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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종 총무원장 스님을 비롯한 종단 주요 스님들이 순천시의 거부로 선암사 성보박물관 수장고를 열람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순천 선암사(주지 경담)는 1월 12일 신년하례법회 후 태고종 총무원장 인공 스님과 종단 주요 스님들이 선암사 성보문화재 관리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수장고를 열람키로 했다.
4일 순천시에 수장고 개방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11일 “박물관 수장고는 관계자 외에 다른 사람이 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유물을 보관하는 곳이므로 아무런 목적 없이 단순히 개방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거절 당했다.
선암사는 11일 재차 공문을 보내 “순천시 소속 학예사 동행 하에 12일 수장고 기계실을 전문가가 점검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여름 물이 들었던 수장고의 내부 실태를 우려해서 였다. 순천시는 선암사의 재요청에도 12일 “수장고를 관람하기 위한 기계실 점검은 맞지 않는다. 점검 일정을 다시 통보해 달라”며 수장고 개방을 재차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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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와 순천시의 불편한 관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선암사는 구랍 13일 선암사 정상화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선암사 성보박물관장직을 개신교 안수집사인 노관규 순천시장이 겸임하면서 수장고에 소장된 문화재 2400여 점이 진위 감정조차 받지 않은 상태로 방치돼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기자회견에서는 “선암사 도난문화재의 약 90%가 순천시가 선암사 재산관리를 하는 동안 일어났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선암사 주지 경담 스님은 “거주하는 스님들이 자기 절 문화재를 보관하는 수장고도 못보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스님은 순천시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대해 “지난해에는 순천시에서 오후 10시 선암사 출입문을 닫아 주지인 본인조차 선암사에 들어가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재산관리를 맡은 것이 선암사 주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선암사의 정상화 기자회견 이후 순천시는 재산관리권을 “조계종에 이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는 순천시가 조계종과 태고종간 분규사찰인 선암사의 상황을 악이용해 재산관리 부실의 책임을 불교계 내부의 갈등으로 희석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선암사는 “재산관리인 해제와 별개로 순천시가 지난 40년 간 선암사를 관리하는 동안 벌어진 문화재의 도난 및 훼손, 방치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순천시는 재산관리인으로서 책임있는 행동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조계종과 태고종, 순천시는 조사팀을 구성해 선암사 성보문화재에 대한 실태조사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