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와 도심 포교 활성화에 대한 중요성은 불교계에서 이미 오랫동안 제기돼 온 문제다. 불교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젊은층 유입이 시급하고, 이를 위해서는 도시와 지역 사회의 신뢰를 형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사찰들도 자체적으로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면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수행공간이 부족했던 조계사(주지 토진)는 성역화 불사의 일환이었던 삼오모텔 인수를 마치고 3월 7일 인수식을 가졌다. 조계사는 앞으로 삼오모텔을 ‘도심포교 100주년 기념관’으로 활용하며 신도들의 수행 공간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지하 1층은 어린이, 청소년 전용법당으로 사용해 불교계의 취약한 어린이, 청소년 포교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상2층은 설법전 및 사무공간, 지상 1층은 신행생활 휴게공간과 사찰 음식점으로 활용된다.
은평 뉴타운과 인접한 진관사(주지 계호)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강조하며 주민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진관사는 2009년 5월 칠성각 해체 복원 중 불단과 기둥사이에서 백초월 스님의 태극기 및 독립운동 사료가 발굴됐다. 매년 3월 1일에는 주민들과 함께 초월 스님의 뜻을 기리는 추모 법회를 열고 ‘초월 장학금’도 재정해 지역사회 인재 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서울 우면동 관문사(주지 영제)도 도심 포교 활성화와 지역 밀착형 사찰로 거듭나기 위해 문화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아카데미는 종교와 상관없이 참여할 수 있으며 올해 차츰 강좌를 늘려나갈 방침이다.
광주 무각사(주지 청학)는 사찰 내 갤러리를 마련해 주민들이 여가를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불교와 친숙해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재활용 장터 ‘보물섬’는 중고 물품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 지역민들의 친환경 생태적 삶을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보물섬에는 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참여해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부천 석왕사(주지 영담)도 주민친화적 사찰을 지향하며 아름다운 가게, 수영장, 외국인 노동장 무료 진료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이 편의시설을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찰과 가까워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신도시 및 뉴타운 등 도심 포교 활성화에 대한 개별사찰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종단 차원의 의지와 추진력이 미약해 우려를 낳고 있다.
조계종은 2월 22일 서봉사 주지 허운 스님을 신도시 종책 특보로 임명했다. 신도시 종책 특보는 신도시 포교연구와 종교부지 매입 현안을 다루게 된다.
그러나 허운 스님은 “종단의 신도시 종책에 대해 아직 어떤 것도 말할 수 없다. 종단과 현안에 대한 세밀한 연구를 통해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겠다”며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 도심 포교 활성화에 대한 종단의 계획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더구나 조계종은 포교 연구의 기초가 될 신도시 및 뉴타운 개발로 이주한 사찰과 종교용지 분양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안 스님은 3월 10일 열린 제186회 중앙종회 임시회에서 신도시 및 뉴타운 지역 종교용지 분양에 관해 질의했다. 스님은 “신도시 및 뉴타운 도시지역 종교용지 분양 현황과 각 종교별 자료를 요청한다. 분양받은 사찰의 경우 실제로 건립이 이루어졌는지, 이웃 종교와 비교해 답변해 달라”고 질의했다.
그러나 포교원은 자료 확인 기간이 짧아 자료가 준비되지 않았다며 다음 종회 회기 때 보고하겠다만 밝혔다.
현근 스님도 “교세가 자꾸 위축되고 있다. 종단이 현실적으로 재원 마련이 어려우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 포교원은 유관부서와 협의해 실천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교원 포교부장 계성 스님은 “토지 처분금 20%를 종단에 납부해 도심 사찰 부지 매입비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답했다.
토지 처분금은 당초 교구에 관계없이 총무원이 취합해 꼭 필요한 교구 지원과 신도시 포교거점 구축 등에 활용하는 방안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교구본사들의 반발로 교구별로 취합ㆍ활용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불교미래사회연구소가 2010년 1월에 발간한 ‘조계종 교구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판교, 광교, 동탄, 양주, 파주, 김포한강 신도시의 종교용지에 입주한 사찰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32개 경기도 시ㆍ군 중에서 불교가 우세한 지역은 9개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불교미래사회연구소는 “사찰이 도시화를 추진하는 사회 현상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고, 종단과 해당 지역 교구의 신도시 포교 전략 부재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소 측은 또 경기도 내 불교세가 30% 미만인 8개 지역 중 5개 지역이 뉴타운 개발 지역이라고 밝혀 신도시ㆍ뉴타운 지역에 포교가 절실함을 나타냈다.
2005년 불교신문 조사에 따르면 당시 택지개발사업이 이뤄진 58곳의 종교용지 중 기독교는 전체의 60%에 해당하는 35곳의 종교용지를 획득했고, 가톨릭도 17%인 10곳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불교계는 대구 영남불교대학 관음사가 ‘대구 칠곡3지구’에 만든 포교당이 유일했다.
또한 재정 마련을 위한 대출 제도에서도 불교계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웃 종교는 십일조 등 고정적인 수입이 뚜렷하고 교단과 연관된 신용협동조합이 활발해 대출이 용이하다.
그러나 불교계는 고정된 수입을 파악하기 어려워 금융기관 대출이 쉽지 않다. 더구나 스님들이 사찰 건립을 위해 금융기관 대출 자체를 꺼리는 경향도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태고종 열린선원장 법현 스님은 “현실적으로 종교부지 입찰에는 많은 비용과 정보가 필요하다. 총무원만의 힘으로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라고 밝혀 불교계 전체가 도심포교에 관심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