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미국에서는 ‘Zen’ 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특히 뉴욕에서는 가구, 인테리어 또는 식당을 단순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꾸미고 “젠 하다”라는 표현을 쓰며 뉴요커들의 관심을 끌었다. 당시 뉴요커들은 ‘Zen’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면서 단순하고 심플한 것들을 보면 ‘Zen Style’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시아권에서 제작한 에로영화에 Zen이라는 단어가 붙어 개봉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990년대 중반 한국에서 개봉돼 화제를 모은 홍콩 에로영화 <옥보단>이 3D영화로 제작돼 오는 4월 <3D Sex and Zen> 한국에 개봉될 예정이라는 것.
페이스북 부루나에서는 이 같은 ‘Zen’의 오ㆍ남용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있었다.
S씨는 부루나에 “2000년 벽두부터 소위 ‘Zen Style’이 뜨면서 곳곳에 이 단어가 등장했다. 자동차 수리점도 Zen, 삼겹살집도 Zen, 화장품도 Zen, 심지어 러브호텔에도 Zen이란 말을 쓰기 시작했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에로영화 옥보단의 영문제목이 ‘SEX & ZEN’이군요! 세상에 이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인지! 선이 주목 받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것이 불교나 수행과 관련해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상업적 논리에 나포되어 버린 느낌이다”고 게재했다. 이어 S씨는 “아마존닷컴(Amazon.com)에 가면 SEX AND ZEN이란 제목이 들어간 책이 여러 권 검색된다. 못된 송아지 엉덩이 뿔난다고 꼭 이런 엉뚱한 것이 더 발전하기도 한다”며 “젠의 이미지가 더렵혀지고 있는 느낌이다. 이 참에 ZEN 버리고 SEON으로 가야겠다”고 주장했다.
S씨의 의견에 대해 한 누리꾼은 “뭔가 제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에 대한 영문글자 특허출원을 생각해봐야 하는 것인가?”라는 의견을 달았다. 이에 대해 S씨는 “이미 일반 명사가 돼 그런 건 불가능하죠. 긍정적 이미지들을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면 된다”고 답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Zen이라고 표기한다고 해서 다 Zen은 아니다. 이종격투기 대회인 UFC 파이터가 ‘禪’자를 붙이고 나온다고 선이 저기까지 갔다고 하는 분도 있는데 엄밀히 말해서 그런 것을 선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Zen이라는 단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그만큼 선이 보편화되고 있다는 것 아닐까요? 아직도 ‘선(ZEN)’이라는 단어가 멀게만 느껴지지만 점점 친근하게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는 장점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게재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요즘 각광받는 Zen Style로는 단연 스티브잡스가 꼽힐듯하다. <스티브 잡스 iMIND>라는 책을 읽었는데 코분 치노라는 일본 선사가 잡스의 멘토였고, ‘간명직절(簡明直截’의 선 정신이 잡스의 중요한 디자인 철학이라고 나와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