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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초조대장경이 조판 된지 1000년이 되는 해이다. 고려대장경은 1500여 종의 문헌, 5200만 자를 수록하는 신화적 산물이다. 그러나 前 고려대장경연구소 소장인 저자 오윤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고려대장경은 ‘다 가짜’라고 단언했다.
초조대장경의 저본은 송나라의 개보대장경이다. 저자는 “글씨는 개보대장경을 엎어놓고 베낀 것이며, 이 초조대장경을 다시 베낀 물건이 현재 해인사에 보관돼 있는 재조대장경”이라고 밝혔다.
“고려대장경은 중국 것을 베꼈으니, 짝퉁의 원조를 제대로 베낀 셈”이라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대장경이 ‘단 하나의 오자도 없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저자는 “‘마치 한 사람이 쓴 듯 글자가 정연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이다’라는 말들은 낯부끄러운 얘기들이다”라고 말했다.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해서 오자가 없지도 않다. 저자는 “18세기 초 일본의 학승이 확인해 보고 고려대장경의 정확도를 입증하기는 했지만, 재조대장경에는 교정을 한 기록인 <교정별록>이라는 책이 있다. 그 책 안에도 오자가 여럿 나타난다”고 말했다.
흔히 대장경은 불교의 경율론 3장을 모아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대장경에 포함된 1500여 종의 책 중 3장에 속하지 않은 문헌만 100여 종 가까이 된다. 기원전 2세기 서부인도를 점령하고 있던 그리스계 메나드로스 왕과 승려의 논쟁이 담긴 <나선비구경(那先比丘經)>이 대표적이다. 이 책은 그리스 철학과 불교철학의 역사적 만남을 다룬 저작이다.
아예 다른 종교의 성전이 포함된 경우도 있다. <금칠십론(金七十論)> <승종십구의론(勝宗十句義論)>은 불교 입장에서 보면 외도의 문헌들이다.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대장경들에는 경교(景敎)의 문헌 3종을 포함한 일본의 <대정신수대장경>(1912~1925)도 들어있다. 경교는 중국 당나라 때 장안으로 들어와 정착했던 기독교의 일파, 이른바 네스토리우스파의 성서들이다.
저자는 “발칙한 가정이지만, 1000년이 지나면 대장경에 <성경>이 들어갈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장경은 순수하게 부처님의 말씀과 가르침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불교 경전이 결집되고 이후 1000년이 흐르면서 동아시아 지식의 흐름들을 꽤 많이 녹이고 있다.
5000만 자가 넘는 큰 규모의 문헌집성인 고려대장경은 이처럼 오랜 세월에 걸쳐 광범위하고 뿌리도 희미한 문헌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저자는 송나라 개보대장경으로 시작해 초조대장경 그리고 재조대장경으로 이어지는 교정이야기를 책을 통해 풍부하게 다루고 있다.
저자는 “대장경에는 적잖은 오자들고 있고, 문맥이 맞지 않는 부분들도 있지만,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자랑할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저자 오윤희는 1993년 해인사 고려대장경연구소 설립에 참여했으며, ‘불교문헌자동화연구실’ ‘비백교학연구소’ 등을 창립했다. 2005년 고려대장경연구소 소장에 취임해 2010년 까지 ‘한일공동고려초조대장경 디지털화 사업’을 완료하고 ‘고려대장경지식베이스’ ‘고려대장경이미지연구지원시스템’ ‘고려대장경-돈황사본 대조연구지원시스템’등의 프로젝트 기획을 추진했다. 또한 2006년 ‘고려대장경 천년의 해’ 기념사업을 제안, 추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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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경, 천 년의 지혜를 담은 그릇|오윤희 지음|불광출판사|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