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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니까 부처공부를 하지”
백봉 김기추 거사 법어집 발간
백봉 거사


“실로 이 우주는 한바탕 웃음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 말은 30년 전 부산 남천동 보림선원에서 백봉 거사가 대중들에게 설법한 말이다. 백봉 거사의 본명은 김기추(金基秋)이며, 1908년 음력 2월 2일 부산에서 태어났다. 그는 젊은 시절 항일 민족운동을 벌이다 부산형무소에서 1년 간 복역한 뒤, 만주 땅에서 ‘불령조선인(不逞朝鮮人)’으로 끊임없는 감시를 받았다.

광복 후, 교육 사업을 하다 50세에 불법(佛法)을 만난 뒤로 속가에 머물면서 거사풍(居士風) 불교를 일으켰다. 그 후 1985년 8월 2일 보림선원에서 마지막 설법을 마치고 78세의 나이로 모습을 거뒀다. 최근 이런 백봉 김기추 거사의 법어를 모은 <허공법문>이 책으로 출간됐다.

책은 생전의 백봉 거사의 육성이 담긴 테이프를 정리한 것으로, 5장으로 구성돼 있다. 첫 장에는 백봉 거사의 수행과 삶, 둘째, 셋째 장에는 백봉 거사가 저술한 <금강경강송> <유마경대강론> <선문염송요론> <백봉선시집> <절대성과 상대성>을 텍스트로 삼아 설법한 내용, 넷째 장에는 <선문염송요론>에 대한 법문, 다섯 째 장에는 <백봉선시집>에 관한 법문을 수록했다.



백봉 거사의 법어를 엮은 저자 장순용은 “백봉 거사는 57세에 화두를 잡고 1년도 되지 않아 ‘확철대오(깨달음)’ 해 육조 혜능 대사처럼 돈오를 재현했다”고 말했다. 당시 백봉 거사가 대오했다는 소식은 승가에도 전해져 청담 스님에겐 출가를, 혜암 스님에겐 재가 설법을 권유받았다고 한다.

이후 백봉 거사는 “불법은 머리를 깎고 안 깎고 에 있지 않다”고 말하며, 재가에서 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당시 거사는 경전이나 선어록에 대해 전통적인 해설보다는 자신의 살림살이를 토대로 설법을 펼쳤다.

백봉 거사의 설법은 열정적이고 거침이 없었다. 전통을 고수하기 보단, 늘 요즘 사람들에게 맞는 새로운 수행방편을 제시했다. 스스로도 좌선보다는 동선(動禪)을 강조했다. 특히 공리(空理)의 방편을 보다 적극적이고 창조적으로 개진해, ‘허공으로서의 나’를 모든 상대성을 넘어선 절대적이고 주체적인 근원으로 제시했다.

‘허공으로서의 나’가 근본의 바탕이 되기 때문에 태어나서 죽는 것도 우리의 권리로서 주체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백봉 거사는 ‘허공으로서의 나’를 근간으로 새로운 화두라는 뜻의 ‘새말귀’를 제시했다.

전통적 화두 수행이 승려들을 위한 것이라면, 새말귀는 일상생활 속에서 바쁘게 일하는 재가 수행자를 위해 창안됐다. 세수를 하든, 밥을 먹든, 운전을 하든, 일상생활 전부를 화두로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면서 재가수행자에게 어울리는 계율과 수행방법을 제시했다.

백봉 거사는 “자기 자신을 중생이란 틀에 가두면 공부가 될 수 없으므로, 반드시 스스로를 부처라고 생각하면서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거사는 “미혹한 부처라도 부처가 부처 공부 하는 것이지, 부처가 아니면 부처 공부는 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허공법문|장순용 편자|고려원북스 펴냄|1만5000원

이은정 기자 | soej84@buddhapia.com
2011-01-14 오후 4: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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