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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돌에 깃든 부처님의 온기
전통방식 구현하며 40년 외길인생 걸은 석장조각 남진세의 첫 개인전



돌은 인간의 문명과 문화를 일으킨 근원이다. 특히 석조문화는 조상들의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감성과 예술혼, 미학적 가치를 동시에 발견할 수 있는 소박하면서도 완전한 조형물이다.

석장조각 남진세는 최근 차갑고 딱딱한 돌에 부처님의 온기를 불어넣은 돌 조각전을 3월 13일까지 대구 성당동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선보인다. 점차 전통의 맥이 사라지면서 전통불교조각을 찾아보기 힘들어지는 가운데 전시에서 선보여지는 25점의 석불조각은 마치 감로수와 같다.

전통조각이라 하더라도 돌조각은 사용되는 도구에 따라 작품의 전체적인 느낌과 질감이 다르게 나타난다. 남진세 조각가는 이번 전시에서 현 시대에 주로 사용하는 개량된 연장으로 완성한 조각, 개량된 연장으로 완성된 작품을 다시 전통 수작업과 정다듬으로 완성한 조각, 작품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전통연장을 그대로 사용한 조각들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게 했다.

관람객들이 3가지 기법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들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직접 눈으로 비교하고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석가모니불’은 원석을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전통수작업으로 정다듬해 여느 작품과는 달리 부드러운 곡선의 느낌과 돌의 질감이 잘 살아 있다. ‘석련지’ 역시 전통 기법을 그대로 재현해 남진세 조각가의 섬세하고 정교한 기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일찍이 우리 조상들은 바위에 혼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해, 돌을 신의 현현으로 여겼다. 조상들의 이런 염원은 결국 석불조각으로 이어졌으며, 우리나라의 석조물 제작 기술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게 됐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화강암에 불상을 조각하지 않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스스로 개발한 기술로 화강암에 불상을 새겼다.

그러나 점차 시대가 변하면서 돌을 제대로 다루고 전통 방식을 고집하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어 졌다. 특히 석불상 조각은 부처님의 자비심을 돌 속에 새기는 것이 염화시중의 미소를 헤아리는 것만큼 이나 어려운 일이 됐다.

남진세 조각가는 돌을 잘 다루는 몇 안 되는 조각가 중 하나다. 그는 2006년 제21회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에 ‘석가모니불’로 대상을 수상할 만큼 실력이 뛰어나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거친 돌의 질감을 잘 살려, 온화함이 느껴지는 부처님을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특히 일반 조각가들처럼 상호(相好)의 외관 비율을 7~8등신으로 작업하지 않고 6등신으로 작업한 것은 부처님의 자비심을 더 잘 느낄 수 있게 해 훌륭하다는 반응이었다. 전통문화의 돌조각들이 점점 값싼 수입공예품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는 시점에서 이번 ‘남진세 돌 조각전’은 장인의 숭고미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053)606-6114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3월 13일까지전시

“석공예를 처음 시작하게 된 건 그저 먹고 살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일을 계속 할수록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더군요. 앞으로 제가 해 나가야 할 일도 결국 이 일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남진세 조각가를 보며 떠올린 말이다. 그가 석공예 길을 고집한지도 벌써 40년 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처음 외삼촌 밑에서 돌가루를 마시며 조각을 배우던 소년은 현대와 전통기법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장인이 됐다.

“첫 개인이라 무척 두렵고 떨립니다. 특히 전통조각을 전시하는 자리가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돌조각으로 전시를 여는 데 있어 그가 이토록 마음을 졸이는 것은 그만큼 전통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플라스틱 등으로 만든 불상들이 중국, 인도에서 값싸게 들어오면서 한국 불모들의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작되고, 장인의 혼이 들어간 작품은 그만큼 가격이 고가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차 한국 불모들이 외면당해 갔죠. 제가 이번 전시를 통해 알리고 싶은 것은 비싼 불상이 좋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 아니라, 부처님이 어떻게 만들어 지고 어떤 부처님을 모셔야 하는지를 알려드리기 위함입니다. 전통방식으로 구현된 저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나라 문화가 어떻게 이어졌는지 알리고 싶습니다.”
이은정 기자 | soej84@buddhapia.com
2011-03-07 오후 12: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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