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은 5대 결사 중 하나로 ‘생명결사’를 내걸었다. 또한 주요내용으로는 ▷생명살림 방생/순례 ▷불교적 가치관에 입각한 생명존중 의식 확대 ▷생명살림을 위한 청규 제정 및 시행 등을 제시했다.
종단이 ‘환경결사’가 아닌 ‘생명결사’를 제시한 것은 결사 발표 당시 전국을 휩쓸었던 구제역 파동의 영향이다. 종단은 ‘생명결사’를 한국불교의 자성과 쇄신의 하나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스스로 ‘환경’을 뛰어넘어 이 땅의 ‘생명’ 모두에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정작 생명결사의 주요내용이나 현재 종단이 검토하고 있는 세부 실천 방안들은 환경문제를 크게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고의 폭을 넓혀 환경 문제가 아닌 진정한 생명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2009년 11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용산 참사 현장을 방문해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당시 총무원은 자승 스님의 방문을 기점으로 우리사회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 각계각층과 머리를 맞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자승 스님이 용산 참사 현장을 ‘방문’한 것에 그친 것과 달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등 천주교는 용산 유가족들과 끝까지 투쟁에 함께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이와 관련 김영국 연경사회문화정책연구네트워크 운영위원은 “방문 자체도 너무 늦었다. 정말 생명결사를 하겠다면 중생들이 고통받는 현장에 함께해야 한다. 70년대 기독교가 그래서 비약적 성장을 이룬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또 “사패산 터널도 강하게 반대하더니 결국 20억에 합의했다. 구제역 파동도 미리 살처분을 반대하지 못하고 뒤늦게 천도제를 올렸다”며 진정한 생명결사를 위한 강력한 실천의지를 강조했다.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도 ‘생명’의 의미를 ‘삶’에 한정시키지 말 것을 강조했다. 단순히 살아있는 것을 존중하는 수준의 생명결사는 죽음을 회피하고 생에 집착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종단이 제시한 생명결사의 주요 내용 중 ‘생명살림 방생’은 무명의 감옥에서 자신을 해방시키는 의미를 가져야한다고 밝혔다. ‘생명살림을 위한 청규’에 대해서는 모든 생명체가 자신의 동생임을 깨닫고 소욕지족하는 삶 자체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우희종 교수는 “불가의 생명존중은 생멸을 넘어선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중중무진의 연기적 세계에서 피어난 한 송이 꽃이며 존재 그 자체가 관계에 의한 것이다. 생명체를 존중하는 것이 곧 관계성을 존중하는 비폭력이다”라고 말했다.
이해모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은 비불교적, 반생명적 의식 및 제도의 개선과 5대 결사를 아우르는 평화인권재단 설립을 제안했다. 생명의 범위를 폭 넓게 포괄하고 부처님의 생명존중 가치를 현대사회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할 연구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2006년 작성된 불교환경의제21의 실천적 실현도 제시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생명의 가치를 전국민적 운동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생명선언문을 마련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풀어간다면 한국불교의 국내외적 위상을 높일 수 있다. 이는 불교만이 주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종단은 현재 생명결사의 실행계획에 대한 실천안을 마련하고 내부 의견을 수렴 중이다. 총무원 사회부도 자체 워크숍 열고 실천안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현재 실천안은 가정과 사찰, 교구본사에서 실천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제시돼 있다. 가정에서 장바구니 사용 안 하기, 음식물 남기지 않기, 사찰에서 나눔 장터 상시 운영, 고효율 기기 사용, 교구본사 환경위원회 조직, 생명실천 모범 사찰 선정 등이 논의 중이다.
총무원 사회부 공승관 팀장은 “관련부서와 협의해 구체적인 안을 확정할 것이다. 불교환경의제21도 다시 검토하면서 생명결사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들은 반영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