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에서 물의를 빚어 승적을 상실한 출가자가 조계종 사찰인 익산 사자암에서 천도재를 주관해 또 다시 물의를 빚고 있다. 천도재 모집 과정에서도 불교 전통의례가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지역 불자들의 피해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前조계종 승려, 재단불교 생활불교 총재 정다운 스님은 2월 19일 익산 사자암(주지 향봉)에서 ‘축생천도재 및 구제역병 영구소멸기원 법회’ 법문과 천도의식을 주관했다.
전북일보는 이날 천도재에는 조배숙ㆍ이춘석 의원, 유기상 익산부시장, 박종대 시의회 의장, 김영배ㆍ배승철 도의원, 김대중ㆍ김대오ㆍ김정수 시의원, 축림 박관구 대표 및 직원지역 국회의원과 익산시청 공무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법회에는 정다운 스님이 법어와 함께 20여 분간 천도염불을 지내는 등 2시간 동안 법회를 집전했다고 보도했다.
前 조계종 승려 정다운은 총재로 있는 ‘재단법인 생활불교’ 홈페이지에 2008년 회원을 모집해 익산 사자암에서 천도재를 지낸 기록을 버젓이 올려놓고 있다. 천도재는 1회당 동참금 20만원(천도비, 교통비, 식비포함) 1년간 21회를 봉행해 왔다.
‘재단법인 생활불교’ 홈페이지에 작성된 2008년 게시물 중에는 “익산 사자암은 인생전환의 해탈 성지다”며 꿈자리가 뒤숭숭하고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이나 반드시 성사돼야 할 일이 있는 사람,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한 후 돌려받지 못하는 사람 등 총 12개 항목을 3분류로 나눠 그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사람은 자신이 진행하는 천도재를 지내야 한다고 올려놨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불자는 “최근에도 정다운 스님이 신도들과 함께 수시로 사자암에 와서 천도재를 지냈다”며 “2007년경에도 원광대 체육관에서 대규모 법회를 열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역 포교사단 관계자는 “일반 무속인들과 다름없는 방법으로 회원을 모집하고 있어 조계종은 물론 불교계 이미지를 실추하고 있었다”며 “교세가 열약한 전북지역에서 불교전통의식인 천도재가 한 출가자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개탄했다.
이어 그는 “조계종 승적도 없는 정다운 스님이 익산 사자암에까지 멀리 와서 수차례에 걸쳐 천도재를 지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서 가장 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지역 스님들인데도 정작 말을 안 하고 있다. 지역 포교사들은 정다운 스님이 사자암에서의 천도재를 중단해줄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정다운 스님은 현재 서울에 있으나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정다운 스님의 측근인 생활불교 관계자는 “향봉 스님이 사자암에 신도도 없으니 사자암으로 와서 천도재를 지내달라고 요청해 간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사자암 주지 향봉 스님은 “정다운 스님이 조계종 승적을 반납한 것은 사실이지만 천도재나 영산재 등에 타 종단의 기능보유자가 와서 법회를 보는 경우는 흔히 있어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스님은 “정다운 스님을 모시게 된 것은 염불을 내가 못할 뿐 더러, 구제역 천도를 지내 달라는 사람들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향봉 스님은 평소 천도재 봉행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음에도 사자암에서 꾸준히 봉행된 데 대해서 대답을 회피했다.
스님은 “이번 구제역 천도재는 청정지역이던 전북에 구제역이 발생하자 익산시와 시의회, 도지사, 국회의원 등이 미륵산에서 산신제 등을 지내고, 미륵산에 있는 사자암에서도 천도재를 지내겠다는 의사를 전해와 지내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조계종 호법부는 “조계종 승적이 말소된 사람이 조계종 사찰에서 법회를 집전한 것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구제역 관련 천도재와 관련하여 법회를 주관한 것으로 지역언론에 보도된 익산불교사암연합회장 지광 스님은 사자암의 천도재와 익산 사암연합회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