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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경에서 배운다]서울 청룡유치원
“치카치카 한 것 보다 상쾌해져요”

#청룡유치원 반야심경 독경대회 및 사경공부 현장
“마하바냐바라미따시경 과자재보살 해심바냐 바라밀다 시조견 오온개곤도 일체고액……어... 어....뭐지? 곤주무색? 시대신주시대명주시무상주시무드드주…어...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똑똑똑또도도독)”
12월 21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 청룡유치원(원장 정명). 원생들이 유치원 강당 단상에 올라고사리 손으로 목탁을 움켜쥐고 반야심경을 외운다. 아직 받침 발음까지 하기는 어려운지 발음이 짧다. 중간 중간 끊기기도 하고, 외웠던 부분을 다시 외면서 돌림노래처럼 부르기도 했다. 그래도 끝까지 반야심경을 다 외우고 들어간다.
서울 종로구 청룡사 부설 청룡유치원 제6회 반야심경 암송대회가 한창이었다. 4세 어린이들은 진언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만 하고 들어간다. 쑥스러워 목소리가 기어 들어가다가도 정명 스님이 “크게~. 그렇지. 잘 한다”라고 외치자 법당이 떠날 듯 큰 소리로 암송을 시작한다. 7세 어린이들은 목탁에 맞춰 반야심경을 또박또박 암송한다. 자세도 반듯하고, 헛갈려하지도 않는다.
친구를 격려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친구 암송차례가 되면 “○○야 잘해~”라며 격려하면, 원생들이 다같이 “○○야 잘해~”라며 합창을 한다. 대상부터 금상, 은상, 동상까지 있는 상이라 경쟁할 만도 한데 서로 격려해주는 즐거움이 더 커보였다.

암송대회가 있던 날 아침 청룡유치원에는 다양한 풍경이 펼쳐졌다. 지각한 4살배기 아들에게 시현이 어머니는 “시현아 오늘 반야심경 잘 하고 와~”라며 들여보냈다. 연꽃반 시현이는 교실에 들어가서 선생님과 함께 목탁을 치며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구절을 연습한다. 반 어린이들도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목탁을 쥐고 반야심경을 독송한다. 암송대회를 위해 강당에 모인 원생들은 한 명이 무심결에 반야심경 한 구절을 외면 다 따라서 암송을 했다. 마치 초등학교에서 구구단을 외거나 만화가를 부르면 주위 친구들이 따라 부르는 모양새다. 1시간 30분가량 암송대회가 진행 되는 동안 정명 스님은 암기력, 태도, 발음을 기준으로 점수를 냈다.

“대상은 서! 정! 민!”
“와~ 정민아 정말 축하해.” “정민아 네가 받을 줄 알았어.”
친구의 우승을 아낌없이 축하하며 강당을 함께 뒹군다. 월드컵에서 골을 넣고 전 국민이 함께 기뻐하듯. 정명 스님은 “아이들이 친구의 기쁨은 우리 모두의 기쁨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고”고 설명했다.

원장이자 7세반을 담당하고 있는 스님은 아이들에게 <유마경>사경도 매일 조금씩 하고 있다. 틈틈이 사경을 하며 한자공부를 하면 아이들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놀라울 정도로 성장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올해 한자자격 7급 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한자를 공부한 아이들은 학교 입학 후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다. 학습능력보다 놀라운 것은 인성적인 측면이다. 붙임성은 물론이고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는 일이 습관화됐다. 사경하고 반야심경 외우는 것에 대해 다양하게 표현한다.

“사경을 하고 나면 치카치카한 것 보다 상쾌해지고, 극락세계에 간 것 같아요.” “명상, 한자공부, 과학실험, 다도가 재미있어요. 반야심경을 외우고 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따뜻해지고 고요해지고 맑아져요.” “앞으로 부모님한테 혼나거나 동생과 친구들과 싸우고 나면 <반야심경> 을 외울 거에요.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목탁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고요해져요.”


#“아이들과의 시간이 내겐 수행”
<인터뷰>청룡유치원 원장 정명 스님

교계 안팎 어린이 행사에서 정명 스님을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교리경시대회, 자타카 영어암송대회, 연꽃노래잔치 등 어린이들을 위한 무대가 펼쳐지는 곳에는 언제나 아이들과 함께 등장한다. 2010년 교리경시대회 초등부 1등을 차지한 안현준 학생을 배출한 곳도 청룡사다. 어린이들이 대회에 참석해 상을 휩쓰는 데에는 생활이 곧 불교인 아이들의 생활에 있었다.

유치원 선생님 정명 스님. 머리카락이 없는 스님이 신기한 아이들은 “스님은 왜 머리카락이 없냐?”며 묻는다. 스님은 자연스럽게 무명의 털 머리카락에 대한 설명을 한다. 아이들은 스님의 논리적인 설명을 듣고 나면 쉽게 수긍한다. 청룡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들은 이렇게 가랑비에 옷 젖듯 불교를 체득하고 있었다.
이날 진행된 반야심경 암송대회는 스님이 청룡사 원장이 되고부터 6년간 열어온 중요한 행사다.

“경전을 외우고 부처님 말씀을 공부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과 발표력을 증진시킨다. 또 기억력 증진, 손 근육의 활용을 유도하며 집중력 및 창의력을 강화시키고, 인지능력 향상, 언어교정에도 좋다.”
다른 종교를 가진 학부모들도 더러 있지만, 암송을 통한 교육효과를 듣고 나면 부모님도 함께 아이와 <반야심경>을 공부하기도 한다.

사경도 마찬가지다. 스님은 아이들에게 한자교육을 강조한다. 한자교육을 하면 한글 이해도가 높을 뿐 아니라, 문해(文解)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또 바른 글씨는 곧 바른 마음이라는 지론으로 아이들과 사경을 공부하고 있었다. 스님은 “경전에 나오는 어려운 한자에도 애들은 획 하나 틀리지 않는다”며 어린이들의 높은 학습능력을 어른들의 기준에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명 스님은 “은연 중 배우고 습득한 경전 공부는 제8아뢰야식에 각인된다. 자비사상이 깔려 있으면 절에 오지 않아도 생명 존중 사상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라며 “이 아이들이 불교사상을 가지고 올바르게 성장하면 이 세상에 이로움이 되는 일을 반드시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모르고 암송하고, 모르고 쓰고는 있지만 불성을 가진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것.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기도하며 스님은 어린이들이 더 부처님의 마음과 닮아있다는 것을 알았다.

365일 유치원 일정에 스님의 생활은 자유롭지 못했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유일한 불교유치원이지만 한 때는 원생이 없어 1년간 쉬기도 했다. 이후 원장 소임을 맡으며 직접 홍보물을 붙이고, 현수막을 달고, 유치원 통학 차량도 하며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스님은 “힘들어도 애들이랑 놀면 좋다. 아이를 가르치는 것도 기도이고 수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천진불과 뛰어 노는 즐거움을 감추지 않았다.


#“경전 암송 교육효과 기대 이상”
불교경전을 읽고 이해하기란 어른도 쉽지 않다. 어린이들에게 경전을 읽게 한다는 것은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그래서 어린이들에게는 대부분 쉽게 풀이해서 삽화가 들어간 불교관련 책을 읽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경전을 그대로 암송하는 방법을 전문가들은 권장하고 있다. H. 클라르의 <어린이들에게 불교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How to teach Buddhism to children?)>(각묵 스님 옮김, 보리수잎)에는 “어린이들은 어른들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진리의 눈이 떠져 있으며, 또 비록 지금 당장에는 그 깊은 뜻을 모를지라도 장차 어른이 되어 삶의 바다를 표류 할 때에 그들의 잠재의 속에 남아 있는 빛나는 부처님의 말씀들은 삶의 어두운 바다를 비추는 등불이 되어줄 것”이라고 말한다.
어린이 경전읽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독선재 동양사상연구소는 “어린 시기에 경전을 읽기 시작하는 것은 어린이 특성에 맞는 교육이고, 간단하면서도 유효한 교육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연구소는 20세기 진행된 실용주의 교육철학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자연과학적 지식이나 기술을 익히고 습득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교육 방법이지만 지나치게 편중됐다”며 “인간의 학습활동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정신문화적인 혹은 인격적인 수양과 배양의 학습활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전 읽기는 1~13세 어린이들의 왕성한 기억력을 이용한다. 반복해서 읽고 또 읽는 것은 어린이의 자연적인 성향이고 책을 외우는 것 또한 어린이의 특기중 하나다.
어린이 경전 읽기 교재는 ‘읽을 만한 가치’라는 하나의 기준에 의해서 선택하고, 어렵고 어렵지 않은가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 어린 시기에 읽어둔 경전은 컴퓨터에 입력해둔 자료와 같이 성장하면서 혹은 성인이 된 후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발휘 돼 가치 있게 쓰인다.

인지심리학자에 따르면 많은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해력도 상대적으로 높아지며 상상력도 풍부해 진다고 한다. 이해력과 상상력은 기억력과 함께 창조적 사고력을 낳은 중요한 요소들이다.
경전읽기는 어린이가 소리를 내어 읽거나 혹은 누군가 읽는 것을 따라 읽기만 한다면 충분하다. 문자를 쓰거나 한자를 외울 필요가 없고 그 내용에 대해서도 이해를 요구하지 않는다. ‘경전이 현대생활과 관련이 있는가?’ 에 대한 고민도 접어두자. 경전은 삶의 원리와 시대적인 사건들이 동시에 포함돼 있다. 삶의 원리에서 본다면, 그것은 영원한 교훈으로 현대나 과거 등으로 구분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 방법은 기회가 되는 데로 경전을 펼쳐 여러 번 읽게 하고 외우도록 하는 것이다. 읽기의 시간과 진도는 자유롭게 정하며 경전을 읽는 시간은 혼란스럽지 않으면서 엄격한 분위기 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동기 유발을 위해서는 어린이는 모방을 좋아하는 점을 활용해야한다. 많은 사람들이 혹은 주위사람들이 모두 경전을 읽는다면 어린이 역시 경전을 읽는데 흥미를 가진다. 함께 모여 경전을 읽는 것이 좋다.
어린이를 위한 대표적인 경전에는 <자타카((Jataka, 本生經)>이다. 부처님이 이생에 태어나기까지의 전생이야기의 이야기를 담아 재미와 함께 교훈과 지혜가 담겨있다. <자타카>는 인류 최초의 동화로 알려진 인도의 우화집으로 석가모니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들려준 547가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자타카는 AD2세기 중엽부터 4세기 초까지 인도에서 왕자의 교육을 위한 교과서인 ‘판차탄트라’로 쓰이기도 했다. ‘판차탄트라’는 페르시아어, 시리아어, 그리스어 등 세계 50여 개 언어로 번역돼 각 나라 설화문학에 영향을 끼쳐 이솝우화, 천일야화, 그림동화 등 세계전래동화의 뿌리가 되기도 했다. 팔만대장경에 전해져오는 <자타카>는 지금도 국내외 작가들에 의해 어린이를 위한 동화로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고대 인도의 우화 구비설화를 중심으로 엮은 이야기 책 <백유경(百喩經)>도 있다. <백유경>은 편찬자 상가세나 비구가 초학자나 일반 대중들에게 쉽게 불교를 일깨우기 위해 엮었기 때문에 비교적 쉬운 내용으로 동방의 이솝우화라고 불리기도 한다. 온갖 비유와 해학성이 넘치는 이야기를 어린이들의 눈높이와 입맛에 맞게 고치고 다듬어 출판되고 있다.


이상언 기자 | un82@buddhapia.com
2011-01-12 오후 5: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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