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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없어 멈춰선 불교환경연대
수경 스님 빈자리 극복 못하고 사업 공전…존폐 위기설 나와
2월 10일 조계사 신도회관 4층 불교환경연대 사무실을 찾았을 때 4개월 여 홀로 사무실을 지키던 명계환 조직국장은 사직하고 없었다. 대신 2월부터 근무를 시작한 前 대한불교청년회 김두환 종평위원장이 업무파악 중이었다. 옆 자리에는 부설기관 숲명상 유아학교 연구소 김주연 실장이 ‘숲유아학교 지도자 양성 과정 기획안’을 바삐 정리하고 있었다.

2010년 6월 14일 불교환경연대 수경 스님 은적 이후, 7월 회원사업팀 김중행 간사ㆍ8월 유은주 홍보팀장ㆍ심보람 총무간사ㆍ9월 장재원 교육국장이 연이어 사직했다. 4개월간 표류하던 환경연대는 10월 11일 임시총회에서 현고 스님을 상임대표로 어렵게 선출했다. 현고 스님은 ‘2010년 12월까지 적임자가 선출 될 때까지 조건부로 맡겠다’며 상임대표직을 조건부 승락했다.

현고 스님이 상임대표로 있는 2개월 간 불교환경연대의 행보는 부자연스러웠다. 4대강 예산통과, 구제역, 가야산 골프장 문제, 케이블카 등 현안마다 입장표명을 아꼈다. 총무원과 정부 눈치 보기에 바빴다는 비난이 그치지 않았다. 당시 명계환 조직국장은 “활동가는 (농성) 현장에 있어야 하는데…”라며 자신과 연대의 정체성에 늘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환경문제에 대한 비판을 대신해 불교환경연대는 생소한 사업들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부설기관으로 출범시킨 한국형 숲명상 유아학교 연구소 ‘아이숲’이 그 예이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무슨 일을 하는 거냐’는 수근거림도 있었다. 신규 사업을 통해 조직을 되살려 보겠다는 역발상의 강한 의지였으나 대중은 외면했다.
1월 13일 명계환 조직국장은 사직 의사를 밝혔다. 이어 17일 현고 스님이 사의를 표명했다.

현고 스님은 전화통화에서 “수경 스님의 정신과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TF팀을 구성해 조직을 안정화하고 환경연대의 방향을 논의하는 일도 재정과 인력이 부족해 하지 못했다”며 상임대표직 사임 이유를 밝혔다. 이어 스님은 “지방에서 활동하는 일들이 많아 진력을 다 하지 못했다. 활동을 재조명하고 새롭게 시작 할 수도 있겠지만 ‘슈퍼스타’(수경 스님)의 빈자리를 잠시 떠맡으며 늘 조심스럽고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명계환 조직국장은 “환경연대의 정체성이 사라졌다. 현안이나 연대 등 우리의 목소리를 내던 환경연대 근간사업이 전반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논의 구조와 절차, 집행위 회의 및 공유도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불교환경연대의 공동대표와 상임대표는 집행위원회 추천으로 총회에서 선임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집행위에서는 2월 예정된 총회는 물론 대표 선출에 관해서도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다. 몇몇 집행위원은 현고 스님 사의표명 소식도 모를 정도로 무관심한 것이 불교환경연대의 현실이다.
당연직 집행위원인 불교환경연대 광주전남지부대표 법일 스님은 “지부는 지부의 역할에 충실히 할 뿐”이라며 “운동성향과 원칙을 가지고 할 만한 사람이 필요하다. 회원들의 자발적인 움직임 없이 상임대표가 재정까지 맡아야 하는 조직에 쉽게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산지회 대표 주경 스님은 “집행위원 회의를 조속히 진행하기 위해 이메일 주소를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스님은 “이 황당한 사태를 집행위 회의 열어 상황을 진단하겠다. 신행생활에서 속에서 환경을 생각하며 수행할 수 있는 대중 운동으로 새로운 조직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도위원인 법응 스님도 환경연대의 움직임에 대해 갑갑한 심경을 토로했다. 스님은 “내부적으로 쓴 소리도 안하고, 외부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집행위원장인 김포지회 대표 지관 스님은 “숲유치원으로 지도자를 양성하며 내부역량을 모으고 결집하는데 열의를 가지고 일을 진행하고 있다”며 총회를 비롯해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또 “수경 스님이 떠나고 아무런 일도 안했다는 말들이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 때 새만금 살리기 삼보일배, 청성산 살리기 단식 등을 통해 불교시민사회의 환경운동은 환경운동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었다. 불교시민사회의 대표격이던 불교환경연대가 창립 10년 만에 해체 위기설까지 도는 이유는 뭘까?
불교환경연대는 여전히 수경 스님과 같은 막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누군가가 아미타불처럼 화현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경 스님은 재정까지 책임지며 모든 것을 진두지휘했다. 수경 스님이 떠난 후 불교환경연대는 수경 스님 1인 체제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활동가들은 자발적이기 보다 스님을 보좌는 일에 치우쳐 수동적인 자세에 길들여졌었다. 민주주의와 맞지 않는 독단적인 시스템을 문제 삼아야 할 단체가 전근대적인 1인 체제 구조에 익숙해져 있었다.

법응 스님은 “불교환경연대의 문제는 곧 변화가 없는 조계종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불교환경연대의 존폐 위기는 결국 사회 변화를 도모하면서도 자신을 변화시키지 못해 비롯된 문제이다. 자성과 쇄신만이 불교환경연대를 살릴 수 있다.
이상언 기자 | un82@buddhapia.com
2011-02-14 오후 4: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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