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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겨울, 노장 한 분을 만나러 월명암에 갔었다. 부설거사가 세웠다는 암자는 부설의 이름이 생각난 듯 하염없이 눈을 맞고 있었다.
불도를 닦던 부설은 20년 만에 입을 연 묘화의 청혼을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도반들과 이별을 하고 묘화와 혼인을 한다. 아들 등운과 딸 월명도 낳는다. 어느 날 도반들이 부설을 찾아온다. 자신들의 공부를 뽐내며 부설을 딱하게 여기던 도반들은 뒤늦게 부설의 공부에 놀라며 고개를 숙인다. 부설의 이름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그가 가는 곳엔 눈이 내렸다고 한다.
내리던 눈발이 잦아들었다. 안거 중이던 스님들이 포행을 나왔다. 찾아간 노장은 후학들과 함께 안거 중이었다. “먼 길 왔으니 공양부터 하세요.” 노장의 법문이 기다리고, 월명암엔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부설, 그가 어딘가에서 서성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