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현재 한국불교의 자주성이나 독립성의 문제는 국가나 정권의 문제이기 보다는 불교내부의 문제거나 종단 지도부의 의지 문제다. 교단 내부에서 대정부 활동에서 교세에 의지해 합리적 논리를 저버린다면 교단의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할 것이다.”
조계종 승가교육진흥위원회(위원장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가 2월 23일 주최한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2월 대토론회’에서 박세일 서울 국제대학원 교수는 현재 불교계가 주장하는 정부권력의 종교 침해의 원인이 종교 내부에 있다고 역설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교분리의 원칙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는 입장과 사회적 역량을 높이기 위해 보다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입장이 서로 갈려 토론을 전개해 눈길을 끌었다.
박 교수는 이날 토론에서 “현재 한국불교가 국가나 정권에 예속돼 자주성과 독립성을 잏고 있는지에 ‘아니다’고 답을 내렸다”며 “한국불교는 법률에 의해 전통사찰의 재산활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지만 스님들의 원력만 있다면 불사하고 포교하는데 적어도 제도적 정책적 장애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엄정한 정교분리의 원칙에 종교의 권력화도 예외는 아니다”며 “불교교단의 국가정책에 대한 주장을 정부가 제대로 듣지 않는다고 ‘소통과 대화의 상대로 삼지 않겠다’ ‘사찰의 출입을 막겠다’고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불교적 발상인가?”가로 지적했다.
“한국불교는 역사상 그 어느 시대보다 훌륭히 자주성과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종단 지도부가 교세에 의지해 합리적 논리를 저버린다면 바로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
박 교수는 불교를 비롯한 종교계가 사회활동에 앞서 교세를 기반으로 정부에 정치적 영향을 발휘하는 것을 강력히 비판했다.
박 교수는 “종단 지도부 스님들은 불교를 외호ㆍ홍포하기 위해 제도와 예산 등의 부분에서 정부와 협상해야 하고 때론 협조를 구하는 일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교단의 대정부 활동이 합리적 논리가 아닌 교세에 의지하게 되면 종교 관련 중요 정책을 정부의 시혜적 결정에 의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각종 정책에 대한 종교계의 개입으로 인한 유착관계가 정치권력의 종교계에 대한 개입에 대한 빌미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 |||
“어떤 이유에서도 종교는 권력을 이용하려 해서는 안된다.”
“인권과 국가공동체 생존 문제에서는 입장 표명 가능하다.”
박 교수는 “최근 조계종이 ‘정부와 한나라당을 대화와 소통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불교적 방법인지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다만 박 교수는 국가 정책 중에 종교계가 기본적인 인권과 공동체 생존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을 표명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현재 불교계가 처한 상황을 극복하고 중흥을 이끌기 위해서는 구호로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치밀한 합리적 논리가 불교계 내부에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대정부ㆍ대사회에 필요한 기준과 논리가 준비돼야 하며 불교사회과학원과 같은 불교정책연구기관이 활성화되야 한다”며 우선 과제로 제안했다.
또 △역경의 완성 △계율정신의 회복 △수행가풍의 확립 △승가교육제도의 개혁 △포교활성화와 세계화 △종단과 사찰운영의 합리화를 주요 과제로 들었다.
#“종교차별 원인제공 불교계, 큰 책임 있어”
이날 토론자인 보광 스님도 불교탄압과 종교차별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광 스님은 “엄밀히 말하면 불교계 에 큰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님은 불교의 자생력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고 현재 종단이 진행하는 5대 결사 등 자발적인 결사 운동으로 이를 극복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스님은 “선수행만의 정체성 강조로 생긴 일반신도들의 신앙적 갈증을 메우기 이해 가각신앙운동인 결사운동과 함께 타력신앙의 논리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불교, 성찰도 좋지만 자부심 가져야”
반면 첫 번째 토론자로 참가한 민족문화수호위 위원장 영담 스님은 “법치국가에서 종교는 정치와 무관할 수 없다”며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결벽증은 오히려 자신에게, 또 국민들에게 피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정치를 정치권력과 정치력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종교는 국민적 합의를 근거로 법을 만들고 고치는데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또 스님은 불교 중흥에 대해 “한국불교는 피해자란 범주에서 벗어나 인고하며 수행해온 내공을 보여야 한다”며 “1954년 200여 비구승이 2000만 불교신자와 조계종 1만 3000여 스님이 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민족문화수호와 자주, 자립을 당당하고 자신있게 얘기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철저한 결사정신 만이 살 길”
‘한국불교 교단과 국가’를 주제 발제한 원택 스님(조계종 화쟁위원회 부위원장)은 “불교가 정권에 예속 돼 온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 할 것으로 그 결과는 늘 법난에 준한 사태였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스님은 “불교계가 국가의 압박을 받을때는 우선적으로 불교 내부의 힘이 미약했기 때문”이라며 “중국 예경 논쟁에서 혜원 스님이 수행정신과 교리이해로 법난을 극복하고 사회신뢰를 지켜나간 것과 같이 지금 종단은 성철 스님의 봉암사 결사 정신을 상기해 철저한 수행으로 일반 대중의 선망을 받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이어 “그럼에도 조계종 홀로 정부와 투쟁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종단 협의회를 활성화해 불교중흥을 위해 범불교도 종합 발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도들은 불교신자란 확신 가져야”
세 번째 토론자로 참석한 김병준 국민대 교수도 이와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김병준 교수는 “사회적 활동을 하는, 특히 남성들 중 불교신자로 공표하는 사람의 수가 많지 않다”며 “이유는 ‘불교’로 표현해 좋을일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크고 작은 ‘고소영’ 현상을 두려워하는 것인데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스스로 불교신자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실로 많은 것이 변하고 또 혁신돼야 한다며 이어진 토론장으로 마이크를 넘겼다.
이날 토론회는 강연 위주였다는 지난 토론회에 대한 대중들의 지적으로 방식을 변경해 청중 토론이 전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