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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이 약으로도 쓰인다는 사실은 몰랐죠?"
새로운 향 문화 만들어 가는 인사동 능인향당 침향갤러리

임정선 이사


“향은 절에 다니는 사람만 피우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는 그런 고정관념들을 버려야 합니다.”

2010년 8월, 서울 견지동에 10평 남짓하게 자리 잡은 능인향당(대표 김영옥) 침향 갤러리가 들어섰다. 능인향당은 1986년 문화예술분야의 국악인, 조각가, 화가, 시인, 도예가 들이 모여 설립된 회사로, 참 공양의 의미를 되새긴 향 연구에 오래도록 힘써왔다. 그 후 능인향당은 불상, 불교용품, 그리고 향을 제조 유통하는 불교용품 전문 제작 브랜드로 자리잡아왔다.

능인향단은 최근 침향 갤러리를 오픈하며, 6개월 여 동안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하기 위한 노력을 쉬지 않았다. 1월 17일 침향갤러리에서 만난 임정선 이사는 “향 문화가 이제 새로운 문화코드로 확산돼야 할 때”라며 앞으로 능인향당 침향 갤러리의 행보에 대해 언급했다.

약재로도 사용되는 침향


능인향당 침향 갤러리는 오픈 이래, 다양한 향 체험과 향 감상, 향에 대한 정보 공유, 다도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 왔다. 아직은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고 있진 않지만 임정선 이사는 향 문화에 대한 전망을 밝게 내다봤다.

“처음 갤러리를 열게 된 계기도 사람들에게 향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갤러리를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 드리고, 저희가 직접 만든 침향차를 대접해 드렸더니 자연스럽게 향에 관심을 갖게 되는 분들이 늘어나게 됐습니다. 2월부터는 정기적인 모임을 만들어 향 문화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려 합니다.”

능인향당 침향 갤러리에는 한쪽 귀퉁이에 자그마한 다실이 꾸며져 있다. 인테리어는 전부 향과 관련된 향로, 향꽂이, 조각 등으로 전시돼 있다. 불자가 아닌 사람들은 향에 대한 정확한 쓰임새는 커녕, 관심조차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이러한 경향도 점차 바뀌어 가는 추세이다.

“최근에는 목사님들도 향을 찾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아직까진 사회적인 인식 때문에 일반화된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명상을 하거나 집필을 하시는 경우 향을 많이 사용하죠. 그리고 한의사분들은 약재로 쓰기 위해 향을 찾곤 하십니다.

임 이사는 “향이 부처님 공양물로 쓰이는 것은 향의 쓰임새 중 일부분일 뿐”이라며 “부처님의 복장유물을 비롯해 조각이나 공예품 약재, 차 등으로 쓰임새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향은 요즘 일반인 사이에서는 집안의 잡냄새를 제거해주는 목적으로도 쓰이면서, 그 용도가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그만큼 시중에는 다양한 향들이 사람들의 기호에 맞게 개발·판매되고 있다.

능인향당 침향갤러리는 2010년 8월에 처음 문을 열고


임정선 이사는 가장 좋은 향으로 침향을 꼽았다. 침향(沈香)은 물에 가라앉는 향이란 뜻으로 열대, 아열대 우림 기후에 자생하는 상록교목인 침향나무에서 채취한 수지가 포함된 향목이다.

성장한 침향나무는 나무표면이나 내부에 상처를 입게 되면 상처부위를 보호하기 위해 수지를 생성하게 된다. 침향은 이 수지부분이 오랜 시간을 걸쳐 침착되고 숙성된 부분을 말한다. 약재로 사용되는 향도 바로 이 침향을 말한다. 실제로 <본초강목> <동의보감> 등에는 침향이 각종 난치병과 신장계통, 간염, 위장병, 혈관, 신경계, 갑상선 등에 효과가 있다고 수록돼 있다.

침향은 본래 사향, 용연향과 더불어 세계 3대 향으로 불렸다. 동물에서 나오는 사향과 용연향과는 달리 침향은 유일하게 식물에서 생산되는 향이다. 고대에는 동물성인 사향과 용연향은 사람의 기(氣)를 들뜨게 해, 이성을 유혹하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했다.
반면 침향은 사람의 기를 눌러 정신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해왔다.
세상에 알려진 일반 향들이 재료를 가공해 향을 만드는데 비해, 침향은 나무 안에서 자연적으로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수 천 년이라는 세월동안 아주 서서히 점착되면서 숙성된 수지로부터 얻어지니 천연향이다. 그래서 침향은 왕들이나 특권계층만이 사용할 수 있는 귀한 물건이었다.

고려 의종 17년에는 송나라 황제의 사신이 금합, 은합에 침향을 가득 담아 바쳤다는 내용과 함께 송나라가 고려를 우방으로 만들기 위해 침향을 자주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조선시대 고종37년에는 영조의 사당에 올리는 축을 침향으로 했다는 기록도 전한다.

새로운 향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임정선 이사는 “침향은 다른 향들과 달리 다양한 용도로 쓰이지만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다”며 “시중에서 매우 고가로 팔리고, 믿고 침향을 구할만할 데가 없다”고 설명했다. 침향은 대체적으로 시세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는데, 그 또한 등급과 무게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예부터 일반인들이 구하기 힘든 물건이었다. 민초들 사이에는 향나무나 참나무 토막을 갯벌에 묻어 정성으로 빌면, 1000년 이 지난 후 묻어 놨던 나무토막이 진짜 침향이 된다는 설이 퍼지기도 했다.

민초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나지 않고, 구할 수도 없던 침향을 간절히 원했던 것은 내세에 세상을 구제하러 오실 미륵불의 현신을 바라며 시작됐다. 이것이 매향(埋香)의식이다. 매향의식은 용화삼회(미륵부처님이 이 땅에서 3번의 법회를 여는 것)에 미륵부처님께 향공양을 올리려는 간절함 염원에서 비롯됐다. 가진 것이라고는 오직 정성뿐이었던 민초들은 매향에 의해 인위적으로 침향을 만들 수 있다는 염원을 낳았다.

미당 서정주 시인은 이러한 사실 바탕으로 ‘침향’이라는 제목의 시를 지어 자신의 모교에 헌정하기도 했다.

“침향을 만들려는 이들은 산골 물이 바다를 만나러 흘러내려 가다가 바로 따악 그 바닷물과 만나는 언저리에/굵직 굵직한 참나무 토막들을 잠궈 넣어둡니다. 침향은 물론 꽤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이 잠근 참나무/토막들을 다시 건져 말려서 빠개어 2-3백년은 水底(수저)에 가라앉아 있는 것이라야 향내가 제대로 나기/비롯한다 합니다. 천년즘씩 잠긴 것은 냄새가 더 좋굽시오./그러니 잘마재 사람들이 침향을 만들려고 참나무 토막들을 하나씩 하나씩 들어내다가 수와 수가/ 합수치는 속에 집어 넣고 있는 것은 자기들이나 자기들 아들딸이나 손자 손녀들이 건져서 쓰려는 게 아니고/ 훨씬 더 먼 미래의 누군지 눈에 보이지도 않는 후대 들을 위해섭니다.”

침향으로 조각하나 석가모니


임정선 이사는 “실제로 향냄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많이 있는데, 이는 시중에 싸게 구입할 수 있는 향에는 첨가제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보통 향들은 연기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돌가루, 조개가루, 재 등을 함께 섞어 향을 만든다. 그러다 보니 향을 태우면 유독가스가 흘러나와 향을 맡았을 때 불편함을 준다.

임 이사는 “향을 고를 때 반드시 향을 태워보고, 향의 냄새를 맡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을 태울 때 불꽃이 유달리 빨갛고, 재가 하얗고 예쁘게 타들어가는 것은 첨가물이 섞여 있다고 보면 됩니다. 재를 손바닥에 떨어뜨려, 화장품을 바르듯 만져보면 모래알 같은 작은 알갱이들이 느껴질 겁니다. 만약 향을 태워보고 구입하기 어렵다면 향 자체의 냄새가 거의 없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임정선 이사는 사람들에게 향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물건인지를 알리기 위해 매년 봉축행사 때 마다 향 만들기 체험행사를 진행해 왔다. 임 이사는 “외국인들과 어린이들이 정말 즐거워하며, 향에 대해 매우 관심을 보이고 궁금해 한다”라며 “향에 대한 근본적이 인식이 많이 바뀌어야 향의 품질도 우수해 지고, 일반인들에게 보편적으로 쓰일 수 있다. 향을 제한적인 용도로 쓰는 물건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나 스스로를 위해 쓰는 물건이라 생각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 soej84@buddhapia.com
2011-02-08 오전 11:56:00
 
한마디
침향 이곳에서 취급하는 침향은 아갈로차 인가요 말라센시스 인가요? 수입은 어디에서 하시는 건가요?
(2011-02-09 오전 4: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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