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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이해선은 어느 날 우연히 들쳐본 책갈피에서 낯선 주소가 적힌 종이쪽지를 발견한다. 그것은 그가 10년 전, 인도 라다크를 여행하며 만났던 자신을 쏙 빼닮은 스칼장 아몽의 주소이다.
라다크는 히말라야 깊숙한 곳에 자리한 오지다. 국내에선 <오래된 미래>(헬레나 노르베르 호지 지음)를 통해 유명해진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척박하고 황량한 땅이지만 티베트 불교를 믿는 순박한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곳이다.
기억 속 저편에서 잃어버린 추억을 다시 찾은 저자는 당시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들에게 선물할 사진을 들고 라다크로 발길을 옮긴다.
저자는 자신에게 군장돌마라는 이름을 지어준 노승 롭상 눌보, 축제장에서 한없이 기쁜 표정으로 춤추던 어린 라마승 아짐바 소남, 라다크식 막걸리인 ‘창’에 보릿가루 ‘참바’를 타서 마시는 걸 한 끼니로 삼는 마부들, 친구의 구멍 난 모자 기워준 것을 보더니 자기 것도 기워 달라며 일부러 손가락 구멍 만들어 내미는 어린 라마승들까지…. 저자는 10년 전 그곳을 여행하며 맺은 인연을 따뜻한 기억으로 간직하며 재회한다.
스킬장 아몽의 집은 첩첩산중 히말라야의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에 위치한 누부라 밸리 마을이다. <인연 언젠가 만날>은 저자가 인연을 찾아가는 여정과 그들과의 재회가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펼쳐지고 있다.
그만의 서사적 전개는 10년 전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과 어떻게 해후할 지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10년 전 라다크를 여행하며 10루피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려줬던 소년이 이미 세상에 없다는 것을 저자가 알게 된 대목에서는 깊은 슬픔과 인간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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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스칼장 아몽과 재회한 저자가 전설 속에 등장하는 신비의 동굴 사원을 찾아가 여름 한철을 보내는 과정은 읽는 이로 하여금 마음 치유의 시간을 갖게 한다. 사원은 사람이 살 수 없을 만큼 황량하며, 꽃도 사람도 없는 외로운 땅이다. 하지만 척박한 땅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어린 라마승들과 달리, 저자는 외로운 자아와 만나며 힘겨운 나날을 보낸다.
저자는 그렇게 여름을 보내며 서서히 자신의 마음을 치유한다. 어린 라마승들과 깊은 인간애를 나누면서 극한까지 내몰린 자신을 보듬는다. 저자는 그렇게 마음을 치유하면서 동굴 사원의 일상을 현미경처럼 섬세하게 관찰하고 이를 사진과 글로 풀어냈다.
책은 여행의 단상만을 토해내는 여느 여행 에세이와는 다르다. 알 수 없는 잠언들로 꽉 채워진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그들과의 인연 속에서 풀어내는 그만의 종교적 성찰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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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언젠가 만날|이해선 지음|꿈의지도|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