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最古)의 목조건축물인 안동 봉정사 극락전(국보 제15호) 보수가 날림으로 이뤄져 목재가 이탈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1월 4일 “봉정사 극락전 곳곳에서 목재가 부분 이탈되는 심각한 현상이 진행 중임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황 소장은 현재 전면 재재작에 들어간 광화문 현판의 균열 문제를 제기한 전문가이다.
황평우 소장이 봉정사 극락전 부재의 이탈을 발견한 곳은 전면 도리 부분과 측면 보, 측면 창방 부위로 극락전 전후좌후에서 5곳이나 된다.
황 소장은 “부재 이탈은 도리와 보 등 건물 하중을 받는 부위에 집중돼 있다. 방치하면 최악의 경우 대들보가 부러져 법당의 붕괴까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황평우 소장은 “하중이 집중되는 도리와 기둥이 만나는 부분(주두와 첨차)에서 이탈현상이 뚜렷해 정밀 조사를 할 경우 그 심각성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창방(기둥과 기둥사이 도리 밑의 긴부재) 부분에서도 이탈 현상이 확인돼, 전면적인 정밀조사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황 소장은 부재 이탈 원인이 2001~2003년 진행됐던 해체 수리 공사에 있다고 지목했다. 그는 “보수공사가 끝난지 8년도 채 안됐다. 전통적인 보수공법이 아닌 당시 보수수리 공법으로 채택한 수지(樹脂)공사 등 현대적 공법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소장은 7년 전 보수공사에 참여했던 한 수리기술자의 말을 인용해 “수지는 굳으면 딱딱한 돌덩이처럼 견고해지는 성질이 있어 계절에 따른 온도(습도) 변화에 의해 수축ㆍ이완을 거듭하는 나무와 분리될 수밖에 없어 이 같은 부재 이탈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5일, 문화재청은 “긴급 확인조사 결과 봉정사 극락전의 구조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문화재청은 “이탈된 부재는 1972년 이전 수리시 기존 부재의 갈라진 틈새를 충진한 목재편이다. 수지로 보강한 부위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이탈 부재는 옛 방식대로 보완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불국사 석가탑(국보 제21호) 기단부 균열에 이은 봉정사 극락전의 부재 이탈로 정부의 문화재 관리 체계에 큰 헛점이 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한편, 안동 봉정사는 신라 제31대 신문왕 2년(682) 의상 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극락전은 부석사 무량수전보다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