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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 꽃을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서울 관훈동 토포하우스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사계절 꽃이 만연히 피어있다. 이호신 화백은 2010년 ‘진리의 숲 천불만다라’에 이어 올해 ‘화신’이란 제목으로 전시를 개최했다.
전시실 안은 금방이라도 꽃향기에 취할 버릴 것처럼 꽃 그림으로 가득하다. 매화는 물론이며, 수선화, 산수유, 찔레꽃, 차꽃, 호박꽃, 연꽃, 갈대, 민들레, 목화, 벚꽃 까지 다양한 꽃들이 이호신 화백에 의해 온몸을 드러내며 태어났다. 이호신 화백은 순례 작가로 정평이 나있다.
순례 길에서 만난 자연을 통해 삶의 진리를 포착하고, 이를 그림으로 승화시킨다. 단순한 꽃 그림을 넘어 그 속에는 인간의 삶과 자연, 생명에 대한 경외가 인드라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시는 토포하우에서 2월 15일까지, 중아갤러리에서 2월 16일~3월 7일, 서울 가양동 겸재정선기념관에서 3월 10일~4월 17일 열린다.(02)538-1271, (02)2659-2206
-작년에는 ‘천불만다라’ 전시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천불만다라 전시가 이번 작업에 있어 어떠한 영향을 미쳤으며, 이번 전시의 가장 특징은 무엇인가?
천불만다라를 작업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 특히 기법이나 재료가 예전보다 훨씬 확대됐다. 나는 항상 변화를 추구해 왔다. 이번 전시작품들은 천불만다라를 작업하면서 배웠던 기법과 재료들을 많이 응용했다. 특히 채색화 부분에서 그 방법들을 많이 활용했다. 염색한지에 천연 석채로 묵화를 그렸다. 언뜻 보면 일반 회화에서 볼 수 있는 안료 같지만, 모두 천연 안료이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기존에 내가 작업하던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 나는 이 점을 이번 전시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준비에 앞서 항상 순례를 떠난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순례가 작품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
보통사람들의 여행이 현장을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라면, 나는 그 현장에서 함께 숨 쉬려고 노력한다. 직접 그 곳에서 자고, 먹고, 기도하면서 모든 것을 공유하고 느끼려 한다. 그렇게 함께 숨 쉬어야 비로소 작업을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벌써부터 봄이 느껴지는 것 같다. 특별히 꽃을 주제로 한 이유라도 있나?
대관소찰(大觀小察)이란 말이 있다. 크게 보고 작게 살핀다는 뜻이다. 큰 산이나 마을에는 항상 작은 생명들이 살고 있다. 들꽃이나 이름 모를 풀처럼 작은 것들이 모여 산을 이룬다. 여러 산들을 돌아다니면서 작은 생명의 귀중함을 알게 됐다. 이번 전시를 꽃을 주제로 잡은 것은, 흔히들 봄에만 꽃이 많이 피는 줄 알지만 꽃은 계절과 관계없이 항상 피어있다. 사람들에게 꽃이 항상 곁에 피어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꽃 중에서 특히 매화가 많이 등장한다. 매화가 어떤 영감을 주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매화는 사군자(四君子)중 하나다. 옛 선비들도 매화를 사랑했다. 매화는 매서운 한 겨울이 지나야만 피는 꽃이다. 나의 삶도 매화처럼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잘 극복하고 이겨나가겠다는 마음에서 매화를 그렸다. 특히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매화의 정신을 배우려고 노력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에 대한 소감과, 앞으로 활동계획에 대해 한마디 부탁한다.
지금 전시 준비 외에 하는 일이 지리산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일이다. 이미 1년 4개월 째 진행해 왔다. 하동, 구례, 남원, 함양, 산청을 오가며 그 곳의 자연과 문화 유적의 흔적을 기록하는 일이다. 지금은 하동, 구례, 남원까지 작업을 마친 상태다. 이 일이 완성된다면 지리산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회화로 기록한 최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