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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만져도 기 뺏기지 않아요
라후라존자를 찾아서- 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 ‘엄지회’ 박종진씨


2000년 조계종사회복지재단에서 발반사 교육이 개설되자 박종진(54)씨는 가족들에게 해줄 요량으로 수강신청을 한다. 이 교육에는 강북장애인복지관(관장 진화)에서의 봉사활동이 필수로 포함돼 있었다. 그렇게 우연히 시작한 봉사활동이 어느 새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교육 과정에는 한 달에 2번 봉사활동에 참석하게 돼있지만 박종진씨는 발반사 봉사활동에 큰 보람을 느끼면서 처음부터 매주 참석했다.

“중증 장애인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많은 보람을 느껴요. 발반사를 받으신 분들이 흐뭇해하니까 더 열심히 하게 돼요. 봉사활동을 하면서 저 스스로도 밝아지는 것 같아요.”

박종진씨는 교육 과정 상 처음 봉사활동에 참석했을 때는 모든 것이 어색하고 힘들기만 했다. 마사지를 받는 분이 아프다고 하면 당황하면서 상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양한 노하우가 생겨 마사지 대상자들과 일상 문제에 대한 상담까지 해주고 있다. 중증 장애인들의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서적 건강까지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발반사 봉사활동을 하면서 많은 대화를 해요. 중증 장애인분들이 일상의 문제로 이것저것 묻기도 하시거든요. 단순한 봉사뿐만 아니라 상담까지 병행하고 있는 것이죠. 저도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가까워지기도 해요.”

박 씨는 현재 5명의 봉사자들과 함께 봉사팀 ‘엄지회’를 꾸려서 활동 중이다. 처음에는 8명이 함께했지만 시간이 흐리면서 건강상의 이유로 몇 몇 봉사자들이 팀을 떠났다.

각 종 봉사활동 활성화되고 있지만 아직도 발반사에 대한 인식은 아직 낮은 편이다. 봉사자들이 ‘기를 뺏긴다’는 인식이 아직도 강하고, 남의 발을 만져야 하는 상황에 대한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반사 봉사자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박종진씨는 10년 이상 활동해 오고 있는 것이다.

“저는 오히려 여기서 봉사활동을 하면 건강해지고 힘이 나는 것 같아요. 제 나이 또래 친구들과 비교해도 제가 건강한 편이예요. 발반사 봉사활동이 참 좋은데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가족들도 박 씨가 봉사활동 참여 후 여유로워졌다며 박종진씨의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봉사활동의 보람과 함께 매주 팀원들을 만나는 것도 큰 활력이 된다. 10년 째 만나다 보니 이제는 가족 같고, 형제 같은 끈끈한 애정이 생긴 것이다. 지난해에는 봉사팀 창립 10주년을 맞아 조촐한 생일 파티를 열기도 했다.

“다니던 사찰이 있는데, 거기서 부처님의 좋은 기를 받아다가 중증 장애인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발반사 봉사로 이 분들이 건강해졌으면 좋겠어요. 불교계 복지관이다보니 불자로서 봉사활동 하기도 마음이 편하고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박종진씨는 봉사도 수행처럼 마음을 닦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봉사활동 초기에는 기도할 시간도 없어 봉사활동을 하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은 싹 사라졌다고 한다.

박 씨의 남편은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안정적으로 대기업에 다니고 있고, 가정에도 큰 불화가 없다. 박 씨는 이 모든 것이 봉사활동에 꾸준히 참여해 부처님의 가피를 받은 것으로 믿는다. 박종진씨는 선문 혜자 스님의 108산사 순례회에도 매주 남편과 참석하고 있다.

“불자들이 봉사활동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같이 봉사하는 봉사자들이 더욱 늘어나서 더 많은 중증장애인들에게 발반사 서비스를 해주고 싶어요.”
박기범 기자 | smile2@hanmail.net
2011-03-21 오후 5: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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