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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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물처럼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
동국대 불교문화硏 양정연 연구교수 타이완 싱윈 선사 불교 경제관 조명


돈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음으로 몰기도 한다. 누구는 돈 이야기에 한숨부터 쉬지만, 누구는 돈 때문에 행복한 생활을 영유한다. 불교에서는 돈을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닌 존재라 말한다. 황금이 독사일 수도 있지만 도(道)를 닦고 법(法)을 전하는 자량(資糧)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중점연구소 양정연 연구교수는 <인간불교의 경영과 실천>을 출간해 불교의 경제관을 새롭게 정리하고 있다. 책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절인 타이완 포광산(佛光山)을 창건한 싱원 선사의 경영 원칙과 체제를 바탕으로 재가불자들이 지켜야 할 경제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1967년 싱윈 선사는 타이완 불교의 총본산인 포광산을 건립했다. 포광산은 12만 평에 달하는 부지에 소속 스님만 2000명, 신도 수만 100만 명에 육박한다. 또한 세계각지에 200개에 달하는 사찰을 거느리고 있다.

포광사는 단지 규모면에서만 의미가 있지 않다. 양정연 교수는 싱윈 선사가 이런 대규모의 사찰을 어떻게 관리하고 운영되는가에 초점을 맞춰, 불자들이 어떠한 경제관을 지니고 앞으로의 미래를 건설해 갈지를 설명하고 있다.

포광산의 경제관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지혜로서 금전을 대체한다. 돈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하며, 사찰의 경우 반드시 출가자가 머무르는 사원에 쓰여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권한이 있는 자는 금전을 관리할 수 없고 금전을 관리하는 자는 권한이 없다. 돈과 권한의 분리를 재무관리의 준칙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승가 귀속되고 물질은 균등하게 나눈다. 네 번째는 신도에게 저축한다. 다섯 번째는 여러 집안의 밥을 먹되 한 집안의 밥을 먹지 않는다. 여섯 번째는 신도와 금전 거래를 하지 않는다. 마지막 일곱 번째는 함부로 보시를 청하지 않는다.

포광산은 청정한 재산이 없다면 청정한 법을 전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적인 경제개념이다. 불교에서 금전이라는 것은 시방(十方)에서 시방으로 나가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대중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재산을 잘 사용하려면 재산에 대한 건전한 개념이 있어야 한다.

재산을 구한다는 것은 일반 사람들의 공통적인 바람이다. 그러나 재산은 마치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으나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고 하듯이, 선(善)한 인연으로 모든 것을 성취할 수도 있고, 선하지 않은 인연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돈이 제 아무리 많다 해도 언젠가 다 써 버릴 날이 온다. 중국에는 “백만금의 재산이 하나 가지 기술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다. 배워 익힌 기술 하나가 그 어떤 재산 보다 나으며, 반야의 지혜가 있다면 그것은 돈보다도, 기술보다도 더 좋다는 뜻이다.
또한 <금강경>에서는 “사구게를 수지한다면 그 공덕은 삼천대천세계에 칠보를 보사하는 것보다 더 수승하리라”라는 구절이 있다. 법 보시의 경우 적더라도 그 공능(功能)이 무궁함을 말하는 것이다.

재산은 얻는 것 보다 어떻게 운용하는 가가 훨씬 중요하다. 돈은 있지만 충분하지 않을 때, 어떻게 재산을 운용해야 하는가는 우리 생활에 더욱 중요한 과제다. <잡아함경(雜阿含經)>에는 “한 몫은 먹는데 쓰고, 두 몫은 살림에 쓰고, 나머지 한 몫은 간직해 뒀다가 곤궁할 때 대비한다”라는 말이 있다.

돈을 아무리 번다하더라도 예기치 못한 일들은 언제 어디에서 닥칠지 알 수 없다. 천재지변, 질병, 도둑으로 부터의 강탈, 불효한 자식의 재산 탕진 등 돌발 상황들은 축적된 재산을 잃게 만든다. 불경에서 이를 일컬어 재산에는 오가(五家)를 공유한다고 말한다.

싱윈 선사가 30여 년 전 대중들에게 설파한 경제개념들을 중심으로 번역된 이 책은 앞으로 돈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사명감을 갖게 하는 새로운 지침서가 될 것이다.

인간불교의 경영과 실천|싱윈 편저|양정연 옮김|동국대학교출판부|1만2000원
이은정 기자 | soej84@buddhapia.com
2011-02-25 오후 4: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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