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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권 강화, 나와 이웃의 인권 보장 버팀목”
불교미래사회포럼… 서울대 조국 교수 초청 강연
“인권보호는 반드시 일정한 사회적 비용과 부담 그리고 다수자의 개인적 손실이 수반된다. 다수자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고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은 결코 인권이 아니다”

서울대학교 법학과 조국 교수가 2월 23일 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25차 불교미래사회포럼에서 인권과 사회권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조 교수는 <진보집권플랜>,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 <보노보 찬가> 등 활발한 저술과 각 종 사회활동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조국 교수는 이 날 강연에서 1980년대 민주화 투쟁 이후 우리 사회가 개인의 정치, 종교, 표현의 자유 등 자유권이 급성장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유권과 함께 ‘국제인권규범’의 하나인 ‘사회권’에는 아직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80년 6월 항쟁이후 자유권이 신장됐지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표현의 자유 등이 후퇴하고 있다.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미네르바가 구속당한 것과 촛불시위 참가자와 PD수첩 기소, 박원순 변호사 손해배상 청구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조 교수는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개인과 언론이 법적 제재를 당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유신 시대 국가 모독죄의 민사적 부활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조국 교수는 소수자의 인권을 살펴보면 한 나라의 인권 수준을 알 수 있다며 우리 사회의 소수자인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저소득층, 형사 피의자ㆍ피고인 등이 겪고 있는 고통을 소개했다.

현재 50만명 이상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제도의 한계 때문에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합법적인 경로인 ‘고용허가제’를 통해 취업을 하면 불법체류 상태에서 취업한 경우보다 급여가 1/3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외국인 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취업 후 근무지에서 이탈, 불법체류자를 ‘선택’하고 있다. 더구나 악덕 고용주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체불 급여 지급요구에 대해 단속반에 신고하겠다며 묵살하고 있다.

조국 교수는 “70~80년대 우리도 외국에 취업해서 고생했던 기억을 잊고 있다. 국내 외국인노동자나 혼혈인들이 단일민족 혈통을 더럽힌다고 낙인찍혀 멸시받고 있다. 반면 한국계 외국 스타는 연일 뉴스에 보도되면서 환영받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이중성을 지적했다.

조 교수는 장애인에 대한 처우를 살펴봐도 우리 사회의 야만성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애인을 사회적 약자로 생각하면서도 정작 집 근처에 장애인 시설이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대한다는 것이다.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경우도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이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도입되지 않고 있다. 2008년 9월 미국이 한미 연례세계종교자유보고서 이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고, UN도 수차례 지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형사 처벌 외에는 다른 방안이 없는 상태다.

조국 교수는 “한 참 활동할 시기의 젊은이들이 병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몇 년씩 감옥에서 생활한다. 과연 이것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어떤 이득이 있는지 알 수 없다”며 대체복무제 도입을 미루는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조 교수는 형사 피의자와 피고인 권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1992년 신림동 청수장 살인 사건을 예로 들었다.

당시 강력한 용의자로 조사를 받던 한 경찰관은 언론의 집중 보도와 수사 압박을 견디지 못 하고 거짓 자백을 하게 된다. 1심 재판 중 진범이 잡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는 더 이상 정상적 사회생활이 어려운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

조국 교수는 “범죄자라고 하면 모두 연쇄 살인범이나 흉악범을 떠올리지만 1%의 억울한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피의자ㆍ피고인을 위한 권리와 인권보호에 국가가 나서야 한다. 모든 피의자를 무조건 범죄인 취급하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사회적 양극화, 빈부격차의 심화도 사회권 확립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현상으로 제시했다. 과거에는 교육이 계급 상승의 효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전 국민이 대학입시와 사교육에 빠지면서 교육 자체가 양극화돼 현실에서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계급이 고착될 뿐이다.

부모의 직업이 흔들리자 아르바이트 시장을 전전하고 있는 청소년이나 최근 지병과 굶주림으로 사망한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의 경우도 사회양극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을 위해 조국 교수는 사회권에 대한 인식 강화를 주문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권위주의 정권을 경험하면서 자유권 수호에는 민감하나 사회권은 개인이 해결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장벽으로 작용한다.

조국 교수는 “사회권에 대한 낮은 인식은 심각한 복지 문제를 가져온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으로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현실의 고통보다는 수월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박기범 기자 | smile2@hanmail.net
2011-02-23 오전 9: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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