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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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씨앗 키워온 방화범
범어사 천왕문 방화범이 잡혔다. 내부소행이었다. 교계는 일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사람들은 화재와 동시에 방화범의 정체에 비상한 관심을 가졌다. 극단적인 개신교인의 소행일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추측성 보도도 난무했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방화범이 잡히지도 않았음에도 개신교의 소행일 것이라는 소문이 진실인 듯 서로를 비방하기에 바빴다. 언론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올해 초 세계적인 종교학자 폴 니터는 부산에서 “범어사 화재 사건도 개신교인의 소행인 것으로 안다”며 연신 사과했다. 사람들은 묵묵히 그 사과를 받았다. 개신교의 소행일 것이라고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1월 16일 오후 방화범은 잡혔다. 내외의 구분도 모호하지만 ‘내부소행’ 으로 소개됐다. 그는 함께 절밥 먹으며 살아왔던 사람이 분명했으니 내부가 맞다.
범어사 청련암 주지 안도 스님은 그의 범행이라는 소식은 “청천벽력 같았다”고 말했다. 스님은 “사찰이 개방돼 있다 보니 왔다 갔다하며 바쁜 소일거리를 도왔다. 경찰조사에 따라 조용히 마무리 하겠다”며 긴 설명은 하지 않았다.
개신교의 불교문화재 훼손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설마 절집안 사람이 벌인 일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방화범은 한 때 출가 수행자였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은 더 크다. 인재불사가 운운되기도 했다.
그는 환속 후 기거할 곳도 없고, 연고도 없이 1990년대부터 사찰의 소일거리를 도우며 범어사 청련암에 간혹 머물며 살아왔다. 2009년 10월부터는 6개월간 강원도 암자 불사현장에서 일한 뒤 범어사에서 생활해왔다. 범어사나 청련암 주변에서 그를 본 사람들은 많았다. 사람들은 방화범을 “정상은 아니었다”고 회상한다. 방화범에 대해서 물어보면 “남사스럽다. 부끄럽다. 아직까지 그 얘기냐”라며 입을 닫는다. 범어사 청련암 종무실은 “그런 사람 모른다”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들끓던 분노도 의심도 천왕문처럼 불에 타 사라졌다. 민족문화수호ㆍ불법외호의 시작도 끝도 결국 사람의 일이었다.
<법구경>에는 “남의 잘못은 쭉정이처럼 까불고 제 잘못은 눈처럼 숨긴다”고 했다. 파사현정(破邪顯正). 깨뜨려야 할 사악한 생각은 바로 우리 내부에 있었다. 불씨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돌아볼 때다.
이상언 기자 | un82@buddhapia.com
2011-01-21 오후 10: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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