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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눈빛은 마음 속 욕심을 경계하는 죽비"
근승랑 작가, 법정 스님 입적 1주기 맞아 ‘비구, 법정法頂’ 사진집 출간


법정 스님의 입적 1주기가 지났다. 1주년 추모법회를 앞두고 길상사 주지였던 덕현 스님이 홀연히 모습을 감추는 등 시끄러운 잡음들도 있었지만, 스님의 1주기를 추모하기 위한 발길들은 끊이지 않았다. 스님의 입적 1주기를 맞아 추모 여행, 추모 서적들이 출간 되는 등 스님의 흔적을 더듬기 위한 사람들의 행보도 줄을 이었다

최근 사진작가 근승랑씨는 법정 스님 입적 1주기를 맞아 스님을 기리기 위해 추모 사진집과 법정 스님 법문 육성 동영상을 제작했다. 또한 3월 2~8일 서울 관훈동 토포하우스에서 ‘비구, 법정法頂’ 추모 사진전도 함께 연다. (02)734-7555


신도들조차 몰랐던 스님의 일상
"사진집 통해 무소유 정신 느끼길"

무소유. 단 세 글자로 법정 스님은 세상을 충격에 빠트렸다. 하나라도 더 자기 것으로 만들기 급급한 세상에서 아무것도 소유할 필요가 없다는 스님의 말씀은 세상의 죽비가 됐다. 스님의 말과 존재는 급기야 ‘법정 신드롬’을 일으킬 만큼 세간의 이슈가 됐다.

사람들이 이토록 스님에게 열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단지 ‘무소유’하라는 법정 스님의 말 때문이 아닌, 그 말빚을 갚기 위해 평생을 가난과 벗하며 살아온 수행자의 모습에 감동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스님의 곁에서 스님을 지켜본 지인들은 무서울 정도로 ‘무소유’ 정신을 실천하다 가신 분이라고 말한다. 스님은 사소한 물건 하나도 곁에 두는 법이 없었다. 스님이 남기신 건 평소 입으신 가사가 전부였다.

사진작가 근승랑씨가 출간한 ‘비구, 법정法頂’ 사진집은 그래서 의미가 깊다. 신도들조차 몰랐던 법정 스님의 알려지지 않은 일상의 모습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사진 기자들 사이에선 법정 스님은 사진 찍기 힘든 인물로 유명하다. 워낙 자신의 모습을 남기기 싫어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근승랑 작가의 사진들은 더 가치 있고 귀한 자료이다.

“저와 스님만이 통하는 눈빛이 있었습니다. 그 눈빛을 제게 보내면 그땐 카메라 셔터를 멈추고 렌즈를 놓아야만 했습니다. 절대 사진을 찍지 않았죠.”

근승랑씨 사진집에 수록된 사진들은 2004년 가을부터 2010년 3월, 법정 스님이 입적하시기 전까지의 기록들이 담겨있다. 2004년 일간지 사진기자로 일하던 작가는 취재차 길상사를 찾았다. 불교에 문외한 이었던 그는 그 길로 7년 동안 출근 전 길상사에 들러 사진 공양을 올렸다.

“법정 스님의 모습을 카메라에 제대로 담기 시작한 건 사진공양을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난 후부터입니다. 가을 정기 법문을 마친 법정 스님이 경내 한 바퀴를 돌 때 사진을 찍었는데, 당시 스님의 눈빛은 날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만약 그 때 그 눈빛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사진 공양은 이어갈 수 없었을 겁니다. 그 눈빛은 마음속의 욕심을 경계하는 죽비이자 사진 공양을 지탱하게 하는 힘이었으니까요.”

그의 사진집에는 불제자로 사셨던 스님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신도들에게 법문하러 가기 위해 나서면서 “노래 부르러 가볼까?”라고 표현했던 스님, 불자에게 깊이 고개 숙며 감사를 표하는 스님, 빳빳한 행전을 매는 스님,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차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향을 음미하는 스님, 안경을 끼고 글을 쓰시던 스님 까지 다양한 스님의 모습이 18컷의 사진에 녹아있다.

작가는 “7년간 길상사에서 찍은 사진만으로 구성된 사진집이라 스님의 진면목을 알리는 데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처음부터 불교와 스님을 잘 알았더라면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 텐데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나이 들수록 선하게 나누고 싶은 마음 대신 아집만 들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사진집을 통해 독자들이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과 평생을 불제자로 사셨던 흔적을 조금이라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구, 법정|근승랑 사진·지음|동아일보사|4만8000원
이은정 기자 | soej84@buddhapia.com
2011-02-25 오후 4: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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