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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경 천년의 귀환 ‘잃어버린 천년 되찾다’
고려 초조대장경 복원간행본 봉정식 …일반에 최초 공개

“오늘 이 자리는 고려대장경의 1000년을 기념하고, 자축하는 자리이고 잃어버린 1000년을 되찾는 시간입니다. 1000년 전 대장경의 조성을 발원하고, 천년 후 사라진 대장경을 복원해 부처님께 봉정하는 날입니다.”

2011년 3월 19일은 역사적인 날이 됐다. 잃어버린 초조대장경이 1000년 전 모습으로 재탄생됐다. 고려대장경연구소 이사장 종림 스님(한일공동 초조대장경복원간행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이 날을 ‘잃어버린 천년을 되찾은 날’이라고 했다.

고려 초조대장경 복원간행본 봉정식이 3월 19일 대구 동화사 통일대불전에서 봉행됐다. 봉정식은 초조대장경 봉정, 일반인 공개, 인사말, 경과보고, 봉행사, 치사, 법어, 발원문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행사에는 동화사 조실 진제 스님, 주지 성문 스님, 조계종 문화부장 효탄 스님, 고려대장경연구소 이사장 종림 스님, 진각종 통리원장 혜정 정사, 종회 의장 혜명 정사, 대구 부인사 주지 종진 스님 등 300여 사부대중이 참석했다.

복원본 봉정은 성문 스님, 종림 스님, 효탄 스님, 종진 스님이 진행했다. 이어 스님들은 일반인들에게 복원본을 공개했다.


종림 스님은 “1000년 전 거란의 친임으로 사라진 대장경을 복원해 부처님께 봉안하는 날이다. 1000년 전 초조대장경 판목이 봉안됐던 팔공산 부인사와의 인연으로 복원본 봉정식을 팔공산 동화사에서 하게 됐다”며 “새로운 천년의 꿈을 그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성문 스님은 “초조대장경 복원은 불교만의 자랑이 아니라 전 국민이 경축해야 할 일이다. 무엇이 우리의 것이며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 무한 동력이 민족 문화에 있다는 점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은 불교의 사상과 문화”라고 말했다. 이어 성문 스님은 “불교문화를 왜곡, 폄훼하는 일에 대해서는 섭수(攝授)와 절복(折伏)의 자세가 필요하다”며 “초조대장경 복원사업을 위해 수고한 고려대장경연구소 종림 스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조계종 문화부장 효탄 스님은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대신해 낭독한 치사에서 “초조대장경의 새로운 복원불사가 지식 문화사를 아우르는 문화의 르네상스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며 고려대장경연구소 이사장 종림 스님과 동화사, 부인사 및 국내외 소장기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증명법사인 진제 스님은 “고려 초조대장경 중 100권을 1차로 복간해 봉정법회를 여는 것은 다시 한 번 불보살님의 가피를 빌어 한국불교가 세계의 정신문화를 선도하고, 남북평화통일과 세계평화 성취를 발원하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진각종 통리원장 혜정 정사는 “초조대장경 복원의 의미는 첫 글자와 마지막 글자의 모습이 한결 같이 나올 수 있는 1000년 전 조상의 솜씨와 정성을 복원한 것”이라며 종림 스님의 대작불사를 격려했다.


이번에 공개된 복원간행본은 1011년(고려 현종 2년) 조성됐던 우리나라 최초의 한역 대장경 초조대장경이다. 초조대장경은 종이와 인쇄 기술 등 고려의 문화역량이 총집결된 민족 최고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고려의 수도 개경 현화사 등에서 판각 후 대구 팔공산 부인사로 옮겨져 보관해 왔으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조성된 대장경으로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초조대장경 경판은 1232년(고려 고종 19년) 몽고의 침입으로 대부분이 불타 없어졌다. 이후 조성된 것이 해인사 팔만대장경이다. 목판본으로 남아있는 해인사 팔만대장경과는 달리 초조대장경은 목판본은 거의 없다.

이번에 복원된 초조대장경은 6000여 축 중 우리나라와 일본 남선사, 대마도 등지에 남아있는 2500여 권의 인쇄본(인경본 印經本)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고려대장경연구소는 2004~2009년 국내 및 일본에 소장된 고려 초조대장경 인경본 디지털 구축을 완료하고 2010년 2월부터 동화사, 대구시와 함께 고려 초조대장경 복원 간행 사업을 추진했다. 초조대장경 복원간행위원회(공동위원장 종림)는 고려 전통 한지제작법을 이어오고 있는 종이업체를 선정하고 인쇄, 경함 제작 업체 선정에도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했다.

복원간행본의 종이는 두께 0.12~0.15mm, 가로 50cm이하, 세로 28~30cm의 고려지(韓紙)를 사용했다. 감지(紺紙)는 쪽염색으로 본문의 1/2크기를 사용했다. 축(軸)은 배흘림 양식의 모양으로 층층나무에 생옷칠을 해 보존효과를 높혔다. 본문은 23행 14자를 기본으로 구성했다. 먹 인경방식으로 인쇄된 복원간행본은 두루마리 형태로 생옻칠한 소나무 경함에 40권 씩 보관된다.

1차로 제작된 복원본은 동화사에 100권, 대구시에 100여 권을 전달하고 3월 30일 일본 남선사에도 100권 전달할 계획이다.

한편 몽고 침입 때 함께 불 탄 초조대장경 교장(敎藏)의 복원도 하나의 과제로 남았다. 경ㆍ율ㆍ론 삼장의 결집인 초조대장경은 주석서 총서인 교장(敎藏)이 더해져 완벽한 대장경이기 때문이다.

교장은 고려 대각국사 의천 스님이 동아시아 각지에서 수집한 경전 주석서들의 목록집인 <신편제교장총록(新編諸敎藏總錄)>을 바탕으로 개경 흥왕사 교장도감에서 조성한 불교경전 주석서 총서이다.

그나마 인경본 일부와 조선 초 중수 간행된 <신편제종교장총록>이 남아 있어 교장의 존재와 면모를 짐작하고 있다. 고려대장경연구소 등 대장경복원간행위원회는 “교장의 복원 역시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될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글=이상언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un82@buddhapia.com
2011-03-19 오후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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