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無 “종단 내부 지행 겸비한 리더 부재”
소통 無 “동원된 개혁 성공 사례 역사적 전무”
협력 無 “중앙종회조차 5대 결사 추진 무감각”
감동 無 “총무원장 1080배라도 올려야”
“이번 결사는 권력의 정점인 총무원이 제안하고 집행하고 있다. 집행력 담보는 쉽겠지만 아래로부터의 동력이 없는 현실에서 비제도권의 자발적 역량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정웅기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총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5대 결사를 총무원이 주도하는 만큼 장단점이 명확하다며 대중들의 자발적 참여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이런 노력이 실패할 경우 한국 불교의 사회적 위상은 크게 후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계파 중앙종회의원들과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준)은 ‘조계종 5대 결사에 대한 토론회’를 2월 24일 불교역사문화기념관 종회분과회의장에서 열고 성공적 실천 방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가졌다. ‘조계종 5대 결사의 방향에 대한 제언’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정웅기 총장과 참석자들은 총무원 주도의 5대 결사가 일반 대중과의 소통과 참여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웅기 총장은 “결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래로부터의 역량을 조직해야 하는데, 이 일은 현재의 종단 구조에서 만만치 않아 보인다. 총무원도 교구본사별 토론을 주문했지만 실제 교구에서 공의를 결집하는 과정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진행될지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총무원-교구본사-말사로 이어지는 조계종의 구조와 위에서 아래로 종무행정체계를 통해 지침으로 전파되는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5대 결사를 발표할 때부터 대중들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한 뒤 발표했어야 하는데 순서가 잘못 됐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정웅기 총장은 또 현재 조계종에 지눌 스님이나 요세 스님, 성철 스님과 같은 지행을 겸비한 탁월한 지도자도 없고, 총무원 밖에서 결사의 내실을 강화해 줄 창의적 세력도 없다고 진단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해서 대중들에게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총장은 “아래로부터 대중이 참여할 수 있으려면 구성원 간에 최소한의 신뢰가 필요하다.총무원장 이하 집행부부터 개인적 기부는 물론이고 자신의 사찰부터 투명하게 재정을 공개하고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종의 자주 선언이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돈에서 파생됐고, 국민들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 국민들로부터 5대 결사에 대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재정의 투명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정 총장은 시혜적 차원의 돈은 과감히 받지 않고, 문화재관람료는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웅기 총장의 발제 이후 토론회 참석자들은 자유롭게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하며 5대 결사의 성공적 실천 방안을 모색했다. 퇴휴 스님은 총무원이 ‘결사’를 제시하면서 주도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혼란스럽고 현재 5대 결사가 행정중심의 동원령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퇴휴 스님은 “역사를 봐도 동원된 개혁은 실패했다. 민족문화수호를 함께 끌고 간다는 것도 억지스럽다. 5대 결사를 민족문화수호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 같다. 제도권인 종단이 불교 자주화를 말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퇴휴 스님은 5대 결사의 구체적 실천을 위해 투명하고 공정한 종회의원 선거, 국고지원금 집행의 투명화, 특권층이라는 생각을 탈피 할 것을 주문했다.
법안 스님도 민족문화수호와 5대 결사가 혼재된 문제를 지적했다. 스님은 민족문화수호위원회 활동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100일 회향을 기점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안 스님은 “이제는 결사를 통해 국민적 신뢰를 얻어야 한다. 5가지 구호만 남기고 끝나서는 안 된다. 내부 성찰을 강화하고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컨텐츠가 필요하다. 이미 제시된 5대 결사 이외에 우리가 자성하고 쇄신할 것이 무엇인지도 고민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법안 스님은 사찰의 재정 공개와 스님들의 차량이용 제한 지침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변화가 시작돼야 국민들이 조계종이 변화하고, 국민에게 다가서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5대 결사보다는 민족문화수호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오용승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사무총장은 “5대 결사로는 국민적 공감을 얻기 힘들다. 민족문화수호의 틀을 확산시켜야 불교계가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행동이라는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날 토론에서는 5대 결사가 총무원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대중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현상이 중앙종회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앙종회 의원들조차 5대 결사를 관망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앙종회는 5대 결사가 조계종의 미래가 달린 중요 사안임에도 현재까지 중앙종회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의견이나 실천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법안 스님은 “총무원이 결사를 추진하면서 종회 의장단과도 논의가 없다보니 종회의 관심도 떨어진다. 종단 특성상 바닥에서 의견이 올라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어차피 종단이 시작했으니 종단이 자세를 낮춰서라도 결사를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장기적 성공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연 스님은 쇄신과 결사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만큼 기부와 나눔 문화의 확산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5대 결사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상훈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 정보관리국장도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세부적 지침이 있어야 한다. 주지 스님들부터 변해야하고, 교구본사들이 교구의 특성에 맞는 실천 방안들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연 스님과 지용 스님은 5대 결사의 성공을 위해서는 결국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강한 의지와 솔선수범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총무원장이 5대 결사 추진을 위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불교계 내부에 먼저 그 의지를 펼쳐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심이 묻어난 감동적 솔선수범이 대중의 참여와 의견을 모아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지연 스님은 “민족문화수호 결의대회도 대회만 끝나면 그만이라는 인식도 있다. 원장 스님이 교구본사를 방문하면서 5대 결사를 위한 1080배라도 한다면 말사 신도들까지 다 모일 것이다. 그렇게 대중들에게 감동을 이끌어내면서 내적 쇄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용 스님은 “총무원장 스님이 강한 의지는 갖고 있는 것 같은데 관망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들이 문제다. 5대 결사는 미래 불교의 존립이 걸린 문제다. 실패하면 다시는 일어서기 힘들다고 느끼는 스님들이 많다. 총무원장이 종운을 걸고 정치적 결단을 내려서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