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용 공공봉투에 특정 종교를 홍보하는 내용이 인쇄돼 논란이 일고 있다.
포항시 동해면에 위치한 황불사(주지 해안)는 동해면사무소가 민원 봉투를 이용해 개신교를 홍보한다며 12월 27일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에 신고했다. 동해면사무소의 민원 봉투 뒷면에는 출생ㆍ사망신고, 주민등록 등ㆍ초본 발급 등 일반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민원 정보가 인쇄돼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포항시에 위치한 특정 교회의 연락처와 예배시간이 안내돼 있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봉투는 동해면 민간복지단체가 황불사에 연말 이웃돕기 활동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담아 전달하면서 확인됐다. 이 봉투는 황불사 시주함에서도 발견됐다. 황불사는 이를 공공기관의 종교편향 문제로 보고 동해면과 포항시에 공식적으로 항의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동해면사무소는 종교 편향이 아닌 민원편의 제공을 위한 협찬일 뿐이라며 해명에 나섰다. 봉투 제작 예산 절감과 민원 편의를 위해 지역 내 기관 및 단체들이 제작해 민원실에 비치했다는 것이다.
동해면사무소 관계자는 “현재는 이 봉투가 사용되지 않고 있다. 1년 전에 비치된 것을 민간복지단체가 여분을 갖고 있다가 사용한 것이다. 교회만 홍보할 수 있고 사찰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동해면을 비롯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예산을 절감하고 있다. 2007년 수원시 파장동, 2009년 부산 사직2동에서도 유사 사태가 발생해 불교계의 시정요구를 받은 바 있다.
동해면은 지난해부터 협찬이 끊어지면서 자체적으로 봉투를 제작, 현재는 후원 기관의 홍보문구가 인쇄된 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황불사가 이 사태에 대해 항의하자 동해면은 면장과 사회복지 계장이 즉시 황불사를 방문해 종교편향의 문제가 아니라며 봉투 사용 경위에 대해 해명했다. 동해면은 재발방지를 위해 공공 봉투 제작시 종교기관의 협찬은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동해면과 상급기관인 포항시에 항의의 뜻을 담은 공문을 전달할 예정이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관계자는 “이런 문제가 공직자의 종교편향 금지 조항에 해당된다는 것을 일선 공무원들이 잘 모른다. 포항시청과 동해면사무소에 특정 종교 기관을 홍보하는 내용이 담긴 봉투 사용을 중단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요청할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