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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달이 기울면서 도량엔 긴 그림자들이 내려 안기 시작했다. 밥 냄새 물고 올라간 후원의 연기가 여기저기 밥 때를 알리고 다녔다. 도량 위 차밭에선 백구 한 마리가 고양이를 쫓고, 이 고랑 저 고랑으로 도망 다니던 고양이는 간신히 나무 꼭대기로 올라가 숨을 돌렸다.
앞뒤 없는 풍경소리가 도량을 흔들고, 경을 넘기던 스님의 손끝에는 어느새 목탁이 걸려있다. 멀리 차 밭에서 백구가 짖는다. 백구가 생각이 많아진 것 같다. 나무 밑을 떠나지 못하고 계속 짖어댄다. 나무에 매달린 고양이는 백구가 돌아가기만 기다리고 있다. 후원의 밥 냄새도 도량의 그림자도 점점 짙어만 갔다.
공양하고 나오니 백구도 고양이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선가 백구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된 걸까. 백구와 고양이는…. 보고 들은 것 때문에 늘 세상이 궁금해진다. 지금 보고 듣는 것들이 늘 세상을 궁금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