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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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알의 좁쌀도 아끼고 한방울 물도 옆사람에 튀게 말라
'모두가 지켜야 할 계율이야기' 펴낸 철우 스님 "있는 계율도 없애는 건, 불교 자신을 없애는 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의 4대강 살리기로 인해 나라가 어지럽더니, 최근에는 구제역 파동으로 인해 홍역을 앓고 있다. 기술은 발달하지만 사회는 날로 복잡해져만 가고, 생명 경시가 만연한 세태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이런 사회의 급 변화 속에 혼란을 느끼고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1월 2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만난 철우 스님(사진)은 “이런 어지러운 사회에 ‘계율’만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빠알리 경전에는 계율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계율은 악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 울타리이며, 세상을 살아가는 무기이며, 훌륭한 갑옷이다. 어떤 삶이든 세상을 잘 살아가도록 이끄는 충실한 안내인이다.”


계율은 스님뿐만 아닌, 불자들도 함께 지켜야

“일은 작은 것으로부터 일어납니다. 조그만 불씨가 만 리 들판을 태우고 한 방울 물이 견고한 돌을 뚫는 것과 같으며, 작은 것이 많은 것이 되고 적은 것이 큰 것이 됩니다.”

스님은 최근 구제역 파동을 두고 “우선 불자들이 먼저 진심으로 참회하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죽은 가축을 위해 천도재만 지낸다고 해서 불자로서 할 도리를 다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불교계에서는 현재 구제역 파동과 관련해 천도재를 지내거나, 피해 가족들에게 기금식 등을 전달한 상황이다. 하지만 스님은 “불교계만큼은 좀 더 진실 된 마음으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스스로 참회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세상이 이렇게 어지럽고 소란스러운 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고기를 먹지 못해 안달”이라며 “삼보일배는 이럴 때 하는 것이다. 삼보일배를 해봤자, 나에게 돌아오는 이권이 없다고 생각하니, 다들 먼 나라 이야기처럼 구경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는 스스로 계율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계율은 단순히 스님들만 지키는 것이 아닙니다. 재가자들 역시 계율에 대해 알고, 이것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계율을 지켜야 한다’는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철우 스님은 “계율이 생겨난 이유는 개개인의 수행을 위해, 교단의 청정을 위해, 중생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 그리고 정법이 영원히 머무르게 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라며 “불자들은 마땅히 계율을 지켜야 하며, 파하더라도 바로 참회하고 다시 계를 받아 지니는 것이 불자로서의 의무”라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계를 지키지 않는다면 어찌 불자라 할 수 있으며, 교단을 어떻게 지탱할 수 있겠느냐”고 거듭 강조했다.

작은 규칙의 실천이 결국 삶의 행복

사미와 사미니가 비구, 비구니가 되려면 가장 먼저 사미십계(沙彌十戒)와 그 24가지 위의(威儀)를 배우고 행해야 한다. 사미가 지키는 계율을 사미율의요약(沙彌律儀要略)이라 하는데, 사미는 사람을 뜻하고, 율의는 법(法)을 말한다. 넓게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모두 율의라 한다.

사미는 인도의 조물신(造物神)인 범천신(梵天神)이 지은 범어(梵語)이다. 범어는 고대 인도의 상류층에서 사용하던 말로, 풀어보면 ‘쉬고 자비하다’는 뜻이다. 나쁜 생각을 쉬고 자비를 행한다는 말을 의미한다. 세간의 물드는 짓을 쉬고, 중생을 자비로 제도한다는 것인데, ‘부지런히 힘쓴다’ ‘열반을 구한다’라는 뜻도 있다.

철우 스님은 사미율에 대해, “사미율은 재가자들도 모두 읽고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세속의 중생들은 이러한 계율을 하나씩 다 이행하며 살기는 힘들다. 스님은 이에 대해 “다섯 가지의 기본 계율만 일상생활에서 지켜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다섯 계율이란 첫째, 살아있는 목숨을 해치지 말라 둘째,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라 셋째, 음행하지 말라 넷째 거짓말 하지 말라 다섯째 술을 마시지 말라 이다. 특히 불살생은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켜야 할 말이다.

“부처님 <대지도론(大智度論)에서 말씀하시길, ‘살생에 열 가지 죄가 있으니, 첫째는 항상 독을 품어 세세생생 끊어지지 않음이요, 둘째 중생들이 증오해 눈으로 기쁘게 보지 않음이요, 셋째 항상 나쁜 생각을 하고 나쁜 일을 생각함이요, 넷째 중생들이 두려워하기를 호랑이나 뱀 보는 것과 같음이요, 다섯째 잠들면 두렵고 깨어나고 편안하지 못함이요, 여섯째 항상 악몽에 시달려 질병이 많음이요, 일곱째 목숨이 다할 때 미친 듯 정신적으로 두렵고 신체적으로 고통스럽게 죽음이요, 여덟째 단명을 심음이요, 아홉째 몸이 무너져 목숨을 마칠 때에는 지옥에 떨어짐이요, 열째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도 반드시 단명함이다’라고 하셨습니다.”

계율은 불교의 윤리이며 도덕이자 부처님의 교육관이다. 지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스님은 “세상의 흐름이 바뀌고 생활문화가 바뀌면서 있던 계율도 없애려고 한다”며 “이는 불교 자신을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 이다”고 밝혔다.

이어 스님은 “생활 속의 작은 규칙들을 지키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결국 좋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 계율은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귀 기울어야 할 규범이자, 귀한 삶의 지혜이다”며 “계는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 받는 것인 만큼 지계를 통한 청정교단 회복에 모든 불자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계율은 좋은 삶을 살기 위한 인간적 장치


출가한 이래, 반평생을 계율 연구에만 몰두해온 철우 스님이 최근 <모두가 지켜야 할 계율이야기>를 출간했다. 스님은 딱딱하고 엄숙하게만 느껴졌던 계율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 불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책은 철우 스님이 5년 동안 법보신문을 통해 연재한 ‘계율 이야기’를 새롭게 재구성한 것이다.

스님이 처음 율장을 만난 것은 1967년 해인총림 동안거 때였다. 당시는 열심히 공부하려 해도 책이 없어 400자 원고지를 인쇄해 배워야 할 것들을 한 자 한 자 옮겨가며 공부를 했다. 책을 한 번 빌려보기 위해서는 3000배를 해야 했고, 절을 하면서 마음속으로 ‘책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하자’고 기도했다.

그런 염원이 훗날 70권의 율장전서로 완성됐고, 책은 각 본사와 관심 있는 이들에게 배포됐다. 2009년 10월에는 한 권이 1000페이지가 넘는 4권이 한 질로 된 현토 번역 사분율 60권을 완간하기도 했다. 동시에 ‘율학 연구회’라는 모임도 만들어 사람들이 계속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게 했다.

스님은 1996년 파계사 영산율원 개원하고 다시 율주 소임을 내려놓으면서도 사람들에게 ‘계율’이라는 두 글자를 알려주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

스님은 “한 알의 좁쌀도 아끼고 한 방울의 물이라도 옆 사람에게 튀게 하지 말라는 등 계율을 엄격하게 강조하는 나를 사람들은 정상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라면서도 수행자들에게 계율은 깨우침을 향한 첫걸음임을 거듭 당부한다.

“계율은 좋은 삶을 살기 위한 인간적인 장치이며, 깨달음을 향한 아름다운 시작”이라 말하는 스님의 따끔한 질타와 간절한 당부가 책 속 곳곳에 녹아있다.

스님은 “절 집안 역시 세상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면서 수행자들의 생활도 바뀌고 있다”며 “불법은 부처님이 아니면 한 법도 제정할 수 없으며, 수행자들은 따르고 마땅히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요즘 출가자들이 계율을 소홀히 여겨 배우지 않고 건너뛴 채 사찰소임을 맡거나 사회사업, 포교사가 되고 싶어 할 뿐 열심히 정진하고 공부하는 큰스님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돼 가는 것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철우 스님은 “율학을 배우거나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일들이 본인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내가 바라는 것은 계율이 번창해 정법이 오래 머무르는 일에 애쓸 수 있는 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계율을 공부하는 후학들에게 계율을 공부해 청정승가를 위해 회향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격려의 말도 전했다.

책은 스님들이 수행의 지침으로 삼는 ‘계율’이 사람들에게 올바른 삶을 안내하는 나침반 역할을 해 주며, 새해를 맞아 우리가 새롭게 지녀할 덕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지켜야 할 계율이야기|철우 지음|조계종출판사|1만원
이은정 기자 | soej84@buddhapia.com
2011-02-08 오전 11: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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