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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특별선원 문경 봉암사에서 동안거 결제 중인 명진 스님(봉은사 전 주지)이 산문을 나서 우리 사회를 향한 쓴소리를 냈다.
명진 스님은 1월 22일 오전 11시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린 고 리영희 추모식에 참석해 “선생은 극락왕생 마시고 우리를 꾸짖는 무서운 스승이 되어 달라”고 추모했다.
스님은 “봉암사 대중스님들이 결제 중 산문출입이 금지돼 있음에도 허락해 주셔서 참석하게 됐다”고 밝히고 고 리영희 선생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스님은 “80년대 성동구치소 독방에서 <전환시대의 논리>와 <우상과 이성>을 보면서 삶의 방향과 걸어가는 길이 바뀌게 됐다”고 말했다.
스님은 “선생님께서 우리가 빈다고 해도 절대 극락으로 가시지 않고 ‘이 세상을 극락으로 한 번 만들어 보라’고 말씀하실 것”이라며 “선생이 원하는 세상은 서로 입에 밥을 넣어주는 세상, 이념 대립과 갈등 보다 사랑을 베푸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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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명진 스님은 구제역 사태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정부의 개발 지향적 태도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스님은 “경제발전으로 자원이 고갈되고 더 많은 이산화탄소로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많은 것을 갖기 위해 우리는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다”며 “구제역도 더 많은 고기를 먹기 위해 소와 돼지를 가둬 키워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하늘엔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땅에는 짐승의 피로 얼룩진 이곳이 이명박씨가 바라는 선진국인가. 이명박 정부는 이 나라를 선진국이 아닌 ‘선짓국’으로 만들고 있다. 인과의 법칙을 믿지 않음으로써 일어나는 이 환란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스님은 또 “지난 2007년 BBK 논란에도 국민은 압도적인 표차로 MB를 당선시켰다. 지금 우리 사회는 믿음이 상실된 사회다. 갖은 범법행위를 한 자들이 장관이 되겠다는 사회다. 도덕성이 땅에 떨어져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시대의 양심인 리영희 교수가 형형한 눈으로 바라보고 잘못된 것을 꾸짖는 무서운 스승이 되도록 눈 감지 말라”는 말로 추모사를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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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리영희 교수의 49재에는 명진 스님을 비롯해 봉은사 주지 진화 스님과 리영희 교수의 부인 윤영자 씨,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주요 인사들과 사부대중 400여 명이 참석했다.
추모식에서는 구중서 민족문화작가회의 이사장 등의 추모사, 일대기 동영상 상영, 정희성 시인의 추모시 낭독, 헌향, 헌화, 유족 인사말, 천도재 순서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