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니터(Paul. F. Knitter) 교수 부부의 방한 일정이 마무리 됐다. 일정 내내 취재진들은 밀착취재를 했다.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소감을 물었다. 종교간 갈등이 사회문제가 된 한국에서 신학자인 그의 방한은 이슈화되기 좋았다. 니터 교수는 불교 수행을 적극 수용해 그리스도영성을 깨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대화는 여러 면에서 아쉬움의 화두를 남겼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은 한국 개신교가 했는데 가톨릭 신학자가 와서 사과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기회가 될 때마다 기독교인으로서 땅 밟기를 비롯한 종교폄훼에 대해서 정중히 사과했다. 폴 니터 교수 부부의 정중한 사과는 이내 불자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하지만 찝찝하다.
종교간 대화는 분명했지만 진정 원하던 종교간 대화는 아니었다. 니터 교수의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성급한 성과를 바라는 것일 수 있다. 한국 보수근본주의 개신교도들의 배타성과 조직적 폄훼 행위에 어떠한 변화가 있기나 할 것일까?
폴 니터 교수는 기독교에서는 꾸준한 대화를 위해 노력중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개신교에서는 WCC(세계교회협의회)가 있다고 했다. WCC가 추구하는 종교간 대화에 대한 진정성을 차치하고 국내 보수 기독교단체부터 이 WCC에 반발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를 비롯한 정통보수신학 교단들이 2010년 1월 조직한 ‘WCC 대책위원회’가 그 예다. 갈등을 일으키는 개신교 내부 문제도 해결되지 않음은 물론인 상황에서, 대화와 협력의 자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행사에서 가톨릭ㆍ개신교 평신도의 참여는 전무했다. 20세기 들어 종교간 대화와 협력을 위한 자리는 수차례 있었지만 일부 관심 있는 학자나 성직자들의 사적인 관심에 불과했다. 삶의 현장에서는 종교 갈등이 담론화 되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대화 협력이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번 만남은 저명한 학자의 흥미로운 불교문화체험에 그칠 지 모른다. 아래로부터의 화합과 대화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