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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 시간도, 깨어날 시간도 따로 없는 절, 서울 견지동 조계사. 산문 밖에선 고단한 차들이 새벽 범종소리를 물고 어디론가 달려가고, 백발의 할머니는 차가운 향에 불을 붙인다. 달빛이 할머니의 그림자를 끌고 법당으로 가고, 법당 지붕 위에선 잔설이 빛난다.
산새소리도, 걸어 들어갈 숲길도 따로 없는 절, 서울 견지동 조계사. 잠들지 못하는 부처님 곁에서 참새들이 목탁소리를 듣고, 차가운 좌복 위에 쓰러진 이마엔 이내 땀방울이 맺힌다. “관세음보살”
표주박 걸린 수각도, 거미줄 지나간 부도밭도 따로 없는 서울 견지동 조계사. 밤새 달빛에 빛나던 잔설 위로 아침 햇살이 찾아오고, 석조의 빌딩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풍경을 흔들어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