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존재하는 것(존재자)은 어느 것이나 그 조건을 충족하고 있기에 존재가 가능하다. 선하고 의미있는 존재자의 이유만으로 존재가 가능하지는 않다. 불교도 예외가 아니다. 인도불교와 고려불교를 보라. 다르마의 수승함만으로 존재가 가능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존재자의 이유는 현실계에서는 ‘세력’이며, 이것은 ‘포교’에 의해서, 포교는 ‘교육’에 의해서 보장된다. 이에 대하여 만해는 <조선불교유신론>(1910)에서 이렇게 갈파하고 있다.
“조선불교의 유린은 세력이 부진한 것이 원인이다. 세력이 부진한 것은 포교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르친다는 것은 종교의 의무이며, 또한 세력이다. 그리고 발전의 원천이기도 하다.”
여기서 ‘가르친다는 것’은 교화(敎化)로 이해할 수 있고, 이것은 교육적인 방법으로 포교에 연결 짓는 것을 일컫는다. 한국불교의 중흥(세력)은 포교와 교육에 의해 이루어지며, 전략적 귀결은 교육인 것이다. 이렇기에 한국불교 중흥의 조건을 단 하나만 들라면 필시 교육 곧 인재불사를 들 수밖에 없다. 이 교육의 대상에는 불교교단 전체를 의미하는 화합중(和合衆)으로서의 승가(출가자와 재가자)는 물론이고, 일반시민들까지 범주에 넣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재가자교육과 관련하여 유아 - 아동 - 청소년 - 대학생 - 청년 등의 차세대교육이 관건이라고 하겠다. 오늘날의 우리 불교는 차세대에 대한 교육과 포교가 무방비하게 방치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점은 매우 뼈저린 성찰을 요구한다.
법등을 밝히고 있는 이 땅의 사찰에서 불교유치(아)원은 있는 곳도 사라져 가고 있다. 인구 50만의 중형도시에도 불교유치(아)원은 한두 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어린이불교학교를 운영하는 도량은 과연 몇 곳이나 되는지, 불교학생회와 불교대학생회와 불교청년회는 또 어떠한가? 주지스님의 자애심과 관심아래 정기법회를 포함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조직발전을 이루어가고 있는 차세대조직은 희유하게 관찰되고 있다. 이 점이 한국불교의 가장 심각한 고민이라고 하겠다.
이 절박한 고민을 풀어갈 인재불사의 전략적 방향으로 세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첫째, 정확한 통계확보에 기초한 정책수립이다.
교육원과 포교원을 중심으로 차세대조직과 이들에 대한 교육현황을 매년 또는 격년으로 파악하고, 차세대 인재불사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둘째, 교구본사와 말사에 대한 평가에 인재불사 항목을 비중 있게 취급하고, 주지스님 인사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특히 차세대 인재불사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 요구된다.
셋째, 중앙에만 의지하지 말고 교구본사별로 인재불사기금을 확충해야 한다. 교구별로 특색 있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차세대 인재불사 외에도 우리 사회를 리딩해 나가는 불자 전문리더그룹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관리해 나가는 범종단적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국회의원을 위시한 정책결정체계에 불자가 적어 안타까워하는 것은 어리석음에 속한다. 우선 현재의 불자 전문리더들을 파악하고, 네트워킹 하는 메카니즘을 만들어 템플스테이 예산확보 운운을 사후 약방문식으로 하지 않는 실질적 작업을 지금부터라도 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