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추진해온 불교문화상품 공모전이 올해로 4회째를 맞았지만 본격적으로 상품화된 제품이 미흡해 보완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불교문화상품 공모전은 한국 불교문화와 전통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다양한 불교 컨텐츠를 개발해 불교인구 저변확대와 전문 인프라 구축을 위해 매년 실시되고 있다.
올해도 제4회 불교문화상품전 시상식과 전시회가 1월 2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마련됐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박연옥씨의 ‘내 마음의 풍경’이 대상에 선정됐다. ‘내 마음의 풍경’은 금속으로 제작된 불상, 사찰, 연꽃 등의 모양을 중첩시켜 메모나 명함, 필기류를 넣을 수 있도록 고안된 제품이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공모전을 통해 매년 대상 1편과 우수상 2편과 장려상, 특선, 입선을 선정해 왔으며 지난 4년 간 총 142편의 작품을 선정해 왔다. 수상작은 불교적 모티브, 아이디어, 실용성 등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그동안 출시된 선정작은 1회 입선작인 불교적 문양이 장식된 북마크와 2회 입선작인 단청 문양을 포장에 활용한 티슈 정도다. 이마저도 사업단이 위치한 템플스테이회관 카페에서 판매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내ㆍ외국인들에게 한국불교 및 템플스테이에 대한 호감과 관심을 촉진시키고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발맞추겠다던 공모전의 취지가 실종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불교문화 관계자들은 그동안 선정작 중에서 아이디어가 돋보이거나 제품화가 기대되는 작품들이 있었음에도 사업단이 티슈와 책갈피 정도만 출시한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2회 대상작 ‘연지’는 욕조 마개에 연꽃을 연결해 욕조에 물을 채우면 연꽃이 수면위에 떠오르는 제품으로 심사위원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3회 대상작 ‘피어나다’는 연꽃을 모티브로 한 명함꽂이와 책갈피를 제작해 친숙한 디자인과 실용성을 보였다. 우수작으로 선정된 ‘卍 Usb 2.0 HUB’는 불교를 상징하는 만(卍)자를 형상화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불교문화 상품을 기획ㆍ판매하는 한 관계자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제품들이 왜 활용이 안되는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관심을 갖던 사람들도 자신의 아이디어가 묻힌다고 생각해 출시를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불교문화사업단은 제품 출시를 위한 후속 작업에 신중한 검토와 세밀한 조사가 필요해 제품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사업단은 선정된 작품들의 스토리텔링, 시장성, 생산 업체 선정, 제품화 속도 등을 고려해 제품 출시를 결정하고 있다.
사업단은 공모전에서 선정된 제품이 불교용품점은 물론이고 일반 상품점에서도 판매될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판매 루트 개척과 물류ㆍ유통을 담당하는 조직이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불교문화사업단에서 이 사업을 담당하는 직원은 기획ㆍ홍보팀 1명이 전부이다. 공모전을 통해 디자인 및 아이디어 제품이 선정되면 제품화를 위한 후속 작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불교계 상품 시장이 가내 수공업 수준의 전 근대적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면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신뢰할 수 있는 현대적 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면 판매이익 산출과 투자 유치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불교계에 특화된 시장과 생산시설,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인 셈이다. 현재 불교계는 건전한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질낮은 상품들이 유통되고,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있다.
불교문화사업단 관계자는 “상품 출시를 위해서는 제작, 시장성, 유통, 수익 등을 고민해야 한다. 사업단이 이 부분까지 담당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고민이다. 제작과 유통 문제 해소를 위해 내부 논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 재무부 관계자는 “종단에서도 불교문화상품 활성화를 위해 관심을 갖고 사업단과 꾸준히 논의 중이다. 수익개발사업이 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