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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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명 선승이 현대인에게 들려주는 ‘할’
선가의 살림살이를 들추어낸 문윤정의 '답일소'



인생이 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그리 길지 않아요. 우리는 이 몸뚱어리 가지고 천 년 만 년 살 것처럼 꾸미고 치장하고 입히고 좋은 것만 먹입니다. 그리고 무엇을 하든 간에 다음에 잘하면 되고, 다음에 사과하면 된다며 행동과 말을 함부로 합니다. 그러나 그런 기회는 만나기 어려운 경우가 되고 맙니다. 그리고 공부할 시간도 많지 않아요.”(통도사 선덕 향과 스님, 본문 109쪽)

“마음의 모양이 있나, 무게가 있나? 그렇지만 사람들은 툭하면 ‘마음이 무겁다, 괴롭다’고 하잫아요. 실체가 없는 것이 마음인데, 별의별 감정을 느끼면서, 과거와 미래의 일로 인연해서 항상 얽매여 있어요. 얽매임을 끊으려 하지만 마음은 본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끊을 것이 없지요. 우리들의 마음은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고 다만 망상이 일으킨 것에 지나지 않음을 알아채는 것이 공부인데, 이것을 모르니 괴로운 것이지요.”(기후 스님, 본문 127쪽)

그동안 불교 관련 에세이집, 선사들의 일화집 등을 출간해 온 저자 문윤정은 최근 17명의 선승들을 한 자리에 모은 <답일소>를 출간했다. 저자는 부처님의 생애를 닮은 선승들을 일일이 만나 묻고 답한 인터뷰집을 통해 팽팽한 긴장이 숨을 멎게 할 듯한 선방의 고요한 떨림을 담아냈다.

저자는 “언제부터인가 선승들을 한 자리에 모시고 싶다는 열망을 지니고 있었지만, 선가의 가풍이 워낙 자신의 살림살이를 잘 드러내지 않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렵게 허락을 얻어내 돌 속에 감춰진 푸른 옥을 드러내듯 눈 푸른 선승 17명을 소개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자신의 수행이 부족하거나 흔들릴 때마다 활활 타오른는 촛불에 생손가락을 태우는 연비공양을 하며 자신의 흔들리는 마음까지 태웠다는 주경 스님, 40여 년 동안 깊은 산골에서 서너 평의 토굴을 지어 생식을 하며 혹독한 수행을 했던 대정 스님, 매년 100일 동안 문 밖 출입을 일체 하지 않고 문을 닫아걸고서 폐관정진하는 활안 스님, 6년 동안 한 차례도 산문 밖을 나가지 않고 토굴에서 묵정진한 기후 스님, 노동이 곧 수행이요 수행이 곧 노동이라며 선농일치 사상을 실천하는 대허 스님, 화두참선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버리고, ‘참선은 행복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이라 말하는 대효 스님 등 물질의 풍요 속에서 ‘참 나’를 잃어버리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할’을 들려준다.

책은 일반인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행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해 명쾌하게 혹은 에둘려 담겨 있다. 부와 권력에 집착하고 마음의 상처투성이로 살고 있는 중생들에게 선승의 말씀들은 탁한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게 해 주는 믿고 의지할 만한 말들이다. 스님들의 수행 이야기는 일상사의 힘들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답일소|문윤정 지금|한걸음 더|1만3000원

이은정 기자 | soej84@buddhapia.com
2011-02-08 오전 1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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