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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응기 동국대 제2대 의무부총장겸 제13대 동국대의료원장이 3월 3일 취임 1년 만에 재임됐다. 4일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그를 만났다. 민응기 원장은 흰 가운을 입고 나타났다. 진료를 막 마친 그는 흰 가운이 잘 어울리는 편안한 인상의 의사였다. 동국대의료원, 쉽지 않은 자리에 원장 보직에 재임하게 된 것을 축하(?)했다.
“보직을 맡는 것은 궁극적으로 봉사이고 희생입니다. 명예를 위한 것이나 재물을 쌓기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 지난 1년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습니다. 교직원과 의료진 모두에게 참 고맙습니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 같습니다.”
2010년 3월, 취임 1년 만에 일산 동국대병원은 2010년 상반기 흑자에 돌입했다. 지난해 약 20억 흑자를 내면서 도약 단계에 진입했다.
“그동안 기초공사를 한 것입니다. 최종 정산을 해 봐야 알겠지만 경산 수지 흑자로 돌아섰으니 이제 해 볼만 한 거죠. 이제는 걱정 보다는 어떻게 키울 것인가, 어떤 비전으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고민만 남았습니다.”
지난 1년 민응기 원장은 교수나 직원들에게 자립 할 때까지 인내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의료원의 재정 상태를 공유했다. 허리띠를 조여야 하는 상황을 정확한 통계 수치로 보여줬다. 직원 모두가 조금 더 나은 살림을 위해 동참할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했다. 동시에 성장한 만큼의 대가가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갈 것임을 약속했다.
“10명이 10개의 일을 하는 것 보다는 8명이 10개의 일을 하고 더 많은 대우를 받도록 해 병원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려고 합니다.”
민응기 원장이 말하는 가장 훌륭한 운영방향이 직원들의 만족, ‘내부 만족’이 최우선이다. 모든 직원이 고객이라는 생각으로 운영을 해 직원들의 만족감을 높인다면 결국 일의 효율은 물론 모든 서비스의 질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내부 만족은 우수인력유치와도 관계가 깊다. 민응기 원장은 “외부에서 완벽한 실력을 갖춘 이는 한 가족이 되기 힘들다. 또 조건이 좋은 곳으로 눈을 돌리기 쉽다”며 “우수인력 확보는 자체 양성이 돼야 한다. 업무에 익숙해지고 자신감이 붙었을 때 이직하지 않도록 만족감을 줘야 한다”고 했다.
“길게 보면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직원간의 화합입니다. 병원 시스템 상 진료와 행정파트의 화합은 어렵습니다. 종교를 통한 화합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학교법인으로 세운 병원이 자칫 영리만을 추구하는 모습으로 비춰질까 우려도 되지만 민응기 원장은 “학교법인이기 때문에 돈을 목적으로 세운 병원은 아니지만 일단 자생적으로 살림을 할 정도는 돼야 한다. 살림을 잘하면 얼마든지 하고 싶은 사업, 교육, 연구, 봉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국대의료원은 특성화 사업으로 양한방 협진 강화는 초창기부터 추진하는 사업이다.
“서양에서는 대체 보안의학 연구가 한창입니다. 자연적인 처방과 치료에 관심을 갖고 동양의학, 한방과의 접목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양한방 협진으로 한방의학의 재활과 동시에 동국대의료원 만의 색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한의학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발전이 더디게 진해되면서 신빙성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한의학은 중국보다 발전된 부분이 분명히 있다. 동국대 의료원은 과학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양의학으로 보충해준다면 양의학과 한의학의 윈윈전략이 승산을 이룰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양방 한방 교수가 함께 하나의 주제로 연구를 하면 협진 연구비 등으로 연구를 독려 하고 있다.
“양한방 협진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양한방이 단번에 한마음으로 운영되기는 힘들죠. 서로가 서로에게 차츰차츰 얼마나 젖어 들어갔는가가 중요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마음으로 끌어안아야 하는 문제입니다. 개원 6년 차가 되면서 일산 의료원은 서로가 상당히 익숙해져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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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신규 등록 환자 확보의 열쇠는 물론 동국의료원의 발전 방향은 지역사회에 있다고 봤다. “우리나라 국민은 명품친화 정서가 강합니다. 병원에 가는 것도 병원 이름을 보고 가는 성향이 있습니다. 고양시나 수도권에 위치한 특성상 우리는 병원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지역사회에 만족을 주는 것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백화점 상품이 아니어도 훌륭한 상품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가듯 말이죠.”
동국대의료원은 ‘불교’ 병원이다. 민응기 원장은 사람들이 ‘불교’라는 이미지가 주는 벽을 허물고 싶다. 이에 작년부터 스님 뿐 아니라 신부, 수녀, 목사 등 이웃 종교인들이 병원을 이용하면 최대 25% 의료비 감면 혜택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 “조계종 종립병원이지만 이웃종교 기도실도 마련해 진정한 불교의 자비와 포용의 정신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밖에 불교호스피스를 체계화하고 전문가를 조직화할 계획도 잡고 있다. 민 원장은 “암 말기 환자 등 임종 직전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가톨릭 등 이웃종교 호스피스를 벤치마킹하겠다고 밝혔다.
2005년 동국대 일산병원이 개원하며 동국대와 인연을 맺은 민응기 원장은 “동국대 역사가 105년이 됐다며 나이 든 것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나이든 만큼 성숙한 것을 자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국의료원은 이생을 떠날 때까지 평생인연이 될 것 같습니다. 동국대 의대를 졸업한 학생들이 세상에서 날개를 펴고 자신있게 날 수 있도록 제자와 후배 양성에도 매진하고 싶습니다.”
민응기 원장은 평소 힘이 들 때면 앉은 자리에서 명상을 하거나 정각원 법요집 ‘마음을 다스리는 글’ 등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린다. 그는 동국대 의료원이 의료법인으로서 교육과 학문의 발전, 양질의 진료서비스를 하는 것이 진정한 포교라고 강조했다. 민응기 원장은 진정 의왕 부처님의 제자였다.
1977년 서울대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제일병원 산부인과 과장, 함춘여성클리닉 대표원장, 보건복지부 인공수정전문위원회 위원장, 동국대 일산병원 산부인과 진료부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