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없는 운동 시스템 메아리 없는 외침 그쳐
사회 실질적 변화와 흐름 대처 역량 요구
불교시민운동은 80년대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통해 형성된 의식을 통해 교단의 전근대성과 비민주성을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1994년 종단개혁 이후 불교시민운동은 교단 개혁을 위한 활동영역을 점차 넓혀 갔다. 종단개혁 뿐만 아니라 생태환경, 남북평화, 사회복지, 국제구호사업, 외국인 노동자 등 소수자를 위한 시민운동까지 확대하면서 대중적 관심을 받았다. 불교시민운동의 성장기에는 불교시민단체가 종단과 정부에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강력한 견제와 비판의 기능을 하는 것만으로도 대중의 호응을 얻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10년 이상 이어진 운동방식은 불교시민운동을 관성과 타성에 빠지게 했다. 현실 이해와 인식 부족, 시민운동 내부의 관료주의와 매너리즘 심화, 사회적 이슈 선점 실패,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축소로 지도력 상실 등이 실패의 원인이 아니었는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사이 활동가들은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성장했고, 인터넷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 등을 통해 더 유연하고 신속하게 문제를 이슈화하며 새로운 시민사회운동을 펼쳐가고 있다.
불교시민사회의 이런 현상은 최근 홍역을 앓고 있는 불교환경연대 뿐만 아니라 50여 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단체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한 발 나아가 우리 사회 시민운동 전반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현고 스님은 “NGO 전반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적 소통의 방식을 통한 대중 참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금 시대가 시민환경운동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사회구조 또한 기존의 형태로는 어렵다”고 했다.
과거 수경 스님과 지율 스님의 활동은 늘 언론에 이슈화 됐다. 두 스님이 반대 활동에 나서면 정부는 공사를 중단하는 시늉이라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 시민사회 운동의 영향력은 급감했다. 특히 다수의 종교계와 진보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 최상위 국정과제인 4대강 정비사업은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반대 운동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응, 시민운동단체의 대력은 무력하기만 하다.
차명제 녹색재단 부대표는 “시민운동을 통해 찬반 논쟁이 공론화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여론 형성을 촉발시키는 것이 시민운동단체의 역할이고 본질이다. 그러나 현재 시민운동은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매우 위축돼 사회적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며 “현재의 시민운동의 위기는 헤게모니 창출의 실패이거나 현 정부의 성공적인 헤게모니 창출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불교시민사회의 정치적 편향성도 하나의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 불교계의 대 사회 운동은 반여(反與)다. 시민운동이 중재나 대화의 장 마련이라는 핵심적 역할을 상실할 때 시민들은 등을 돌린다. 정치적 편향성은 회원과 시민들에게 시민단체에 대한 거부감의 한 원인이다. 특히 자신의 정치적ㆍ사회적 욕구를 자력으로 해결하거나 스스로 단체를 조직할 만큼 개인의 역량과 홍보 수단이 확대됐기 때문에 외로운 비명소리가 될 때도 많다.
조직과 활동가들의 역량 소진으로 집중도가 떨어진 것도 무시할 수 없다. 前불교환경연대 장재원 교육국장은 “천정산 살리기 운동, 새만금, 4대강 반대 운동 등 모두 목숨 걸고 한 일이지만 결국 정부의 추진안으로 실행돼 패배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며 “대형 프로젝트에 따라 움직이기 보다는 현안에 급급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지쳐있는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파괴하는 현장에서 싸우는 활동하다보니 활동가들은 정신과 치료라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라고 덧붙였다.
불교시민사회단체도 이웃종교 시민단체들의 이슈선점, 여론 주도권 상실에 대한 조급함과 강박관념이 조직과 활동가들의 힘을 다 빼놓은 결과다.
장재원 교육국장은 “깊은 성찰 없이 관성적인 운동참여도 있었다. 앞으로는 여유를 가지고 사회의 실질적 변화의 흐름을 읽고, 사회비판 및 견제의 측면과 함께 현 사회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끄는 교육이나 캠페인 등의 사업을 함께 펼쳐 나가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종교인인가 시민사회활동가인가?”
불교NGO활동가들 최대 고민… 공동의제 발굴로 미래 모색
1월 27~29일 23개 불교계 NGO가 제주도에서 개최한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워크숍에서 활동가들의 최대 관심은 ‘정체성 확립’이었다. 자신들이 내적 수행과 사회참여의 관계정립은 활동 시작부터 지금까지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손꼽히고 있다.
이웃 종교에서는 “교회가 새로운 인간성을 드러내고, 창조하는 그리스도의 표지가 돼야 한다. 이것은 결국 사회와 인간의 해방을 위한 투쟁에 참여할 때문이 가능하다”며 시민사회와 교회를 연결시킨다.
이진구 호남신대 교수는 <국가권력과 종교-국가와 시민사회 그리고 종교>에서 “신행단체의 일차적 관심은 대사회적 이슈의 진단과 처방보다는 신자 개개인의 영성 계발과 심신의 수행, 포교에 있다. 이와 달리 종교 NGO는 환경ㆍ평화ㆍ인권ㆍ여성과 같은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이차적으로 삼는 종교인들의 단체다. 자신이 속해 있는 종단이나 교단이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거창한 사회정의와 사회개혁을 외치는 것은 일종의 넌센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날 워크숍에서는 젊은 불자 영입도 함께 논의됐다. 워크숍에 참석한 활동가들 평균 연령대는 40대 중반이었다. 시민단체가 소위 386세대에 의해 주도됐기 때문에 불교시민단체를 설립하고, 활동하는 기반도 그들의 힘에서 비롯됐다. 386세대는 권위적 군부정권에 대항하고, 전근대적 종단 개혁에 뛰어들었다. N세대, G세대로 대표되는 신세대들이 촛불시위 등을 통해 불교시민운동을 펼쳤지만 그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 내기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불교는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표방한다. 일상생활과 신행활동, 시민운동이 전혀 다른 분야가 아니다. 교리와 신앙에 투철하면서 시민운동의 저변확대, 지속성 확보에 나서야 한다. 특히 이슈나 아젠다 이외에도 지구화, 정보화, 다문화, 지식사회, 저출산, 노령화 등 건강, 노인 여성 어린이 문제를 깊이 연구해 운동의 내용과 형식, 조직운영과 회원들의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조직이 요구된다.
한편 불교시민사회 네트워크는 앞으로 공동으로 의제를 개발하고 연대활동을 전개해 나갈 뜻을 밝혔다. 정웅기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집행위원장도 “일방적인 조직체계와 단독활동에 한계가 드러났다. 수평ㆍ개방ㆍ인적 연대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시민사회운동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불교환경연대의 위기는 누구보다 빨리 찾아 온 기회이기도 하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을 때 새로운 미래지향적이고 현실적인 운동은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참여불교운동은 다음 세대의 올바른 성장을 위한 교육실천이 필요하다. 아이숲 학교,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등이 불교시민운동을 새롭게 일으킬 씨앗이 될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