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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개별단위 사찰로는 최초로 근현대 불교사가 발간됐다.
양산 통도사(주지 정우)는 12월 16일 설법전에서 월하 대종사 열반 7주기 추모 다례와 <영축총림 통도사 근현대 불교사> 출판 봉정식을 봉행했다.
책은 근현대 한국불교 선지식으로 통도사에 주석했던 구하ㆍ경봉ㆍ월하ㆍ벽안 대종사의 행장을 중심으로 근현대 한국 불교에서 통도사가 지내온 길을 정리했다.
통도사 주지 정우 스님은 “2007년 구하 스님이 ‘친일반민족행위 조사대상자’로 오인돼 이를 소명하기 위한 사료작업을 진행하다보니 오늘의 통도사가 어느 한분의 노력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1차적으로 구하 스님과 함께 경봉ㆍ법안ㆍ월하 스님 등 근현대 통도사에 주석했던 네 분의 선지식을 조명ㆍ정리했다”고 말했다.
편찬 작업은 통도사 사적편찬실(실장 남현)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2008년 8월부터 2년 여에 걸친 작업기간 동안 200자 원고지 1만 2000장 분량의 초고가 집필됐다. 사적편찬실은 이들 원고를 수차례 감수를 거쳐 전체 10장 상ㆍ하 각권 500쪽 분량으로 편찬했다. 각 장은 제1~3장(1900~1953년 구하ㆍ경봉 스님), 제4장(1953~1960년 경봉ㆍ월하 스님), 제5~6장(1960~1980년 월하ㆍ벽안 스님), 제7~10장(1980~2009년 월하 스님)으로 나뉘어 구성됐다.
책에는 일본강점기 통도사에 주석했던 구하 스님이 조선소나무가 울창한 통도사 산림을 지키기 위해 일본 관리를 구슬러 다른 지역의 소나무를 대체 간벌했던 이야기, 만해 스님이 구하 스님의 도움으로 통도사에서 <불교대전>을 집필할 수 있었던 이야기 등이 수록됐다.
이 가운데 발간 전부터 종단 안팎의 관심을 끌었던 1998년 조계종 사태 당시의 조계종정이었던 월하 스님 행적에 대한 기술은 서론ㆍ결론과 2장의 사진으로 대체했다.
통도사 사적편찬실장 남현 스님은 “‘아직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라는 교계 안팎의 의견을 수용해 후대 불교사학자 몫으로 남기고자 완성된 원고를 발간된 책자에서는 생략했다”고 설명했다.
통도사는 책을 종단 구성원 및 불교단체와 불교학자를 비롯해 정치인, 대학ㆍ지자체 도서관 등에 무상 배포할 예정이다. 또, <근현대 불교사>에 이어 <통도사 사지>와 <사적지> 등 편찬도 준비하고 있다.
정우 스님은 “통도사 관련 기록을 정리ㆍ편찬하는 것은 1400년 역사의 한국불교를 조명하는데 일조할 뿐만 아니라 통도사가 계승ㆍ발전시켜야 전통을 찾고 정체성을 밝히는 길”이라고 말했다.
다례재와 봉정식 후에는 ‘영축총림 통도사 근현대 불교사’를 주제로 출판기념 학술행사가 개최됐다.
행사에는 △한동민 수원박물관 학예팀장이 ‘근대불교계와 통도사주지 구하스님의 독립운동’ △김광식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연구교수가 ‘경봉스님의 수행 교화 불법수호의 원융사’ △이경순 신구대학 외래교수가 ‘월하스님의 종단정화운동과 교단개혁활동’ △박부명 불교신문 전략기획실장이 ‘벽안당 법인대종사의 종단관과 생애’를 주제발표했다.
특히 한동민 학예팀장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오인됐던 구하 스님이 독립자금으로 비밀리에 지원했던 당시 돈 1만3000원을 지출한 내역을 조목조목 밝혀 눈길을 끌었다.