요 물은 甘이로다’의 지원 가능 물량을 파악해, 조속히 지원할 것을 지시했다.
총무원 사회부는 현재 300t가량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계종은 또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제를 각 교구본사별로 실시하고, 일본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구호팀 선발진은 일본 파견 후 주일한국대사관, NHK, 적십자사 등을 방문해 구호단체 회의에 참석하고 현지 정보 파악에 주력했다.
선발진은 또 일본의 사찰들이 이재민들의 임시 대피소로 활용되는 등 일본 불교계도 모금 활동과 종단 차원의 대책본부 설치에 분주하다고 밝혔다. 한국 사찰들은 도심에 위치하고 있어, 피해는 없는 상황이며 일본 사찰들의 피해는 일본 내에서도 정확한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조속한 지원 방안을 신속히 검토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