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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내려가면 큰절이 있잖아요? 큰절 아래로 내려가면 또 뭐가 있죠?” / “사바세계.” / “사바세계?” / “스님은 사바세계에서 왔어요?” / “그럼. 해진이도 거기서 왔지.” / “큰스님두?” / “응.” / “왜 모두가 사바세계에서 왔죠?”
20여 년 전에 개봉됐던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에서 어린 해진 스님은 후원 부뚜막 앞에 앉아 저녁을 짓고 있는 기봉 스님에게 그렇게 물었었다.
이태 전, 영화를 찍었던 영산암엘 갔었다. 기봉 스님 대신 한 스님이 영화 속 요사로 나왔던 송암당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장작불 위로 해진 스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왜 모두가 사바세계에서 왔죠?” 그날도 암자엔 모두 사바에서 온 사람들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